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차가운 태양의 여자 김지수
하얗고 차가운 태양의 여자 김지수
  • 김희준
  • 승인 200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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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서 선으로 순간이동하는 연기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수목 드라마 <태양의 여자>를 보게 된 건 순전히 김지수 때문이었다.

우연히 채널이 멎었는데 흔들림없고 간결한 김지수의 연기에 드라마를 보게 됐고 급기야는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시 찾아 봤다.

그동안 과잉공급 돼온 드라마상의 핏줄찾기는 <태양의 여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같다.

일단 기존의 같은 류 드라마에 비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상황을 설정하고 있고 대사도 현실적이며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핏줄찾기 드라마의 한계상 좁은 관계에서의 얽히고설킴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 한계를 넘어서서 드라마를 보게 하는 힘이 김지수에게서 나오고 있다.

김지수가 이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도영은, 제목을 빌린다면 태양을 좇아가는 여자, 아니 스스로 태양을 만들어가는 여자다. 그 태양은 가진 자들의 세계에만 떠있는 것이다.

도영은 교수인 양부모 슬하에서 커 유명 앵커가 됐으며 유능하고 잘 생긴 애인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출발은 어둠에서 시작됐다. 고아원에서 자라던 도영은 교수 부부가 입양하려던 남자아이를 제치고 입양됐으며 입양 후 교수 부인이 친딸을 낳자 그 아이를 서울역에 버리고 온다. 이제 유명한 앵커가 되고 결혼도 앞두고 있지만 유년시절 자신이 했던 어두운 일들이 그를 갉아대기 시작한다. 동생이 나타났고 자기 대신 입양된 도영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남자아이가 건달이 되어 도영의 과거를 헤집고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부터 남의 것을 빼앗아 끼운 도영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악행을 해야 하는 악의 순환고리 속에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가해자다.

하지만 김지수는 도영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연기해낸다. 김지수의 연기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이유다.

<태양의 여자>에서 김지수는 하얀 차가움을 내뿜는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깡마른 몸이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을 내뿜고 얼굴은 포커페이스다. 영화 <여자, 정혜>에서 무심한 나날들을 살아내던 우체국 직원 정혜의 표정이다.

김지수는 정혜의 무표정 뒤에 여러 감정을 숨기고 있다가 순식간에 눈가가 촉촉하게 젖는 멜로적인 얼굴로 비꿀 줄 안다. 악함과 선함의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 김지수는 그동안 그리 눈에 확 띄는 배우는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는 거의 착하고 눈물 많은 역할을 주로 해오다가 일일극 <보고 또 보고>에서 주목을 받았고 영화 <여자, 정혜>를 통해 새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태양의 여자>는 김지수가 그동안 해왔던 드라마에서의 멜로 연기와 영화에서의 담담한 연기를 융합시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도영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있다.

어제까지의 드라마 전개상 이제 본격적으로 김지수의 눈물 연기가 가동될 것이다.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폭로되는 일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영이 고아원에 보내지게 된 사연이 대기업 회장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도영도 피해자라는 면죄부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 드라마의 마지막이 진부한 쪽으로 끌려갈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배우 김지수’의 새로운 발견만으로도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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