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출신 여배우 유신방
기생 출신 여배우 유신방
  • 김다인
  • 승인 200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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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가 발굴한 여배우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나운규가 영화를 하는 동안 발굴해낸 여배우는 전옥 김연실 그리고 유신방이다.

이중 전옥은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초창기 한국영화계에서 대활약을 했으니 따로 지면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김연실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변사인 오빠 슬하에서 자라다가 15세에 시집을 갔지만 본처가 있는 기혼자여서 결혼생활이 파탄났다. 하지만 오빠마저 죽어 오갈 곳이 없어지자 이를 딱하게 여긴 오빠 동료 변사들이 나운규 프로덕션에 가보라고 알려줬다.

김연실은 나운규 프로덕션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오가다가 마침내 윤봉춘 눈에 띄어 영화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잘있거라>에서 이금룡의 처로 데뷔한 후 <옥녀>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높였다.

김연실에 이어 나운규가 픽업한 배우 유신방은 본디 인천에서 이름을 날리던 기생이었다. 기명은 오홍선으로 옛날 기녀들이 갖춰야 할 교양들을 제대로 갖췄다 하여 명기로 소문이 높았다. 시도 짓고 극도 쓰며 사군자 등 묵화 치기도 능하여 노류장화로 머물러 있기에는 아까운 여성이었다.

프로덕션을 차리고도 여전히 방랑벽을 고치지 못하고 있던 나운규가 인천에 놀러 갔을 때 오홍선은 그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한다하는 한량들도 시시하게 봐오던 오홍선은 스타 중의 스타 나운규를 혼자 흠모해오고 있던 터였다.

나운규는 오홍선의 지적인 아취에 홀렸다. 몸은 기생이었으나 시화에 능한 그녀와 예술을 논할 수 있었다.



촬영 틈틈이 홍선을 찾던 나운규는 아예 그를 서울로 데려와 살림을 차리는 한편 <사나이>에서 배우로 데뷔를 시켰으니 예명이 유신방이었다. 유신방은 경상도 사투리가 흠이었으나 연기는 곧잘 해서 <벙어리 삼룡> <철인도> 등 나운규 영화에 게속 출연했다.

하지만 유신방이 몰두한 것은 영화라기보다 나운규 자체였다. 나운규의 내연녀로 함께 살면서 나운규가 시나리오를 구술하면 받아 쓰고 사무실에도 나와 단장 부인 노릇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신방의 행세를 아니꼽게 보기도 했다.

이미 처자를 거느린 몸이었으나 나운규는 여러 여자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였고 유신방에게도 이내 염증을 느꼈다. 그나마 유신방에게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지적인 풍모가 있어 관계가 오래 지속된 편이었다.

싫어지면 그만,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나운규의 성격을 아는 터라 유신방을 애가 탔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내 유신방은 나운규 곁을 떠나 자취를 감췄다. 훗날 안종화가 자신의 작품 <은하에 흐르는 정열>(1935)에 출연해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해 한번 출연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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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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