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정의 전설 민 마담
비밀요정의 전설 민 마담
  • 김두호
  • 승인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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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사본부가 참고인으로 소환하면서 노출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요정의 술상 앞에서 밀실 정치가 꽃피고 재벌 2세들이 유희를 즐기던 시절 서울에는 유명한 민 마담이 살았다. 요정들은 주로 담이 성곽같이 둘러 싼 고급 주택가의 저택이나 도심의 호화 빌딩 안의 깊은 방, 또는 대형 아파트에 술상을 차려놓고 단골손님을 상대로 은밀하게 심야 영업을 했다. 권력과 돈과 여자가 엉켜 베일에 싸인 소문들이 난무하던 시절의 서울에는 많은 요정들이 있었고, 요정에는 소문난 마담들이 있었다. 그런 때 그 세상에서 기세가 막강한 대표적인 거물 마담이라면 맨 먼저 민 마담의 이름이 등장했다.


요정에는 장안의 소문난 미녀들이 모여들었다. 민 마담의 휘하에서 움직이는 미인대회 출신이나 인기 연예인들의 이름도 틈틈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민 마담은 일종의 예명이고 실제의 본 성(姓)은 김 씨였다. 민 마담은 1970년대 초부터 서울 중구 장충동에 D라는 간판을 올리고 고급 요정을 운영했다. 이어서 마포구 성산동에도 A라는 요정이 있었다. 제3공화국 중추 권력층에서 주로 이용했던 민 마담의 요정이야기가 살짝 밖으로 노출 된 것은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민 마담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면서였다.


전두환 대통령도 보안사령관 시절 민 마담의 손님이었다. 3공이 무너지면서 중심 권력에 공백이 생긴 틈에 신군부의 권력 접수 작업의 분기점이 된 1980년 12·12 때 연희동 만찬 모임의 장소를 민 마담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아침에 보안사로부터 조용한 곳을 마련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민 마담이 마련해주었다는 연희동 집은 그의 동생 집이었다. 12·12는 민 마담이 요정 사업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그 무렵부터 사업에서 손을 떼고 대지 700여㎡에 이르는 방배동의 저택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이제 칠순의 할머니가 됐다.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외모가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후덕하게 보이는 서글서글한 보통 인상의 여자로 기억하고 있다. 대개는 미인대회 출신의 대리 마담을 내세워 사업을 이끌며 전면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으나 거물급 단골에 대해서는 직접 신경을 쓰고 챙겼다. 특별한 취미도 없이 아들 하나를 키우며 독신으로 살았다. 며느리는 한 때 바쁘게 활동한 가수 출신이다.

한 때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들이 민 마담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 누구도 작품을 만든 적이 없다. 아마도 격랑의 시대를 이끈 주역인물들의 뒷전에서 주안상을 차려올린 소문난 마담으로 살아온 그녀는 누구보다 밀실에서 일어난 권력과 돈과 여자에 얽힌 비화를 산더미 같이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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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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