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는 당신이 고맙습니다’-현장 르포 <동행>
‘내 곁에 있는 당신이 고맙습니다’-현장 르포 <동행>
  • 김희준
  • 승인 2008.0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이라는 동아줄로 고단함을 이겨내는 그들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토요일과 일요일의 텔레비전은 하루종일 북적댄다.

아침부터 노래방이 열리고 밤 늦게까지 시끄러운 토크쇼가 이어진다.

그 수선스러움과 소란스러움을 피하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하게 KBS의 <현장르포 동행>을 보게 됐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 우연히 중간 토막부터 잘라 본 것이 여운이 길어 찾아보니 목요일 밤 11시 넘어 하는 방송의 재방송이었다. 그 시각에 맞춰 본방을 보는 일은 거의 없고 일요일 재방도 작심하고 챙겨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운이 좋아 몇 번을 보게 됐다.

<동행>에는 참으로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 모습이 보여진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든 사람들, 부모 가운데 한쪽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있다.

이번주는 남편 없이 15세부터 돌잡이 쌍둥이까지 6남매를 홀로 키우는 엄마와 그 엄마를 생각하는 15세 맏아들 모습이 보여졌다.

단칸방에 살면서 아이스크림통을 메고 산 정상에 올라가 파는 칠순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서른 넘은 아들도 있었다.

5남매를 줄줄이 미숙아로 낳아 병원비 때문에 사채를 쓰고 힘들어하는 스물일곱살 엄마 이야기도 있었다.

비좁은 고시원에서 두 아들과 함께 살지만 방 한칸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고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정신지체아인 아들 셋을 엄마없이 키우는 아버지도 있었다.

가난하더라도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가족 중 반쪽이 해체된 경우도 많았다. 부모 가운데 한쪽이 가난 등을 이유로 나간 후 어머니(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남게 된 경우다. 이들 아버지(어머니)는 하나같이 근근이 살아가지만 한결같이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쌀이 떨어지고 일거리가 없어 어깨가 내려앉아도 단칸방에는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일당 몇만원을 받으면 아이들에게 뭐든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음이 번진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툭, 떨어지는 때도 있는데, 그들의 힘겨움이 안쓰러울 때가 아니라 그들의 꿋꿋함이 찡하게 다가올 때다. 비록 일부는 훼손됐을지라도 가족이라는 동아줄에 서로를 묶고 견뎌내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이미 소개됐던 사람들의 ‘그후’가 방영되는데,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의 작은 손길이 이들에게 어떤 행복을 가져다줬는가가 보여진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숙아 5남매를 키우는 젊은 엄마 얘기였다. 늘상 이 프로그램을 챙겨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를 본 것도, 이 가족의 그후를 보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이 젊은 엄마는 아이들 병원비 때문에 사채를 썼고 촬영중에 사채업자가 찾아와 빚 독촉을 하는 모습(사채업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됐다)도 있었다. 방송 후 다시 찾은 그 집에는 방송을 본 사람들이 보내온 기저귀 등이 있었는데, 특히 한쪽 구석에 쌀 포대를 가리키며 젊은 엄마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사채업자가 보내온 것”이라고 소개를 했다. 미소가 번지는 유쾌한 풍경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힘든 이웃을 돕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더 좋은 일은 마음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아버지다운 마음, 아들다운 마음, 그리고 사람다운 마음 말이다.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그런 마음을 살려내서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동행이 아닌가 싶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김희준
김희준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