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거 ‘박설김‘ 트리오를 믿어야 한다 ①
코리안리거 ‘박설김‘ 트리오를 믿어야 한다 ①
  • 이근형
  • 승인 200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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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08/09 프리미어리그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토트넘 홋스퍼의 이영표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영표는 안양 LG 치타스(FC 서울의 전신)에서 부동의 주전 왼쪽 윙 미드필더였으며, 국가대표에서도 왼쪽 윙백과 왼쪽 윙 미드필더 자리는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PSV 에인트호번에서는 데뷔 시즌인 02/03 시즌 후반기부터 유럽 적응을 끝마치더니 어느새 박지성보다 먼저 왼쪽 사이드백 자리를 점하는 등 수뇌부와의 원만한 관계와 붙임성, 그리고 성실한 플레이로 가는 곳마다 왼쪽 자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새겨 넣었었다.


05/06 시즌 맨유의 박지성과 함께 프리미어리거 2호로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이영표는 그 시즌 내내 왼쪽 자리를 불허하며 팀의 06/07 UEFA컵 진출에 일조했다. 아주 옛날 이야기이지만, 원래 토트넘 홋스퍼의 왼쪽 사이드백을 점하던 스웨덴 출신의 날개 자원 에릭 에드만(위건 애슬레틱)이 이영표의 출현에 부담을 느껴 곧바로 짐을 꾸리고 프랑스의 스타드 렌느로 이적한 에피소드는, 이영표의 당시 영향력을 증명한다.


이영표는 07/08 시즌을 앞두고 이탈리아 세리에A AS 로마와 강력한 커넥션을 구축하며, 합의만 잘 된는다면 곧바로 잘로로시(Giallorossi, AS 로마의 애칭) 일원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까지 갔다. 국내 언론도 모두 이영표가 AS 로마로 이적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영표는 결국 이적 생각을 접었고, 그러한 와중에 마틴 욜 전 토트넘 감독에게 신임을 잃고 말았다. 마침 카메룬 대표팀의 왼쪽 사이드백 아수 에코토가 어느새 굴러들어와, 이영표의 자리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06/07 시즌은 아수 에코토와 이영표의 라이벌전, 그리고 토트넘 수뇌부가 갖고 있는 이영표에 대한 불신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이영표가 없는 토트넘의 포백 수비라인은 기동력에서는 훌륭했지만, 상대를 마크하는데 있어서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해서 마틴 욜 전 감독은 07/08 시즌부터 아수 에코토보다는 이영표를 중용하는 모션을 취했다. 마음을 졸이며 언제 주전으로 나오나 걱정했던 한국 축구 팬들은, 갑작스런 이영표의 주전 격상에 환호를 보냈다. 결국 토트넘도 이영표의 진가를 인정한다는 방증이었다. 07/08 여름 이적 시장에서 데려온 웨일즈 출신 ‘제 2의 긱스’ 가레스 베일도 이영표의 왼쪽 사이드백 자리는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07/08 시즌 중반기인 2007년 10월, 세비야를 이끌던 스페인 출신 명장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토트넘의 새 사령탑이 되었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07/08 시즌 강등권에서 헤매고 있는 토트넘을 구하기 위해 메스를 들었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능력 있는 선수들을 속속 영입하여 ‘토트넘의 봄날’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에서 쓸모없는 선수들을 리스트에 적어 방출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 명단에 이영표가 들어있었다. 심지어 토트넘이 07/08 칼링컵에서 거함 첼시를 누르고 우승했을 때에도, 이영표는 정장을 입고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과 어색한 축하 파티를 여는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대망의 08/09 시즌 초입, 토트넘 측에서는 이영표의 등번호 3번을 가레스 베일에게 부여하고 그에게 그 어떤 백넘버도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방출 통보를 내린 셈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다. 박지성, 이영표가 먼저 갈고 닦은 그 지점에 속속들이 설기현(풀럼), 이동국 등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전혀 준비가 되있지 않던 이동국의 실패는 예상했다 쳐도, 박지성과 함께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크나큰 멘토 역할을 했던 이영표마저 입지가 흔들리는 건 충격에 가까웠다. 지금은 호성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설기현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에 포함됐었다. 잉글랜드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4~5명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자랑은 이제 빛이 바래진 것일까.



08/09 프리미어리그가 2008년 8월 16일을 기점으로 긴 여정의 막을 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여파로 개막전 한국 선수 출장이 큰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축구 팬들은 설기현과 김두현이 각각 선발로 출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알 듯, 박지성은 현재 무릎 이상으로 간단한 몸 추스르기에 나선 상태라 선발 출장이 불가능하고, 이영표는 배번도 못 받고 자신이 뛰는 자리를 지우베르투나 아수 에코토, 또는 가레스 베일이 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설기현과 김두현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설기현은 헐 시티와의 1라운드에서 오른쪽 포워드로 출장했다. 사실 그는 윙 미드필더로 나와야 정상이지만, 공격수도 소화 가능하기 때문에 로이 호지슨 풀럼 감독은 이날 투톱의 포워드로 내세웠다. 지난 시즌 윙 미드필드 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알제리의 아메르 부아자는 찰턴 애슬레틱으로 임대를 갔고, 그 사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유스팀 출신 잉글랜드 공격수 보비 자모라가 새로 영입되었다. 그러니까 지난 시즌 강등권에서 겨우 탈출한 풀럼이 공격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새 판을 짠 것이다.


그렇게 새 판을 짠 후 나온 포메이션은 ‘공격수 설기현’이었다. 풀럼이 지난 7월 한국 투어 경기 때 설기현에 대해 미지근하게 대했던 광경과, 언론에서 터져 나오는 설기현의 방출설 등 갖가지 악재가 겹쳤음에도 어쨌거나 설기현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는지 풀럼 수뇌부로부터 개막전 선발 출장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결론적으로 설기현의 선발 출장은 대성공이었다. 헐 시티와의 경기에서 전반 8분, 오른쪽 윙 미드필더 지미 불라드가 올려준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여 득점한 것이다. 풀럼 입단 후 첫 골이자, 풀럼의 08/09 시즌 첫 득점이라는 큰 의미의 공격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팀은 1대2로 역전패 당했지만, 설기현의 골로 인해 풀럼 측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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