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편집을 예술로 승화시킨 김현 ③ <끝>
영화편집을 예술로 승화시킨 김현 ③ <끝>
  • 김다인
  • 승인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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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감독과 맞먹는 식견과 감각 필요 / 김다인



‘그때 그 인터뷰’는 80,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영화계 사람들을 필자가 1993년에 인터뷰해 쓴 것입니다. 그 여섯 번째로 영화 편집을 예술로 승화시켜온 김현 편집기사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인터뷰365 김다인] 많은 영화중에, 김현씨가 편집의 귀감이라 여기는 작품은 <대부> <아마데우스> <디어 헌터> 그리고 <남과 여>이다.

지금처럼 비디오 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시절에 그는 <대부>를 극장에 가서 스무번도 넘게 보았다.

첫 커트부터 마지막까지 한군데 허점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편집이었다. <대부> 못지않게 보고 또 본 <아마데우스>는 소리편집에 있어 어느 영화보다도 뛰어났고 그를 탄복하게 했다.

필름을 자르고 잇는 기술은 신필름 시절 익혔지만 편집감각은 이처럼 극장 안에서 수십 번씩 영화를 보면서 체감했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서 재편집을 해보았으면 하던 것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다.

2시간50분 오리지널판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길게 지속되는 흐름을 좀 가다듬는다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생각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영화 녹음을 맡았던 이에게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는데 배용균 감독의 고집으로는 될 성부른 일이 아니다 싶어 직접은 얘기해 보지도 않았다.

나중에 극장 상영관이 2시간 9분으로 다듬어졌을 때 자신이 해보지는 못했지만 훨씬 좋아졌다고 흐뭇해했다.

편집실에 일이 몰릴 때는 한쪽에 잘려나간 필름이 산더미를 이룬다. 이걸 치우는 일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옛날 흑백필름 같으면 녹여서 은을 빼내졌다고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 컬러 필름은 재생이 되지 않아 청소부들도 생활쓰레기가 아니라 하여 웃돈을 얹어주고 치워야 한다.

많이 찍어오는 감독일 때는 10만피트, 보름이 5만~6만피트 필름을 찍어오니까 보통 총 촬영분의 10분의 1이나 5분의 1정도만 ‘영화’가 되고 나머지는 돈 주고 치우는 쓰레기가 된다.



<시네마천국>이란 영화를 보면 잘려나간 필름들만 모아서 붙여놓은 영사기사가 등장하는데 김현씨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자신이 편집한 <경마장 가는 길>이나 <그들도 우리처럼> <남부군> 등등, 알려진 작품들에서 대표적인 커트들을 한데모아 한편의 영화로 완성해 놓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도 기상천외한 ‘자투라기 영화’가 만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혼자 틀어놓고 봐도 그럴싸하지 싶다. 그러나 생각뿐이지, 바쁜 일정에 쫓겨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편집은 흔히 촉박하게 시간을 다투며 진행된다. 이제는 프로가 되어 시간의 촉박함과 넉넉함에 따라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본 영화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처리되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김현씨더러 ‘작품을 고른다’고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전혀 그런 것같지 않지만 연출을 잘하고 잘 찍혀진 영화 편집을 할 때 더욱 신이 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김현편집실에는 그처럼 되는 것이 꿈인 조수 둘이 열심히 배우고 있다. 편집을 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김현씨는 나름대로 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편집을 배우겠다는 욕심보다 끝까지 영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편집은 타고난 자질과 기술의 혼합이기 때문에 감독과 맞먹는 식견과 감각이 필요하고 오랜 경험이 그 바탕을 이뤄야 합니다. 전 항상 그런 말을 합니다. - 필름은 수십, 수백 명이 고생한 결과이다. 그러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마지막 마무리를 해야 한다.”


편집을 시작한지 10년, 본격적으로 전문편집인으로 나선 지 10년, 도합 20년 동안 편집실 설비에 줄곧 투자했던 김현씨는, 현재 건축중인 종합촬영소가 완성되어 완벽한 설비를 갖춘 편집실이 개방되면 휠씬 쉽게 전문편집인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현씨의 꿈은 처음 가지게 된 ‘내집’에서 두 딸과 함께 사는 것.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내에 원하던 감독이 되는 것이다.

신필름에서 하도 힘들어 그만두려했을 때 신상옥 감독이 “나중에 감독시켜 주겠다”고 한 말을 믿고 참았을 만큼, 감독에의 꿈은 영화계 입문 동기이기도 한다.

김현씨가 그저 ‘꿈 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을 해오고 있고 몇 년 내 독립 제작으로 그 꿈을 현실화시킬 참이다.

늘 계산과 어긋나는 현실이지만, 이 부분에는 그의 필름 바라던 바를 담고 있어 늦어지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필름이요? 아마 어느 감독보다 많이 쓸걸요. 하하하”


그때를 예비하며 김현씨는 다시 그의 터인 편집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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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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