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부러웠던 외계강아지 장강7호
눈물 나게 부러웠던 외계강아지 장강7호
  • 김우성
  • 승인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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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에게 배워야 할 성공 노하우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빙하 속에 꽁꽁 갇혀있던 아기공룡이 한강으로 떠내려 오기 훨씬 전이자, 에스퍼맨이 낫냐 데일리가 낫냐하며 전국의 문화예회관이 들썩거리기도 전. 우리는 E.T.의 상륙을 먼저 바라봐야 했다.


어눌하기 그지없었다. 상상 속 외계인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엘리어트를 비롯한 전세계 어린이들이 E.T.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수순이었다. 언젠가 지구를 침략할 것이라던 외계인은 엉뚱하게도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하는 영화제목과 상반기 최대 히트곡의 댄스이름에서 패러디되는 등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E.T.의 직간접적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E.T.를 다시금 추억하게 한 건 다름 아닌 주성치였다.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그의 연기는 변함없었다. 연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앙상하게 발라진 사과 조각과, 밥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퀴벌레는 여전히 반가웠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제작자로서의 주성치였다. 외계에서 온 장난감 ‘장강7호’는 30년 전 E.T.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E.T.는 자글자글한 주름이라도 있었지, 이 녀석은 단순매끈한 강아지 정도였다. 주인공 아이의 기대처럼 기능(?)이 따라주는 것도 아니요, 과부하가 걸리면 스프링이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아니, 어쩌면 장강7호는 E.T.에서 한 발 더 나아갔는지도 모르겠다. E.T.의 경우 표정변화가 거의 없었던 데 반해 이 녀석은 극 중 아이들의 요구에 의해 다양한 표정 연기까지 선보였다. 더군다나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그 표정이란... 압권은 부가시장을 염두에 둔 듯 물렁물렁 만득이 소재로 바닥에 붙던 장면이었다.


주성치는 성공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했다. 설사 이번 시도로 전세계를 강타하지는 못할지라도 동서양을 아우르며 사랑받을 수 있는,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워질 위험 없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알아 챈 듯하다. 그에게 지금까지의 캐릭터들은 그저 ‘장강1호’였던 것이다.


부럽고 샘이 났다. 해외 기술진과의 협력이 있었다고는 하나 우리는 이미 이무기를 만들고 괴물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정교함과 표현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에게는 천혜의 기회 ‘한류’가 있다.


외계인은 잘사는 나라에서만 나타나란 법 있나. 한류를 일으켰고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하게 만든 충무로의 상상력을 기대해 본다. <장강 7호>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백 마리의 캐릭터가 스크린으로 달려오며 내뱉는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골라골라 아무거나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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