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블랙모어의 자유로운 음악 세계
리치 블랙모어의 자유로운 음악 세계
  • 이근형
  • 승인 200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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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음악' 이 필요했던 딥 퍼플의 선봉장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리처드 휴 블랙모어. 그는 역사적인 록그룹 딥 퍼플(Deep Purple) 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다. 딥 퍼플이라는 록그룹도 사실은 그의 손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60년대 말, 영국 왕립 음악 학교 출신의 유능한 키보디스트 존 로드와 함께 손을 잡고 록그룹을 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잉글랜드 전 지역을 돌면서 드러머 이언 페이스, 보컬 로드 에번스, 그리고 베이스엔 닉 심퍼를 차례대로 영입하고 본격적으로 딥 퍼플 1기 시대를 열어갔다.


딥 퍼플 1기는 하드록보다는 프로그레시브 록을 주로 구사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1960년대 스타일의 로큰롤도 애용했었다. 그 흔적이 바로 딥 퍼플 1집 Shade Of Deep Purple의 비틀즈 노래 Help! 리메이크 버전, 그리고 2집 The Book Of Taliesyn의 비틀즈 노래 We Can Work It Out을 들 수 있겠다.


1기까지는 주로 리치 블랙모어보다는, 진보적인 음악을 좋아하던 존 로드의 리드에 의해 딥 퍼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 로드 못지않게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 리치 블랙모어는 3집 Deep Purple까지 딱 내고, 1기의 멤버 중 드러머 이언 페이스, 키보디스트 존 로드만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1기 멤버들을 내보낸 다음, 희대의 록 보컬 이언 길런과 베이스 기타의 천재 로저 글로버를 새로 영입했다. 그리고 딥 퍼플은 그 유명한 제 2기를 맞게 되었는데, 여기서 딥 퍼플은 그룹 역사상 가장 많은 인기와 부를 얻게 되었다. 2기는 하드록의 위대한 탄생을 알렸고, 나아가 헤비메탈의 기본까지 다졌다. 이것은 온전히 하드록과 블루스를 고집하는 리치 블랙모어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2기 또한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멤버들 간의 불화로 인해서 서로 뿔뿔이 헤어졌던 것이다. 역시 이것 또한 리치 블랙모어의 독단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새 멤버를 들여왔다. 성형수술로 미남이 되어버린, 웨이터 출신의 허스키한 보컬 데이비드 커버데일, 그리고 베이스는 물론 보컬도 가능한 다재능 자원 글렌 휴즈를 새 멤버로 앉히고, 3기를 맞이했다.


3기에서는 블루스와 하드록의 절묘한 접합이라고 평가받는 Burn!이라는 명반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데이비드 커버데일과 글렌 휴즈 모두 블루스와 펑키 재즈를 굉장히 좋아해서, 딥 퍼플의 스타일은 어느새 블루스 록그룹으로 변하고 말았다. 역시 이것마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로워했던 리치 블랙모어는 3기의 마지막 앨범 Stormbringer까지 마치고 바로 팀을 탈퇴했다.



리치 블랙모어는 딥 퍼플 1,2,3기를 거치면서 점점 딥 퍼플의 중심을 자신으로 모아지게 만들었다. 그의 손에서 거의 모든 노래가 거쳐 나왔고, 하드록의 근본을 만들어낸 위대한 업적도 바로 그의 손에서 나왔다. 하지만 자신을 뒤에서 도와준 멤버들과 의견차가 많아, 항상 다투기 일쑤였다. 리치 블랙모어는 순전히 '자기 음악' 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직 리치 블랙모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록그룹을 말이다.



리치 블랙모어 음악 인생의 모든 것 '레인보우'

그래서 리치 블랙모어는 1975년 딥 퍼플을 탈퇴한 다음, 미국 뉴욕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노래했던 록그룹 엘프(Elf)를 완전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엘프는 딥 퍼플의 초대 밴드로도 자주 나왔던 그룹이었는데, 그 그룹에는 의대 출신의 비상한 머리를 가진 '최상의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가 있었다.


디오의 본명은 로널드 제임스 파다보나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그의 보컬은 마치 천상을 뒤흔드는 듯한 큰 울림을 가진 독특한 것이었고, 그것이 바로 리치 블랙모어의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결국 리치 블랙모어는 엘프의 팀 이름을 Ritchie Blackmore's Rainbow로 만든 다음, 나중에 가서 짧게 레인보우 (Rainbow) 라고 고쳐서 완전히 자신이 지배하는 록그룹으로 변모시켰다.


레인보우 1기는 셀프 타이틀 1집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평론가들 또한 데뷔 앨범치고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기는 Man Of The Silver Mountain, The Temple Of The King 같은 히트곡을 양산했고, 미국에서는 1집이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치 블랙모어는 레인보우 1기에 모집된 멤버들의 구성이 결코 훌륭하지 않다고 느껴져서, 디오만 제외하고 모든 멤버들을 숙청(?)시켰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베이시스트 지미 베인, 키보디스트에 토니 캐리, 그리고 드러머에는 콜로시엄이나 베들레헴 등을 거친 실력파 드러머 코지 파웰을 앉혔다.


이렇게 형성된 레인보우 2기의 주축은, 리치 블랙모어와 디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들의 카리스마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미남 드러머 코지 파웰 (본명 콜린 파웰) 이었다. 실력도 최강이었고, 팀을 이끄는 리더쉽도 대단했다. 이런 가운데 레인보우 2기는 레인보우 역대 음반 중 명반으로 꼽히는 2집 Rainbow Rising을 발표했다. 이 음반 또한 하드록의 눈부신 역작으로 평가받았고, 일본에서 골든디스크를 수상했다.



리치 블랙모어는 2집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역시 디오와 코지 파웰을 제외하고 모두 팀을 탈퇴하게 했다. 그리고 실력파 베이시스트 밥 데이즐리와 키보드에는 데이비드 스톤을 넣었다. (훗날 밥 데이즐리는 록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베이시스트가 된다.)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는 3집 Long Live Rock 'n' Roll을 발표했고, 그 앨범 또한 대성공을 거두면서 보컬 디오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놓았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게 된 디오는 리치 블랙모어와 음악적으로도 다투는 시간이 많게 되었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지 파웰은 조금 더 리치 블랙모어와 음악을 하기로 했고, 디오는 레인보우를 나와서 블랙 새버스로 이적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와 잉글랜드 등지에서 블루스 그룹으로 활동하던, 제임스 딘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미남 보컬 그레이엄 보넷이 레인보우의 차기 보컬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딥 퍼플에서 리치 블랙모어의 오른팔이었던 로저 글로버가 레인보우의 새 식구가 되었다. 이들은 레인보우 4기로써, 1979년작 Down To Earth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팝송 분위기가 물씬 풍겨지는 록그룹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리치 블랙모어는 팝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록, 그리고 80년대 스타일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메탈을 하기 위해 굵직한 보컬 성향을 가진 그레이엄 보넷을 처단시키고, 드러머 코지 파웰 또한 팀을 나가게 했다. 그 빈자리에는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기른 미소년 보컬 조 린 터너를 넣었고, 드러머에는 바비 브론델리를 기용했다.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는 Difficult To Cure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1980년대 스타일의 메탈의 길을 걸었다.


이후 리치 블랙모어는 1984년까지 조 린 터너와 로저 글로버를 기본적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척 버기, 데이비드 로젠탈, 두기 화이트 등 수많은 멤버들을 교체하며 레인보우의 명맥을 유지하게 했다.


리치 블랙모어는 궁극적으로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1980년대식 메탈을 꿈꿨고, 마음 한 켠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로 조용히 읊는 민요풍 노래를 꿈꿔왔다. 그러는 동안 자신을 도와주는 멤버들을 자꾸 잘라내고, 또다시 새로 들여오면서 레인보우의 역대 멤버 리스트는 참 복잡하게 그려졌다.



리치 블랙모어의 음악 세계가 무지갯빛처럼 남아있다


레인보우는 사실 리치 블랙모어가 이전에 이끌던 딥 퍼플만큼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진 않는다. 단지 리치 블랙모어 혼자서 계획한 프로젝트성 록그룹으로 처음에 주목받다가, 나중에 그 음악성이 대단하기에 점차적으로 대규모 록그룹으로 인정받게 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레인보우의 각 노래들 중 딥 퍼플의 Highway Star나 Smoke On The Water같이 혁신적인 노래라고 불러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레인보우라는 록그룹 자체도, 앞서 언급한 듯이 대규모 록그룹으로 공인받은 것은 확실하지만, 록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거나 카리스마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레인보우는 오로지 리치 블랙모어의 입맛에 의해 그룹 이름처럼 무지개빛을 발휘하면서 여러 음악을 양산했다. 리치 블랙모어는 개인적으로 중세 유럽 설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레인보우 초기에서 바로 그런 스타일의 고딕풍의 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는 1980년대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팝적 요소가 들어간 신나는 록을 선호했는데, 그것이 결국 SInce You Been Gone이라는 명곡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 곡은 원래 러스 발라드라는 가수의 것이다.)


1980년대에는 자신의 팝적인 스타일을 잘 맞춰줄 수 있는 서정적인 보컬을 지닌 가수 조 린 터너와 약 10여 년 간 호흡을 맞추면서 팝 메탈의 모습을 선보였고, 잠시 동안의 공백기 이후 레인보우를 1990년대에 다시 부활시키면서, 이번에는 초기로 돌아간 듯 중세 유럽 민요풍의 노래를 양산하면서 끊임없는 자기 스타일의 노래를 팬들에게 선보였다.


리치 블랙모어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포크록 그룹 '블랙모어스 나이트 (Blackmore's Night)' 를 결성해서, 자신의 소중한 아내인 캔디 나이트와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포크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렇듯 리치 블랙모어는 중년의 나이에도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를 추구하고 있고, 그것은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레인보우라는 록그룹에 차마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여주기 힘들어도, 리치 블랙모어의 음악 세계가 모두 집대성된, 리치 블랙모어의 혼신이 담겨진 열정의 록그룹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일이다. 리치 블랙모어가 남긴 찬란한 무지갯빛은 알게 모르게 록음악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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