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계란찜은 맛있다”
“인터넷 계란찜은 맛있다”
  • Crispy J
  • 승인 20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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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규제를 기대하며 / Crispy J

[인터뷰365 Crispy J] 친구들과 함께 중국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한 외국인 친구가 한국도 음식을 먹을 때 중국처럼 젓가락을 쓰냐고 물었다. 그래서 우리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라고 대답하면서, 중국의 젓가락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흥미롭다고 하더니, 그러면 chopstick(젓가락)을 한국어로 알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친절하게 ‘젓가락’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한국 사람이 내게 와서는 왜 나쁜 장난을 했냐고 화를 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하필 욕을 가르쳐 주었냐며 나를 비난했다.

욕이라니?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전날, 나는 욕은커녕, 중국의 젓가락은 유난히 길고 앞뒤의 크기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우리나라 젓가락은 앞이 뒤쪽보다 가늘고 크기도 중국과 일본의 중간 정도 된다며, 친절한 설명까지 아끼지 않았다. 억울한 마음에 나는 욕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젓가락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를 나무라던 그 분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러니까 그게 젓가락이었군요.”

알고 보니 그 외국인 친구, 한국어 발음이 서툴러서 ‘젓가락’을 ‘저까라’라고 발음을 했던 모양이었다. 문제는 ‘저까라’라고 말한 뒤에 그것이 chopstick인 것을 말하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


우스운 에피소드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소통에 관련된 문제를 다룬 옛말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제아무리 좋은 의도이고 재미있는 말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왜 말했는지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앞에서 ‘저까라’라고 발음하는 그 친구의 말에 욕설을 떠올리지 못했다. 우리 앞에는 엄연히 젓가락이 놓여 있었고, 그 친구는 외국인이어서 한국어 발음에 서툰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그 친구가 열심히 젓가락을 발음할 때, 그 곳은 음식점도 아니었으며 눈앞에 젓가락도 없었다. 단순히 어제 한국어 하나를 배웠다는 정보뿐이었으니, 오해할 만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이해가 간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인터넷

[포털, 게시글 수난 시대 오고 있다]

[악플에 피멍 든 연예계 ‘사이버모욕죄’ 신설 찬성]

[‘아고라, 할 일 없는 룸펜들의 쓰레기장’]

[인터넷이 악의적 선전도구가 되면 엄청난 해악]

[조.중.동 다음에 인터넷 기사 제공 중단]


요즘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는 여러 가지 신문 기사를 보면서, ‘저까라’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소통과 이해의 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할 일 없는 룸펜들의 쓰레기장’이라고 표현된 인터넷은 내가 매일 같이 들여다보는 곳이고, 또 나 역시 글을 올리는 곳이기에 누군가를 이해시킬 만한 반론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근, 나는 포털 사이트 보는 시간이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는 말 그대로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어서 검색은 물론 뉴스, 생활정보, 쇼핑 등이 한번에 이루어져서 좋다. 또 블로그에 올라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누가 어쨌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 같은 기사들보다는 실제 ‘나는 이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아고라의 ‘즐보드’ 메뉴를 보면서 하루에 몇 번은 웃으면서 재미있어 한다. 그래서 ‘할 일 없는 룸펜들의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에 뜨끔했을 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쓰레기를 만들고, 보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를 할 수 없다! 우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주부인 나는 요리를 할 때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집에 요리책이 서너 권 있기도 하지만, 요리책을 펼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온 계란찜 레서피는 하나이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계란찜 레서피는 셀 수 없이 많다. 인터넷 레서피를 참고하면 식당 아줌마들이 만들 듯 계란찜을 만들 수도 있고, 다양한 야채를 넣어 특이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술안주로 먹을 때는 취향에 따라 번데기나 새우젓 등을 넣는 방법도 인터넷에서 배웠다.

물건을 살 때도 인터넷은 더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서점에 가서 사면 무거울 것 같은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관심이 가는 작가의 신작이나 예전에 나왔던 책도 한번에 검색할 수 있으니 발품 팔아 서점을 들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셈이다.



어디 그 뿐인가? 시즌마다 매번 업그레이드 되는 고가의 제품을 구입할 때는 인터넷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한 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던 가전제품의 광고처럼, 한 번 사면 오래 써야 하는 제품들은 덜커덕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은 내게 더없이 좋은 정보원이 돼준다.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올린 여행기 덕분에 놀러가서 근처 맛집을 r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식 맛도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의 평이 크게 틀리지 않았기에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일부 사람들은 인터넷을 ‘쓰레기’나 ‘얕은 지식의 창고’라고 말할까?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해보니, 인터넷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거나 인터넷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추측이 맞다면, 전문적인 정보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만 찾아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 예를 들어 배가 아파서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병원에 가세요’ ‘화장실 가세요’라는 말이 있다면서 불평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가 아프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민심을 확인한다는 것도 나는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 사용자도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100% 인터넷에만 매달린다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정말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직접 나가서 발로 뛰어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정부는 물론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많은 사람들의 쓴 소리에 곤욕을 치르는 주요 언론사들은 이참에 강력하게 인터넷상의 움직임을 규제하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그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악플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도 생겨났고, 인터넷을 악용해서 잘못된 시시비비를 조장하는 사람도 봤기 때문이다. 분명히 무엇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규제는 나중에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몇 년 되지도 않아 금세 말 바꿀 규제 말고, 제대로 된 규칙을 만들어서 오래도록 사람들이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문제만 덮는 규제 말고, 정말 깊이 고민한 규제를 내 놓아야 많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물을 깊게 우려낸 설렁탕이 맛이 있듯이, 문제를 좀 더 깊이 고민해서 규제다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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