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달걀에 대한 불편한 진실
닭과 달걀에 대한 불편한 진실
  • 김희준
  • 승인 200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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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닭의 알을 먹는 인간이 행복하다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닭과 달걀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됐다.

케이블TV에서 지난 주말 방영한 <제이미의 오가닉 육류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이날 영국 요리사 제이미가 택한 주제는 닭과 달걀이었다.

달걀을 자주 먹으면서도 어떻게 입 속에까지 들어오게 됐는지는 전혀 몰랐던 필자로서는 1시간 동안 제이미가 보여준 내용은 ‘쇼킹! 몬도가네’ 수준이었다.

원형 식탁에 죽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제이미는 우선 뚜껑이 덮여져있는 큰 쟁반을 열어보라고 했다. 그 안에는 기대와는 달리 부화한 지 얼마 안되는 병아리들이 들어있었다. 제이미는 놀라는 사람들에게 병아리의 털 색깔에 따라 분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옅은 노란색 병아리와 짙은 갈색 병아리. 옅은 색 병아리는 수컷이었다.

제이미가 초대한 전문가는 병아리 수컷은 모두 안락사 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컷들은 곧 작은 실험용 투명상자 안에 넣어졌다. 전문가는 상자 안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시켰다. 병아리들은 곧 질식해 죽어갔다. 방금 전까지 작은 눈을 부라리며 작은 울음소리를 내던 병아리들이 순식간에 눈을 감고 쓰러졌다. 고통 없는 안락사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참석자 중 일부는 눈을 가렸다.

살아남은 병아리 암컷들은 그러면 어떻게 알을 낳고 또 식용으로 길러져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는가.

제이미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터리 계사를 직접 방문한 화면을 보여줬다.

배터리 계사는 배터리처럼 네모지고 작은 공간이 죽 이어져 있는데 한 박스 안에는 6마리 정도가 들어있었다. 너무 비좁아 앉지도 못하고 서로 몸을 부딪히며 서있었다. 이들 산란계들은 그 좁은 공간에서 모이를 먹고 배설을 하면서 매일 달걀 하나씩을 낳는다. 이들의 생존기간은 1년, 1년이 지나면 산란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육계로 팔려나가거나 폐사된다.

배터리 계사의 닭들은 1년 정도 지나면 온몸의 깃털이 다 빠지고 몸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좁은 공간에서 닭들끼리 비비며 산 결과다.

제이미는 이어 배터리 계사보다는 좀더 넓은 공간에 횃대도 있는 등 복지가 개선된 계사, 닭들을 풀어놓고 키우지만 공간이 너무 좁아 닭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계사, 그리고 울타리만 쳐놓고 방목 상태로 키우는 자연 계사 등을 이어 보여줬다.

어느 계사에서 자란 달걀이 가장 좋을지는 소비자들도 알고 배터리 계사를 운영하는 양계업자도 안다. 하지만 양계업자는 저가의 달걀을 원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닭들이 좋아할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제이미는 이어 육계가 길러지는 과정도 보여줬다.

기계로 부화시킨 병아리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죽 내려오다가 몇 마리씩 상자에 떨어진다. 병아리가 들어있는 상자는 손에 닿는 대로 육계와 산란계로 나뉘어져 보내진다.



육계를 키우는 양계업자의 목적은 닭을 빨리 살찌워 상품으로 내다 파는 것이다. 보통 병아리들은 성장촉진제를 맞고 하루 45g씩 살이 찌워져 39일이면 성계가 된다. 자연 육성의 경우 병아리에서 성계가 되기까지는 49일이 걸린다. 성장촉진제로 10일을 앞당긴 것이다. 그도 모자라 미국에서는 살이 빨리 찌고 기존 품종보다 큰 ‘프랑켄슈타인 닭’을 개발하기도 했다.

육계 가운데는 뼈가 성장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다리를 절거나 아예 주저앉아버리는 닭들이 많았다. 사람도 일시에 몸무게가 불어나면 관절염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이미가 방문한 계사의 육계들은 좁은 공간에 자신들의 배설물 위에서 그대로 생활하다가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주저앉은 닭은 배설물로 인해 발생하는 암모니아의 독성 때문에 다리 부분이 까맣게 화상을 입게 된다.

제이미는 2006년 영국 닭의 4분의 1이 다리를 전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만약 닭을 샀을 때 다리에 까만 점 같은 화상이 나있다면 그것은 주저않은 닭이라는 것이다.

제이미는 이어 닭을 도축하는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보여줬다. 거꾸로 매달은 닭을 전문가가 전기봉 같은 것으로 충격을 줘 일시 기절시킨다. 그 다음 닭의 입을 통해 피를 빼내는 것으로 도축을 시작한다.

동물학대방지협회의 규칙도 있지만, 닭 한 마리 도축해야 겨우 3펜스를 벌고 35마리를 도축해야 1파운드를 버는 양계업자들로서는 이같은 도축법도 ‘양반’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또 자연란과 자연 육계, 그리고 배터리 계사의 닭과 달걀의 맛을 비교해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앞으로 자연란과 자연 육계를 먹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자연란은 일반 달걀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또 스스로 살 때는 가려 산다 해도 시중에서 파는 많은 식자재에 들어가 있는 닭고기가 어떻게 키워졌는가를 일일이 알기는 힘들다. 특히 정크 푸드는 1백 퍼센트 배터리 계사의 닭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이미는 주장했다.

이날 방송을 보는 내내 ‘잔인한 장면’ 때문에 불편하기는 했지만 프리덤 푸드(Freedom Food), 즉 자연상태에서 행복하게 살다 식재료가 된 닭이나 달걀이 훨씬 더 맛있고 또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제이미의 제언은 귀담아둘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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