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리거 ‘박설김‘ 트리오를 믿어야 한다 ②
코리안 리거 ‘박설김‘ 트리오를 믿어야 한다 ②
  • 이근형
  • 승인 200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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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완쾌, 설기현과 김두현 ‘맑음’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지난 24일 새벽, 설기현은 풀럼 수뇌부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홈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아스날과의 경기에 또 한 번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두 경기 연속 골은 놓쳤지만 시즌 초반 연속 선발 출장은 대단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화답이라도 하듯 그는 이날 경기에서 좌우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하지만 설기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는 06/07 프리미어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후 레딩 소속으로 미들즈브러와의 개막전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어시스트 두 개를 연속 뽑아내고, 팀의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죄다 그의 몫으로 돌아가는 등 말 그대로 설기현의 날이었다.

심지어 잠시 대기 명령을 받고 있다가 그라운드에 진입할 때, 자기 눈앞에서 공을 몰고 달려오는 미들즈브러 선수를 꼼꼼히 마크하는 장면에서는, 설기현이 06/07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언가 하나 터트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런데 그의 치명적 약점이 이 시점부터 드러났다. 시즌 초반에만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단점이 그것이다. 이유는 없었다. 급격히 컨디션 난조를 보인 그는 이후 이렇다 할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서 주전 자리를 내놓았다.

만약 설기현이 머지 않아 호지슨 감독의 신임을 잃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분명 그것은 자신의 치명적 약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냉정히 말해 컨디션 난조도 실력의 한 단면이기 때문에, 팬들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개막전에서 득점을 한 것도 빛이 바래질 것이고, 다시 07/08 시즌처럼 출장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팀의 전력 외로 분류될 것이 뻔하다.


웨스트 브롬위치 김두현은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포워드 이스마엘 밀러를 받쳐주는 공격형 미드필더 겸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웨스트 브롬위치 측은 김두현 스스로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제일 자신 있어 하고, 게다가 몸싸움이 비교적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마렉 체흐, 조나단 그리닝 더블 볼란테를 김두현의 뒤에 배치시켰고, 김두현으로 하여금 공격의 끝맺음을 제조하게 도와주려고 크리스 브런트, 제임스 모리슨 좌우 윙 미드필더가 균형을 맞춰 섰다.




이렇게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신발을 신은 듯한 김두현은 자신의 첫 빅 리그 경험, 그것도 상대방이 아스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로 웨스트 브롬위치의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물론 아스날의 사미르 나스리에게 결승골을 내줘 팀은 0대1로 패했지만, 김두현은 팀 내 최고 평점(8.2점)을 받아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렇게 08/09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설기현, 김두현 두 선수는 ‘날씨 맑음’이었다. 설기현은 개막전에서 팀의 시즌 첫 골이자 개인 성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효과를 내면서 이익을 챙겨갔고, 김두현 또한 선발 출장하여 팀내 최고 평점을 받으며 웨스트 브롬위치의 붙박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았다.


설기현은 앞서 언급했듯이 시즌 초반에만 반짝 하는 치명적 단점,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팀 가운데 가장 공격진에서 라이벌 구조가 심한 풀럼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얼마만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두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상대로 라이벌 관계가 굳어지던 헝가리 축구스타 졸탄 게라가 풀럼으로 떠났지만,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주전을 보상받는다 하더라도 유럽 축구에서 불문율로 전해지는 ‘승격 팀들의 잇따른 실패’가 김두현에게만 빗나간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 축구팬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박지성은 무릎 부상이 완쾌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제 몸 추스르기에 나서면서 최근 맨유 선수들과 훈련에 참가했다고 전해진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뉴캐슬과의 시즌 1라운드에서 결장했던 박지성이 2라운드인 포츠머스와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박지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뉴캐슬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박지성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결장했을 때 언론이나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맨유가 홈에서 뉴캐슬에게 비긴 이유는 바로 박지성, 호날두 등의 주요 자원이 빠졌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시즌 전에 박지성의 커뮤니티 쉴드, 그리고 개막전 출장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관계자들의 반응도 박지성을 호날두와 함께 팀의 주축으로 말하는 분위기다. 비록 커뮤니티 쉴드, 그리고 개막전 이후 두 경기 연속 출장하지 못했지만, 박지성은 준비만 다 마친다면 언제든 출격할 분위기다.



우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관람하면서, 코리안 리거들의 현 주소를 바로 박지성, 설기현, 김두현 선수에게서 찾아야 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우리나라 선수들은 실력 부족,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축구 불모지 국가 특성상 주전 자리를 온전하게 차지했던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날그날 컨디션이나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출장 기회가 주어지는 한국 해외파의 단면은,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을 것 같다.


희망을 갖고 바라본다면, 박지성은 여전히 맨유의 신임을 받고 있는 듯하며, 설기현은 자기 할당량을 무난하게 마칠 경우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칭스태프의 탄탄한 지원 아래 있는 김두현이라고 웨스트 브롬위치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박설김’ 트리오를 믿어야 한다. 이들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열심히 뛰어줘야 다시금 한국 축구에 대한 믿음이 빅 리그 무대에서 꽃피워진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는 거듭 발전하게 된다.


국내 무대에서 곧바로 빅 리그에 올라 영국 언론으로부터 최악의 선수라 혹평을 받은 이동국, 그리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험한 ‘세계 축구의 높은 벽’, 거기다가 중동 강호들이 모두 모여 있고 더해서 껄끄러운 북한까지 속해있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등등...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길이 많다. ‘박설김’ 트리오가 월드컵 최종 예선의 주포로 낙점되는 건 수순이지만, 그들이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한국 축구 이정표는 탄탄대로 혹은 가시밭길로 갈리게 되어있다. 절대 비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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