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잘 가던 빅뱅’ 의상논란 아쉬워
‘갈 길 잘 가던 빅뱅’ 의상논란 아쉬워
  • 이근형
  • 승인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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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모두 음악적 자질 지닌 멀티 플레이어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지난 8월 23일 엠넷 20’s 초이스에서는 빅뱅의 리더 권지용(G드래곤)이 성행위 뉘앙스를 풍기는 선정적 티셔츠를 입고 나와 팬들과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이전부터 권지용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해왔고, 이전에도 비슷한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심각했다.

연예인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하더라도, 팬들을 만나는 공식 석상에서는 대개 무난한 코디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권지용은 논란이 확실시됐던 의상으로 가요계를 엉뚱하게 뒤흔들고 말았다.

인터넷에서는 싸움이 벌어졌다. 권지용의 패션과 가치관을 옹호하는 빅뱅의 팬들, 그리고 여기에 배치되는 반대파들이 한바탕 일전을 벌인 것이다.


이 싸움을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 권지용이 입은 티셔츠가 문제가 된다는,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여파가 엄청나다는 ‘브레이킹 뉴스’식 보도로 가요계 화제를 온통 권지용으로 도배했다.

이후 권지용은 무대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제스처로 은유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그것이 과연 진정한 반성인가, 아니면 반항심의 표현인가를 판가름하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제 완전히 입증되었다. 빅뱅이라는 5인조 그룹은 작금의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에 자리하는 남자들이라는 것이 말이다. 물론 빅뱅의 음악관과 그들의 운용 형태(아이돌 그룹이라고 포장되어지는)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언론의 레이더망은 이 다섯 명의 남자들에게 온통 쏠려있으며, 그들이 입은 옷가지나 발언 등을 기삿거리로 적어 뉴스로 쏘아대면 전 국민이 다 보는 것을.


권지용의 티셔츠 사건은 아마 그의 도발적이고 펑크적인 사상을 나타내는 이력이자, 빅뱅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문패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의 의상과 관련하여 핫이슈가 제조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90년대 대중음악의 거울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힙합 패션, 2000년대 초반 아이돌 그룹 HOT 멤버들의 형형색색 염색 머리 등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바통을 물려받은 것은 빅뱅이다. 여기까지 서술한 게 너무 비약적일까.


몇 마디 더하자면, 현재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빅뱅의 음악이 아닌 그들의 패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빅뱅의 랩퍼 최승현(TOP)의 패션 감각을 헤드라인으로 실어 방영했으며, 최승현의 스타일을 10~20대 스타일이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캐주얼 스타일,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가 입는 메탈류의 의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외에도 권지용이 신은 하이탑 운동화, 동영배(태양)의 모히칸 헤어스타일도 수많은 뉴스지면을 장식했다.




다섯 멤버 모두 음악적 자질을 지닌 멀티 플레이어


그러나 빅뱅은 엄연히 뮤지션이다. 그들은 YG엔터테인먼트의 혹독한 조련 아래, 암울하고 힘든 무명 생활을 겪고 난 후에야 꽃을 피운 ‘음악에 올인한’ 청년들이다. 음악적 성공을 기반으로 패션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그룹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빅뱅에게 좋은 음악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그들이 이 정도의 위치에까지 올랐을까.


빅뱅은 양현석이 MTV와 함께 협약해서 제작한 동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5명의 멤버가 결정되었다. 그들의 모습이 방영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젊은이들이 참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군’ 하고들 생각했다. 방송에서는 작사, 작곡 트레이닝에서 음악적 한계를 느끼는 멤버들의 진솔한 에피소드가 가감 없이 방영되었다. 연습실에서의 고된 트레이닝, 팀원들 간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 심지어 동영배는 할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오는데도 빅뱅의 최종 멤버가 되기 위해 연습에만 매진했다.

물론 이들에게 혹독한 시련만 있었던 게 아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스타이자 한류의 중심 세븐이 가끔 연습실에 찾아와 멤버들을 다독여주며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을 회초리질하고, 또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내면적 성숙을 이뤄내고자 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빅뱅 멤버들 각자 하나하나가 음악적 자질을 갖춰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리더 권지용은 앨범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하는 능력을 지녔다. 특히 2007년 하반기 가요계를 강타한 스매시 히트곡 ‘거짓말’은 권지용의 천재적 재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곡의 인트로 부분이 일본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 프리템포의 곡 ‘Sky High’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 논란을 일으켰지만, 프리템포 본인이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만큼 권지용의 작곡 능력이 화제에 올랐던 에피소드였다. 권지용은 힙합, 랩 댄스, 일렉트로니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곡을 쓴다. 멤버 강대성(대성)의 솔로 프로젝트를 트로트로 꾸며준 대목에서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권지용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거친 보컬로 랩핑을 구사하는 랩퍼 최승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힙합으로 무장한 힙합퍼다. 그는 빅뱅에 참여하기 전 신촌과 홍대의 클럽을 돌아다니며 힙합 그룹을 구성하는 등 아마추어 힙합계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었다. 그가 연습생 시절 불렀던 미국 힙합 그룹 블랙 스트리트의 노래 ‘No Diggity’ 샘플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다시금 그의 랩핑이 환상적임을 증명했으며, 정통 힙합 트랙 ‘아무렇지 않은 척(feat.지은)’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천부적인 보컬과 흑인음악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로 이미 수많은 팬층을 확보한 동영배는 또 어떠한가. 그는 이미 빅뱅이 결성되기 전 해외 팬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짙은 피부는 딱 흑인음악 아티스트처럼 보이며, 그에 부응하는 그루브감 넘치는 보컬, 그리고 박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목소리로 뱉을 줄 아는 기술은 우리나라 흑인음악계의 새로운 대안 그 자체였다. 여기에 유연한 신체를 이용한 댄스 실력까지 갖췄으니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팀 내에서 강대성과 함께 최연소로 손꼽히는 이승현(승리)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프로필이 없지만, 모 오락 프로그램에서 잠시 선보였던 수준급의 작곡 능력과 맛깔 나는 랩핑 능력은 ‘될성부른 떡잎’임을 증명한다.


이렇듯 빅뱅의 다섯 명 멤버 하나하나가 음악적 이해도가 훌륭하며 각자 떨어뜨려놔도 상업적, 음악적 가치가 상당하다. 빅뱅을 단순히 ‘아이돌 그룹’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게 앞서 언급한 혹독한 시기를 거쳐서야 비로소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빅뱅은 외모를 내세우는 그룹도, 연기를 하기 위해 노래 먼저 시작한 그룹도 아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최소한 그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메이저 그룹이 되려면


입는 옷, 말하는 방식, 가치관, 그리고 음악 등 빅뱅의 하나하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크나큰 영향력을 끼치게 됐다.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그들은 다양한 싱글 앨범과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들이 정통 리듬앤블루스와 힙합 등을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7년 상반기 때만 하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인 듯했지만 이후 빅뱅은 전세계적인 트렌드 ‘일렉트로니카’를 과감하게 받아들였고, 그것은 ‘거짓말’이라는 엄청난 화학 작용으로 귀결되었다.

빅뱅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의 음악적 원천인 흑인 음악이 일부분 일렉트로니카와 많은 콜래보레이션(협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니예 웨스트’와 일렉트로니카 그룹 ‘다프트 펑크’가 성공적 콜래보레이션을 이끈 스매시 히트곡 ‘Stronger’만 봐도 그렇다.

어쩌면 빅뱅은 시대를 잘 타고났을 수도 있다. 일렉트로니카의 바람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힙합, 랩 댄스와 결합을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엄청난 판매고와 함께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빅뱅은 2007년 하반기에 선보인 바 있는 소프트 랩 댄스, 일렉트로니카 트랙을 내놓으며 가요계에 복귀했다. ‘Stand Up’이라는 이름의 EP 앨범인데, ‘하루하루’라는 타이틀 트랙으로 또다시 가요계를 자신들의 이름으로 도배했다. 강렬한 비트를 최대한 자제하고, 섬세한 피아노 연주와 프리템포, 다이시 댄스 등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니카 멜로디 방식은 2007년 상반기 부드러운 리듬앤블루스 트랙을 선보이며 ‘빗속에서 애절하게 부르던’ 때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모습이 하나 있다면, 일렉트로니카 뮤직을 주 레퍼토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빅뱅의 음악적 무게중심은 정통 리듬앤블루스, 힙합에서 이제 일렉트로니카로 이동한 상태다. 이것을 자꾸 강조하는 이유는 빅뱅의 음악적 커리어를 가장 빛나게 할 수 있는 ‘장기’를 찾았다고 단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달파란 등의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들이 존재했었지만, 어쨌거나 이 정도까지의 메이저 무대로 올라온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빅뱅은 태생적으로 힙합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록 비트를 섞은 ‘힙합과 록의 콜래보레이션’을 마음껏 구사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거기에 더해 초창기 시절 노래 ‘Dirty Cash’나 ‘아무렇지 않은 척’같은 정통 힙합, 그리고 리듬앤블루스로 돌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일렉트로니카의 특성을 계속 품고 가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대개의 빅뱅 노래는 일렉트로니카 트랙이지 않은가.


진정한 메이저 그룹의 면모는 각자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다섯 명 모두 몇 년간의 수련을 더욱 더 쌓아 개인의 솔로 프로젝트를 열었을 때 다수 대중의 폭발적인 피드백이 수렴될 것이다. 물론 다섯 명 모두 본격적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열 시간도 없고, 그러자니 빅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 개개인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세월의 흐름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 빅뱅의 존재를 부정하고, 빅뱅을 단순히 아이돌 그룹으로만 치부하는 반응을 ‘호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메이저 그룹’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굳이 티셔츠 문구가 아니더라도, 뮤지션으로서 빅뱅이 보여줄 것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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