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엘리트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 ①
하버드 출신 엘리트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 ①
  • 이근형
  • 승인 200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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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기타의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낸 ‘발명가’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리메이크앨범 Renegades(2000)에 실린 곡들 중 1번 트랙 ‘Microphone Fiend’는 힙합 아티스트 라킴의 원곡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주한 곡이다. RATM은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보컬’ 이상 네 가지 외에 다른 악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분명 ‘Microphone Fiend’의 인트로에서는 DJ가 턴테이블을 가지고 자아내는 스크래칭이 들려온다. 순간 귀를 의심한 이들을 비웃듯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가 오로지 일렉트릭기타 하나만을 가지고 네크를 마구 비틀며 스크래칭 사운드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톰 모렐로의 모든 것이다.


1964년 5월 30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톰 모렐로의 본명은 토머스 밥티스트 모렐로(Thomas Baptist Morello)다. 풍기는 외모와 성씨에서 얼핏 이탈리아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는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다. 정확히 얘기해서 케냐인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특이한 점은 어머니 메리 모렐로의 성을 따랐다는 것이다. 여성 운동가였던 메리 모렐로는 케냐의 독립 전쟁 현장에서 전쟁의 참혹성을 고발하던 용감한 여성이었다. 그러던 중 독립전쟁을 이끄는 게릴라단 ‘마우마우’의 은게테 은요로게라는 군인을 만나 급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뉴욕으로 이주해 낳은 아들이 톰 모렐로이다.

메리 모렐로는 시카고에 위치한 명문 로욜라 대학에서 흑인의 역사 및 라틴계 흑인에 대해 공부했다. 그의 남편 은게테 은요로게는 영국령 케냐를 독립시키려는 투쟁가였던 동시에 케냐 공화국 제1대 대통령 조모 케냐타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대한 포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총명함, 게다가 미국의 극심한 인종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혼혈’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톰 모렐로에게 영향을 끼쳤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톰 모렐로는 자신이 혼혈로서 받았던 직간접적인 피해를 잘 알았기에 대학 재학 중 급진 좌파로 거듭 태어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섭렵, 자신이 쌓은 지식을 나중에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그는 여기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 아티스트. 음악으로 급진 좌파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톰 모렐로는 한 인터뷰에서 “하버드라는 감투로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버드라는 타이틀로 아르바이트를 뛴 것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톰 모렐로는 기타를 잡았다. 낮에는 일반적인 대학생 생활을 하면서 밤에는 잠을 줄여가며 피나는 노력으로 기타를 익혀나갔다. 그는 어쿠스틱기타, 그리고 일렉트릭기타를 하나하나 마스터해가며 두 손이 기타에 완전히 붙도록 연습했다. 기타라는 악기 하나를 완전히 해부하듯 각 부분의 명칭이나 특징을 익혀 ‘기타 제조가’ 정도의 수준으로 기타를 이해했다.

거기에 더해 발로 밟는 이펙터로까지 그 범위를 넓혀 기타와 이펙터로 빚어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터득해 나갔다. 이왕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면 기타에 대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방대한 지식을 쌓는 게 좋겠다 싶어, 자신의 머릿속에 기타를 온전히 집어넣어버렸다.

이런 그가 롤링스톤 지(紙)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순위에 이름을 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순위에 오른 세계적 기타리스트들은 대개 10대 후반에 기타를 잡기 시작해 여러 밴드를 거쳐 최고의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톰 모렐로는 후천적으로 터득한 음악성 및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열정으로 다른 톱 기타리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톰 모렐로 음악인생 최고의 작품 -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톰 모렐로는 1988년, 라컵(Lock Up)이라는 하드 록 밴드를 결성했다. 급진 좌파 및 캠페인 개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적 성향의 밴드였다. 1990년까지 라컵에서 활동한 그는 팀을 나온 이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했다. 거기서 인사이드아웃이라는 하드코어 랩그룹 출신 랩퍼 ‘잭 드라로차(Zach de la Rocha)’, 유명 록그룹들의 세션을 도우며 방랑하던 드러머 ‘브래드 윌크(Brad Wilk)’, 그리고 베이시스트 ‘팀 커머포드(Tim Commerford)’와 만나게 된다.

이들은 미 서부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행하던 랩 메탈, 랩코어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내 팀 이름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으로 정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음악 기획사인 소니 뮤직에 들어가 1992년 1집 ‘Rage Against The Machine’을 발표한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1집에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랩메탈 장르뿐 아니라 록계 전반에서도 영향력 있는 차세대 록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1996년 2집 ‘Evil Empire’를 발매했고, 이를 통해 랩 메탈의 유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또 미국 정부가 소련을 향해 지칭했던 ‘악의 제국(Evil empire)’을 역으로 미국에게 돌리는 듯한 반미 선동 음악으로 좌파들의 환영을 받아냈다. 앨범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199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앨범 수록곡 ‘Tire Me’가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0년 3집 ‘The Battle Of Los Angeles’는 90년대 초반 전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LA폭동을 고발하는 듯한 이미지와 여전히 날이 서있는 정치적 트랙으로 일관하고 있다. 3집 역시 미국 빌보드차트 ‘The Billboard 200' 1위, 빌보드차트 인터넷 앨범 부문 1위, 그리고 영국 앨범 차트 23위를 기록하며 더욱더 높이 날아올랐다.

티베트 독립 운동 촉구 콘서트에서 나타나듯 그들의 정치적 음악은 스튜디오 앨범을 넘어 라이브 공연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평단으로부터도 “해가 거듭할수록 정치적 색깔이 짙어지며 사회를 비판하는 하나의 거울이 되었다”라든지,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급진 좌파의 목소리를 실감나게 담았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게다가 힙합과 록을 섞은 랩 메탈이 메이저로 올라서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칭찬을 이끌어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소속으로 거침없이 달려오는 동안 톰 모렐로는 자신의 기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그는 신시사이저나 컴퓨터 샘플링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팀의 특성을 역으로 잘 살려, 오직 두 손으로 엮어내는 일렉트릭 기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록 사운드를 힙합 등 흑인 음악에 밀착시켰다.

그 전까지 흑인 음악에 있어 일렉트릭 기타는 펑키 재즈나 블루스에 사용되어 애잔한 사운드와 간드러지는 멜로디를 자아냈을 뿐, 힙합의 랩핑을 더욱 더 감칠 맛 나게 꾸며주는 DJ의 턴테이블링이나 스크래칭을 따라오진 못했다. 심지어 랩 메탈의 효시인 런DMC도 Rock Box라는 힙합과 록의 접합을 이뤄낸 노래에서 일반적인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넣었을 뿐이다. 한마디로 톰 모렐로는 일렉트릭 기타의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낸 발명가나 다름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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