베르바토프, 맨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베르바토프, 맨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 이근형
  • 승인 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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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도 많았던 맨유의 스트라이커 자리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1-2002 시즌 PSV 에인트호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네덜란드의 유망주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로이는 맨유에게 있어서 참으로 귀중한 영입이었다. 테디 셰링엄, 앤디 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능한 공격자원들이 있었지만, 상대편 골문을 마구 위협하는 쌍두마차가 어느새 날카로움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으로썬, 공격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자원을 찾는 것이 당연했다. 바로 그 ‘활력소’ 는 판 니스텔로이였고, 판 니스텔로이는 데뷔 시즌인 01-02 시즌 거의 모든 라운드에 출장해 23골을 작렬했다.


99-00 시즌 유벤투스에서 아스날로 이적한 프랑스의 젊은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아스날의 14번 유니폼을 입으면서 차츰 해가 거듭될수록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하는 단계였다면, 판 니스텔로이는 입단하자마자 마치 맨유의 오랜 동료인 듯 능숙한 공격력을 펼치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 선수간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약 두 시즌 간격으로 벌어지는데, 어쨌거나 앙리와 판 니스텔로이의 잉글랜드 정복은 2000년대 잉글랜드 프로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특히 맨유에게 있어 판 니스텔로이는 갓 데뷔한 선수치고 등번호 10번다운 공을 세웠기에 앞으로의 탄탄대로를 꿈꿀 수 있게 되었고, 맨유 주전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맨유의 등번호 7번이자 희대의 오른쪽 날개 요원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를 받아먹을 수 있는 적임자가 등장했다라고 볼 수 있다.


02-03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그 이후부터 맨유의 상승세를 도우며 잉글랜드 프로무대 공격수로서 절정에 다다른 판 니스텔로이는,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한(恨)을 풀어버린게 아닐까 할 정도로 용맹성이 대단했다. 비록 그의 포지션이 타겟맨 스트라이커이기에, 동료 공격수의 어시스트에 의해서 득점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 “줏어먹는다” 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어쨌거나 순도 높은 득점력을 과시하니 더이상의 불평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언터처블’ 판 니스텔로이에게도 라이벌들이 속속 등장했다. 마치 2001년에 테디 셰링엄이 판 니스텔로이의 등장과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듯이. 04-05 시즌에는 풀럼에서 건너온 루이 사아 (프랑스), 그리고 05-06 시즌에는 맨유 유스팀에서 올라온 주세페 로시 (이탈리아) 가 바로 그들이다.


특히 루이 사아는 이미 풀럼에서 검증을 받은 공격수였다. 스트라이커임에도 상대편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주위를 살핀 다음 동료 공격수가 치고 올라오면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등, 유기적인 팀 플레이로 공격을 만들 줄 아는 선수였다. 거기에 여차하면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스트라이커였다. 물론 포지션은 조금 다르지만, 04-05 시즌 에버턴에서 맨유로 이적한 웨인 루니, 그리고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건너온 앨런 스미스도 상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퍼거슨 감독은 판 니스텔로이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반면, 그에게 모든 걸 맡기는 동정심을 가지진 않았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어느새 스쿼드에 이름을 올려버린 신예 공격 자원들, 그리고 가장 판 니스텔로이에게 위협적 상대인 루이 사아의 존재만으로 판 니스텔로이의 탄탄대로는 점점 막을 내리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박지성 선수 데뷔 시즌으로 잘 알려진 05-06 시즌, 판 니스텔로이는 부상 및 체력 저하로 시즌 후반기에 벤치 신세를 졌는데, 이때 루이 사아가 냅다 판 니스텔로이의 자리에 들어가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팬들은 이것이 단기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퍼거슨 감독의 마음은 달랐다. 계속 루이 사아를 중용하면서 리그의 후반기를 보냈던 것이다. 이때 판 니스텔로이는 코칭스태프와의 말싸움, 그리고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가 생기며 언론에 의해 ‘내부의 냉각기’ 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판 니스텔로이는 맨유와 불화를 일으키고, 2006 독일 월드컵 폐막 후 잠시간 맨유 단체 훈련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06-07 시즌, 세계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적을 옮기고야 말았다. 여기서부터 맨유는 완벽함이라는 퍼즐 중 ‘한 조각’ 을 잃는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루이 사아는 06-07 시즌 초반기에는 굉장한 활약을 펼치다, 어느새 기력을 잃어 벤치를 달구는 선수로 전락했다. 그래서 공격진에서 득점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로 웨인 루니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맨유에게는 정말, 다행히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윙어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월드 클래스의 공격력을 선보이며 ‘준 스트라이커’ 로 진화했다. 호날두의 연이은 득점포에, 또 잠시간 판 니스텔로이의 공백은 사라지는 듯했다.



절실하게 필요한 ‘맨유의 끝맺음 역할 수행원’


호날두의 월드 클래스급 성장은 맨유의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어시스트와 조율, 인사이드 돌파라는 윙어의 특성을 버리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 그리고 프리킥과 중거리 슛을 겸비한 예봉까지 갖췄으니 맨유로서는 함박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06-07 시즌부터 07-08 시즌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어떤 경기는 호날두의 공격력 하나로 승패가 좌우되는 것도 있었을 정도. 하지만 호날두가 이렇게 스트라이커적 면모를 보인다 하더라도, 맨유에게는 ‘세트피스 시, 수비벽을 뚫고 다이빙 헤딩으로 달려들 줄 아는 공격수’, ‘체조를 보는 듯 아크로바틱 몸놀림으로 불현듯 슛을 때리는 선수’, 그리고 ‘네임 밸류나 외형만으로도 상대편 수비수를 긴장하게 만드는 공격수’ 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는 타겟맨 스트라이커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맨유가 이런 존재가 없어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장면들이 몇몇 있었다. 06-07 시즌 리그 후반기 마지막에 2위 첼시와 우승 다툼을 벌일 때, 맨유에게 만약 유능한 타겟맨 스트라이커가 있었더라면 약팀과의 경기는 확실히 밟아주고 좀 더 수월하게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06-07 챔피언스리그 4강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밀란의 철통 수비를 뚫고 공간 창출 혹은 천금의 득점을 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너무나 필요했다. 이렇게 타겟맨 스트라이커 하나가 모자랐기에, 06-07 챔피언스리그에서도 AC 밀란을 상대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공격 포인트를 못 올렸고, 결과적으로 더 큰 야망은 이룰 수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웨인 루니의 존재로도 이 타겟맨 스트라이커 부재를 막을 수는 있었다. 웨인 루니는 타겟맨 스트라이커가 보직은 아니지만, 상대를 무서워 하지 않는 용맹성에서 비롯되는 허슬플레이로 곧잘 밀어붙일 줄 아는 선수는 틀림없다.

그러나 웨인 루니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전반적인 움직임은 이렇다. 맨유의 주 전술인 4-4-2 전법에서, 동료 포워드와 웨인 루니는 상대편 문전에서 서로 패스를 원활히 주고 받으며 수비벽을 허무는 식이다. 그리고 골문 앞에서의 웨인 루니의 움직임은, 수비수를 한번 제끼고 자신의 왼발에 공이 잘 보호되면,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타겟맨 스트라이커처럼 양쪽 윙어의 크로싱, 그리고 세트피스 때 무작정 몸을 내던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베르바토프, 맨유가 찾던 ‘퍼즐 한 조각’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호날두의 공격력과, 짜임새 있는 포메이션으로 ‘놀랍게도’ 06-07, 07-08 2회 연속 리그 금자탑에 올라섰고, 심지어 07-08 챔피언스리그 패자가 되었다. 전문적인 타겟맨 스트라이커가 어쩌면 없어도 될 만큼, 양쪽 윙어의 역할, 중앙 미드필드진의 원활한 패스, 그리고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빗장수비) 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에브라 - 비디치 - 퍼디낸드 - 브라운 (혹은 하그리브스) 포백 수비가 맨유의 탄탄대로를 책임졌다. 하지만 맨체스터 지역 언론, 메이저 언론, 그리고 팬들의 의견은 더욱 더 ‘타겟맨 영입 필수’ 에 가중되는 듯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는 맨유에게 타겟맨 스트라이커가 하나 있으면 말 그대로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 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 및 맨유 수뇌부는 07-08 시즌부터 눈여겨 보았던 어느 선수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바로 토트넘 홋스퍼의 핵심 공격 요원이자, 이미 프리미어리그에 오기 전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 에서 잘하기로 소문난, 불가리아 대표팀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Berbatov) 였다. 최근 맨유 수석 코치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밝혔듯, 이미 맨유 측에서는 베르바토프의 레버쿠젠 시절부터 눈여겨 보았다는 게 축구계의 전반적인 말이다. 그러나 베르바토프의 실력이 과연 빅 리그에서 통할 지 의문이 갔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첫 빅 리그 입단팀을 토트넘으로 고른 것이라는 것도 의미있는 말이다. 하지만 베르바토프의 베일을 벗겨내보니 ‘진국’ 이었고, 어느새 프리미어리그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베르바토프를 맨유가 놓칠 리 없었다. 토트넘에서 보여줬던 ‘타겟맨 스트라이커로서의 모범적 자세’ 를 차치하더라도, 잘 생긴 외모와 특유의 쇼맨쉽으로 맨유의 상업적 이득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베르바토프도 맨유의 러브콜과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지, 07-08 시즌 후반기부터 후안데 라모스 토트넘 감독과 언쟁을 펼치기 시작하더니, 08-09 프리시즌에는 태업을 선언하며 토트넘 주전 선수로서의 본분을 잊었다. 이것을 계기로 잉글랜드 언론과 외신은 일제히 ‘베르바토프의 맨유 입단’ 을 기정 사실화 하였고, 2008년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아슬아슬한 ‘이적시장 커트라인’ 에서 결국 베르바토프는 레드 데블스 (Red Devils) 의 일원이 되었다. 등번호는 사아의 전유물인 9번 확정.



베르바토프, 맨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베르바토프의 맨유 입성에 대해 꽤 자세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토트넘 측으로서도 괜찮은 계약건이었다. 어차피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 데려온 ‘유로 2008 스타’ 로만 파블류첸코 (러시아) 가 베르바토프의 후임으로 들어오면서 그의 등번호 9번을 가져갔고, 맨유 또한 잉글랜드 유망주 공격수 프레이저 캠벨을 토트넘으로 임대시키는 등 ‘해줄 건’ 다 해줬다. 그러니 맨유로서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 베르바토프를 데려와서 이득, 그리고 토트넘 측에서도 파블류첸코와 프레이저 캠벨을 불러들였으니 손해볼 것은 없었다. 근데 맨유 측의 입장에서 볼 땐, 08-09 개막전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상대편 문전에서 허겁지겁 설익었던 프레이저 캠벨을 시즌 내내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니, 불편한 가시 하나를 뺀 것이다.


자칫하다간 프레이저 캠벨, 웨인 루니 등으로 공격진을 꾸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맨유로써는, 베르바토프를 가지고 다양한 전술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맨유 역시 4-4-2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웨인 루니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베르바토프이기에, 맨유는 05-06 시즌 이후 가장 안정적인 포메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맨유는 양쪽 윙어 자원들의 컨디션이 좋은 때, 그리고 약팀을 상대로 포메이션을 짤 때에는 가끔 4-3-3을 들고 나오는데, 베르바토프를 타겟맨으로 심어놓고 양쪽 윙포워드가 지원을 해주는 전술도 들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루니와 카를로스 테베스 (아르헨티나) 의 호흡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가 까딱하다간 백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쨌거나 이렇게 되면서 베르바토프의 가세는, 공격진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맨유는 공격진의 무한 로테이션 역시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맨유가 전문적 공격수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어쨌든 긱스나 호날두 등이 스트라이커 혹은 처진 스트라이커로도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계약건인 베르바토프로 만족한다는 방증이다. 호날두와 나니, 긱스 등 유능한 윙어 자원들은 전문적 타겟맨 베르바토프의 등장에 의해, 호날두가 좌우 중 하나는 자리잡았다 치면 마지막 한 자리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가던, 윙어로 가던 치열한 경쟁전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루니 - 테베스 라인 역시 베르바토프와 경쟁하여 ‘살아남은 자’ 두 명이 주전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 박지성 선수의 입지 또한 개인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에까지 도달했다.



이적 시장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르바토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등번호 9번이 되었다. 이제 공격진은 더욱 더 탄력을 받을 예정이고,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역시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적 타겟맨이 필요한 시점’ 에 마음껏 베르바토프를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의 베르바토프에 대한 관심은 꽤 폭발적이다. 근데 주지하다시피 맨유는 강압적으로 토트넘에게 베르바토프 계약을 성사했으며, 그것 때문에 한 때에는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알려졌다시피 베르바토프는 수가 틀리면 태업을 선언할 정도로 ‘보통 인물’ 이 아니다. 과연 상도덕을 무시하는 수준으로 베르바토프를 영입한 맨유, 그리고 순한 양이 아니라 잘못 건드리면 시한 폭탄이 되는 베르바토프는 08-09 시즌 폐막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피치 위에서의 활약 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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