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우성]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 제작과정 재현(다큐프라임). 심장을 적출해서 이식하기까지의 긴박했던 6시간(극한직업). 상상만 해오던 무인도에서의 처절한 생존기(리얼실험프로젝트X). 이상은 최근 EBS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 프로그램의 면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약과 완급의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감각적 형식미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지식채널e’와 해외 유수 다큐멘터리를 엄선하여 내보내는 ‘다큐10’, 벌써 5회째를 맞은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등 다큐교양분야에 관한한 EBS의 아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보는 사람 따로 있던 시절이 얼마 전이다. 방송법이 개정되기 전인 80년대 말, KBS3TV(EBS의 전신)는 다른 공중파 채널들과 동떨어진 어딘가에서 예의 경직된 자세를 고수하며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채 지나지 않아 EBS는 ‘교육시키는 방송’의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성공한다. 왜곡ㆍ미화되지 않은 담백한 메뉴를 잔뜩 준비했던 것이 주효했다.

어렵게 구축한 ‘다큐명가’의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까. EBS가 여기에 또 한 번 박차를 가한다.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가을 편성 설명회'에서는 새롭게 선보일 프로그램들의 예고편 영상이 공개됐다.

공룡이 알에서 부화해 성장하고 죽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공룡>이 우선 눈에 띈다. 한반도의 호숫가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공룡들의 드라마틱한 삶이 HD영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원시자연에 가까운 뉴질랜드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한편, 컴퓨터 그래픽으로 한반도 토착공룡들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특히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내 다큐멘터리 역사에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에 참석한 프로그램 연출자 한상호PD는 “영화 <킹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세계 역사ㆍ문명 시리즈도 흥미롭다. 아프리카 원시문명, 안데스문명, 동서양문명 교차로인 ‘골든 트라이앵글(모로코, 스페인 안달루시아, 이스탄불)’ 등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다니며 심층 취재한 다큐멘터리가 연달아 전파를 탈 예정이다. 위험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포착해낸 원주민의 삶은 지금껏 접할 수 없었던 진귀하고 경이로운 장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어려운 학문영역을 다큐멘터리와 접목한 실험이 돋보인다.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직각 삼각형의 비밀을 탐구하고 그 원리를 통해 수학이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는 <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 등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교육콘텐츠형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100년 전 멸종한 코끼리거북 ‘마리온’이 동물원에서 탈출하여 절벽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의 실화를 재연할 <마리온 이야기>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

EBS는 앞으로도 세계자연유산시리즈, 실생활과학다큐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BS 다큐멘터리의 고급화, 대형화 전략이 다큐멘터리 왕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김우성

press@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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