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 시인이 쓴 느린 여행기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Book l 시인이 쓴 느린 여행기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김우성
  • 승인 20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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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사람 만나러 구름처럼 천천히 걷기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보통의 여행서에는 장소에 관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다. 그것이 구체적 안내문이든 글 속에 녹아있는 감상문이든,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떠나게 될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쯤으로 언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가 펴낸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에는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록했다는 본문에는 구체적 지명이나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터키 해안가의 숙소에 틀어박혀 경주와 태백의 풍경이 담긴 사진집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베트남의 시골 마을에서 아이들과 공을 차며 온전히 오후를 보내기도 한다. 이따금 책에서는 창틀에 올라와 하품을 해대는 한 마리 고양이가 묘사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예닐곱 평 남짓한 자그마한 이자카야’에 앉아 촉촉한 사케잔 너머 늙은 주인의 재즈 취향에 감탄한다.


그렇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는 사람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여행서다. 지구 곳곳을 흩날리듯 부유하는 이 여행자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음을 사진과 글로 증언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생존을 위해 팔꿈치로 바닥을 기어가는 삶일지언정, 여기 아닌 다른 생을 꿈꾸고야 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찬사이다.



책의 상당부분은 풍경 사진이 아닌, 아릿한 잔상들로 채워져 있다. 바람에 실려와 흙바닥 위에 놓인 꽃잎과 연식을 가늠할 수 없는 낡은 오토바이를 담기 위해 지면을 아끼지 않는다. 기막힌 절경은 아니지만 한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여유로움이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는 매순간 생의 끝자락을 붙잡듯 불안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깨를 툭 치며 단 하루라도 탈출할 용기를 주는 책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 하루 몇 장씩 사진과 글을 읽어내려 가면 이국의 먼 풍경과 종소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쩌면 매일같이 오가는 골목 어느 구석에 우리가 놓친 생의 비경이 숨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질지도 모른다. 최갑수 지음 / 상상공방 동양문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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