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등대지기
[당신을 찾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등대지기
  • 홍경희
  • 승인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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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눈물 노력 끝에 밭작물 자급자족하기도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울창한 숲. 깎아지른 절벽. 잘 단장된 등대.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자연에서 살아가던 등대지기가 있었다. 1년 열두 달 망망대해 속에 사는 등대지기에게 바다는 벗인 동시에 적이었다. 외로움도 달래주지만 언제 위험을 몰고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경기도 옹진군 영흥면 부도를 지키던 등대지기의 이야기다. 당시 인천지방해운항만청 소속이던 등대장 김용정(50세)씨는 62년 등대수로 들어와 18년째 섬을 지키고 있었다.

일명 ‘피도’라 불리던 부도의 면적이라야 불과 2만m² 남짓, 배를 대는 선착장은 길이 50m 정도의 완만한 자갈밭을 이루고 있어 해수욕장 구실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등대에 이르는 길은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거목이 시원한 그늘을 이루었고 산새들이 지저귀며 이국적 풍광을 연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파른 경사에 콩, 옥수수, 고추, 가지, 호박 등이 싱싱하게 경작되고 있었다.


“피눈물 나는 노력이었죠. 우리는 밭작물로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쌀하고 조미료만 사다 먹지요. 단백질은 생선으로 공급하고요. 뭐 잘 살아보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태로워지기 쉬운 등대생활에서 농사처럼 즐거운 게 없습니다.”



등대지기 본연의 임무도 잊지 않았다. 한 번은 밤 10시쯤 갑자기 등대가 고장을 일으켜 불이 나가버리자 플래시와 비상램프를 켜고 등탑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산같은 거대한 외항선이 어둠 속에서 섬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고. 몇 분 후면 그 배는 부도 암초에 걸려 두 조각이 날 판이었다. 김씨는 플래시와 비상램프를 정신없이 흔들어댔고 비상신호를 발견한 배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보통 등대가 밤이면 불이나 번쩍거리고 별 볼일 없이 서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식은땀이 나지요. 등대야말로 험한 항로에서 안전항해를 지켜주는 파수꾼인 것입니다.”


그의 삶은 얼핏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내는 듯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등대업무를 제외하면 엄동설한 속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했다. 하지만 1만톤급 외국 선박이 길목을 지나며 ‘부웅~’하고 기적을 울려주면 등대가족 모두 손을 흔들어주며 인종을 초월한 인간애로 외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18년간 이력이 나니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김씨. 한가하면 갯바위에 나가 우럭을 낚고 계단식 밭을 가꾸는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그의 삶은 작은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 세태에 이르러 전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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