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거액으로 만들어진 ‘의리적 구토’
5천원 거액으로 만들어진 ‘의리적 구토’
  • 김다인
  • 승인 200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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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활가 제씨들은 보실 만한 것이다’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세계 최초의 영화는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3분짜리 <열차의 도착>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한국영화를 무엇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어왔다.

오랫동안 최초의 한국영화를 1919년 만들어진 <의리적 구토>라 여기고 이 작품이 처음 상영된 10월 27일을 1963년부터 영화의 날로 기념해왔다.

하지만 <의리적 구토>는 연쇄극(키노드라마)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영화가 아니라는 이견이 제기됐다. 연쇄극은 일본에서 유행했던 연극의 변형으로,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 힘든 장면을 필름으로 미리 촬영해 놓았다가 극의 흐름에 따라 연극 공연 중간에 그 촬영 분을 영사하는 형태의 공연이다. 뿐만 아니라 <의리적 구토>는 연쇄극의 제목이므로 여기에 사용된 짧은 필름에 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들을 받아들여 현재는 <의리적 구토>와 그때 함께 공개된 실사영화 <경성(京城) 전시(全市)의 경(景)>을 모두 한국영화의 효시로 인정하고 있다.

<경성 전시의 경>은 한강철교, 장충단, 청량리, 남대문 정거장, 뚝섬, 전차, 기차, 자동차, 공원, 기타 경성의 명승지를 찍은 것으로 상영된 필름은 35㎜ 1권 분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단 한 컷도 없다.

<의리적 구토>는 신파극단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이 감독, 각본, 주연을 맡고 극단 단원들이 배우로 출연했다. 당시는 여배우가 없어서 <의리적 구토>에서 계모 역할은 남자배우 김영덕이 여장을 하고 연기했다.

국내 기술진이 전무한 탓에 촬영은 일본인 미야가와 소우노스케가 맡았고 제작비는 단성사 사주였던 박승필이 낸 5천원이었다. 당시 시골부자의 전재산이 1천원 정도이던 때이므로 5천원은 큰 돈이었다.

그 내용은 계모의 간계로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재산이 다 없어질 위기에 놓이자 주인공인 송산이 정의의 깃발을 높이 들어 계모 일당에게 복수한다는 권선징악적인 것이었다.

매일신보 1919년 10월8일자에는 ‘최초의 연쇄활동극 영사’라는 제목 하에 ‘단성사주 박승필이 오륙천원의 많은 돈을 들여서 우리 조선에서는 처음 되는 활동사진 연쇄극을 영사(촬영)한다. 처음 박을 것은 <의리적 구토>라는 각본을 박을 것이라는데 장소는 명월관 지점, 청량리 홍릉 부근, 장충단, 한강 철교 등이더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완성된 <의리적 구토> 개봉을 앞두고는 제작자인 박승필이 역시 매일신보에 광고를 내고 있다. 최초의 한국영화 광고인 셈이다.

‘신파극좌 김도산 일행의 경성에서 촬영된 대연쇄극…경성의 제일 좋은 명승지에서 박혀 흥행할 작정으로 본인이 오천원의 거액을 내어…오는 27일부터 단성사에서 봉절개연을 하고 대대적으로 상장하오니 우리 애활가(영화애호가) 제씨들은 한번 보실 만한 것이다.’-매일신보 1919. 10. 27(안종화의 <한국영화측면비사> 참조)

입장료는 특등석 1원50전, 1등석 1원, 2등석 60전으로 평상시 1등석이 40전인 것에 비해 비싼 가격이었다. 참고로 당시 설렁탕 한 그릇이 10전이었다. 이처럼 높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의리적 구토>의 성공 이후 김도산은 <시우정> <형사의 고심> 등의 연쇄극을 만들었으나 1923년 본격적인 극영화 <국경>을 연출하던 중 사고로 31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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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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