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르샹피오나의 영웅부터 되라
박주영, 르샹피오나의 영웅부터 되라
  • 이근형
  • 승인 200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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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모나코로 떠나는 한국 축구의 희망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K-리그 데뷔 첫해인 2005년, 말 그대로 ‘박주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FC서울의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가리켜 이미 언론은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축구 천재’ 라는 조금 과한 별칭을 붙여줬다. 하지만 박주영은 아마추어 무대를 벗어나 K-리그라는 프로 무대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며, ‘축구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는 행보를 걸어왔다. 2005 K-리그 통산 MVP가 이천수(현 수원 삼성)라고 할지라도, 어쨌거나 많은 팬들과 국민들의 기억 속에 2005 K-리그는 오롯이 박주영의 몫이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언론의 지나친 보호와 과대 포장,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박주영의 ‘본 실력’과 상대팀 선수들의 철저한 봉쇄 때문에 박주영은 2005 K-리그 후반기 라운드부터 조금씩 이상 행보를 걷더니, 결국 2006 K-리그부터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2005 K-리그 전반기처럼 그라운드를 활보하지 않았어도, 기본적인 패스 감각과 동료들과의 유기적 플레이는 척척 맞아떨어졌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물론 ‘축구 천재’ 라는 별명 아래에 자리잡아야할 경천동지할 실력과 영향력은 1년 새에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뒤돌아섰다. 한때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과 쌍벽을 이루며 우리나라 축구를 상징하던 그 박주영에게서 말이다.


이것은 비단 프로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벼랑 끝에 몰린 우리나라를 구한 우즈베키스탄전 천금의 동점 골,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중동의 폭풍’ 쿠웨이트를 단번에 잠재우는 득점까지. 왜 이렇게 펄펄 날고 기운도 센 박주영을 안 뽑냐고 당시 조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던 우리들이었다.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실력을 그대로 옮겨오는 박주영의 상응성은 훌륭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주변에서의 무조건적인(?) 찬사와 그에 따른 개인의 매너리즘은 결국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노메달과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스위스전에서의 무기력한 패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이 지금까지 국가대표 및 올림픽 대표팀에 지속적으로 호출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박주영은 주전이든 아니든 간에 어쨌거나 국가대표의 부름을 곧잘 받았고, 포워드 부문에 여지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국가대표에서는 몇 차례 번호 수정 외에 늘 ‘스트라이커, 팀의 중심 상징’ 등번호 10번을 가져갔으며,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오장은(울산 현대) 등에게 잠시 10번을 넘겨주었다가 결국 올림픽 본선에서 다시 10번을 가져갔다. 프로 무대에서 ‘약발이 다 떨어진’ 박주영에게 왜 그랬을까.


축구 팬이라면 정답을 알 것이다. 그만큼 박주영의 활약 유무에 상관없이 공격진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고, 아직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 여기서 박주영의 장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겠는데, 한창 공격적 리듬과 탄력을 받으면 그것을 그대로 유지시켜서 순도 높은 공격력을 펼치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센터 포워드에 갖다 놓아도 자신의 짝꿍인 동료 스트라이커와 유기적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상대팀에게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박주영 선수는 처진 스트라이커, 섀도우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에 강점을 보이는데, 바로 이 점이 동료 스트라이커와의 유기적 플레이가 잘 이루어진다는 증거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소속팀 FC 서울에서는 윙 미드필더까지 보곤 했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를 합쳐) 국가대표에서는 이근호(대구 FC), 서동현(수원 삼성), 양동현(울산 현대), 한동원(성남 일화) 등이 젊은 패기를 앞세워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특히 이근호는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모두를 아우르며 포워드와 윙어를 오가는 찰진 공격력을 펼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놓치지 않았던 것은 바로 두 사람, 안정환(부산 아이파크)과 박주영이었다. 안정환은 특히 2008년 초봄에 벌어지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 자주 활용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안정환만한 공격 자원이 없다는 방증이다. 그와 더불어서 박주영도 성인 대표와 올림픽 대표 두 무대를 소화했다. 유효 슈팅이나 득점을 바라지 않아도 박주영은 믿을 만한 선수라는 게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주영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막바지에 페널티 킥으로 각각 두 골을 뽑아내며 승리에 일조, 혹은 공격력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냈다. 또한 2008년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 대회에서도 박주영 선수는 중국을 무너뜨리는 핵심의 두 방을 쏘아대며 기대에 부응한 바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만 빛을 발한다는 그의 프리킥일지라도(이것 때문에 그는 한창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카메룬전에서 터뜨린 골이 몇 년 만의 골이었을지라도, 우리는 박주영을 믿어왔다. 여기에 반문을 달 사람은 적을 것이다. 우리는 미련할 정도로 그를 믿어왔고,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건씩은 터뜨려왔던 것이다.



위건 애슬레틱과 AS 모나코의 사이에서


축구 팬들 사이에서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만년 유망주’라는 말을 들어도, 축구의 불모지인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85년생 선수면 그래도 아직 미래가 창창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아쉽게도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그리고 각 유럽의 축구 강국처럼 10대에서부터 빅 클럽 소속으로 뛰는 선수를 거의 볼 수 없다. 수원 삼성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신영록 같은 자원 외에는 말이다.


거기다가 박주영은 대구 청구고 시절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다녀온 경험도 있고, 그때 어렴풋이 눈도장을 찍은 해외 여러 스카우터들의 레이더망 때문인지 요 몇 년박주영을 노린 해외 클럽도 세어보면 꽤 많다. 2005년에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왔으며, 2007년 맨유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는 그 유명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영 보이(Young Boy)" 라며 박주영을 찾았고, 올해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와 위건 애슬레틱으로부터 각각 정보 수집되었다.


선덜랜드는 주전 스트라이커 켄와인 존스와 짝을 맞출 공격수를 찾기 위해, 그리고 위건 애슬레틱은 이제서야 밝혀졌지만 조금 흑심이 있었는지 우리나라 기업 스폰서를 따기 위해 박주영을 노려왔다. 선덜랜드와는 그 어떤 공식적 움직임이 없었기에 연락줄이 끊겨졌고, 위건 애슬레틱 역시 박주영 소속팀 FC서울 측과 자세한 세부 조율을 요청하지 않았기에 무산되었다. FC서울은 “위건 애슬레틱과 그 어떤 공식적 관계를 맺은 바 없으며, 그것을 떠드는 한 언론의 모습도 불쾌하다”라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이전에는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로부터 오퍼가 들어왔으나 거부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언론의 보도와 FC서울, 그리고 박주영 에이전트이 태도를 종합해 보면, 프랑스 르샹피오나 리그 앙(Ligue 1)의 AS모나코가 박주영에게 접근했던 과정은 상당히 건설적이고 세부적이었나 보다. AS모나코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박주영 을 지켜보았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까지 챙겨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 구단 및 에이전트 측과 상당한 우애를 자랑하며 긍정적 분위기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박주영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모나코 왕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었고, 그렇게 해서 유럽 축구 시장 이적 시한이 하루 남짓 카운트다운이 걸린 가운데, 2008년 8월 31일 극적으로 박주영은 AS모나코 입단을 확정지었다.


위건 애슬레틱과 AS모나코의 사이에 놓인 갈림길이었다. FC서울 측은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위건 애슬레틱이 정보 수집도 하고 어쨌거나 오퍼를 넣은 것은 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스티브 브루스 위건 감독도 영국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을 언급했으며, 그들은 한국 기업 스폰서를 따기 위해 지엽적으로 박주영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FC서울 측, 그리고 에이전트와 박주영 선수 개인은 결국 AS모나코의 손을 들어줬다. 위건 애슬레틱은 빅 리그의 팀이지만, 강등권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약팀이고, 그들의 흑심이 뻔했기 때문에 ‘한창 성장할’ 박주영에게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 르샹피오나의 영웅부터 되어라


박주영은 이제 공식적인 입단식을 치르고 AS모나코 관계자들, 그리고 브라질 출신 사령탑 히카르두 고메스와 함께 일면식을 가진 다음 9월 초 국내에 들러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FC서울의 홈경기에 팬들과의 작별 인사를 할 계획이다. 또한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대표팀에 박주영 선수를 제외하는 배려(팀에 적응하라는 뜻)를 비췄으며, 박주영은 AS모나코의 비어있던 등번호 10번을 운 좋게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박주영이 31일 인천 공항에서 출국하면서 했던 말이 영 찜찜한 모양새다. 그는 공항에서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S 모나코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빅 리그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자, 여기서 또 누가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정확히 1년 전, 그러니까 2007년 8월 31일 마찬가지로 극적 타결에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적을 옮긴 이천수다. 그 역시 언론과의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러한 유의 말을 꺼낸 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자신만만한 말투로 말이다.


이천수는 결국 페예노르트에 가서 어떻게 되었는가. 결과적으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무대에서 적응도 못했음에도, 출국하기 전부터 그 곳을 찍고 빅 리그로 가겠다며 김칫국부터 마신 거나 다름없었으며,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부상 악령과 향수병으로 우리나라를 몇 차례 오가더니 결국 리그에서 20경기를 못 채우고 2008년 여름 수원 삼성으로 임대되었다. 말이 임대이지, 사실상 페예노르트와의 작별이었다. 이천수를 끝까지 신임하며 어쨌거나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줬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네덜란드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옮겼고, 이천수의 전후 상황을 모르는 허트얀 베어벡 신임 감독은 이천수를 차갑게 대하는 게 당연했다.



만약 박주영이 이같은 마인드를 가졌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르샹피오나 무대에서 비난 받을 각오는 해야 한다. 그리고 선배의 예처럼(공교롭게도 이천수와는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냉정한 유럽 축구의 평가에 의해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 박주영은 축구 불모지인 대한민국 출신이며, ‘아시아의 어느 변방국가’ 선수인 만큼 유럽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열세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모나코 수뇌부의 신뢰를 받는다 해도, 가혹한 차별 속에 까딱하다간 벤치만 달굴 수 있다.


이번 시즌 AS모나코는 주전 스트라이커 제레미 메네스(프랑스)를 이탈리아 AS로마로 이적시켰고, 브라질 공격 요원 네네 역시 스페인의 에스파뇰로 임대시켰다. 그리고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날아온 ‘미국 축구 신동’ 프레디 아두, 그리고 박주영으로 공격진의 대대적인 새 판을 짤 모양이다.

박주영의 입단이 확정된다면, 그에게 일단 주전 자리가 시범적으로 주어질 게 예상된다. 박주영에게 당부한다. 우선 프랑스 르샹피오나의 영웅이 되라. ‘AS 모나코의 동양인 선수가 르샹피오나에서 믿기 힘들 만큼 대단하더라’는 소문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아스날의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토고)처럼 빅 리그의 영예가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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