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갖춰 한번 잡솨봐!”
“예의 갖춰 한번 잡솨봐!”
  • 김희준
  • 승인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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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소개 프로그램 유감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갓 만들어진 요리.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TV 화면 속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유혹에 빠진다. ‘저거 한번 잡솨봐?’

우리나라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음식이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다.

한참전 휴일 오전 프로그램에서 프랑스인 이다도시가 집안에 아이들 친구를 불러다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인 장면이 나간 후 집 앞 마트의 스파게티는 동나버렸다. 뒤늦게 스파게티를 찾는 필자에게 점원은 오늘은 웬일인지 오전에 스파게티가 다 팔렸다고 갸우뚱했다.

또 몸에 좋은 음식을 소개하는 한 인기프로그램에서 당근의 효능에 대해 방송한 다음날에는 슈퍼마켓마다 평소보다 당근이 많이 팔린다고도 한다.

그같은 관심 탓인지 음식 소개 코너는 거의 일주일 내내 계속된다. 평일 오후 6시대에 방영되는 지역탐방 프로그램이나 생활화제 프로그램부터 일요일 오전에 본격 맛프로그램까지 이어지고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한 코너로 등장하는 예가 빈번하다.

그런데 요즘 일부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음식 먹는 장면은 좀 과하다. 음식을 먹고 싶게 하는 게 아니라 시선을 피하게 만든다.


쌈도 ‘러브샷?’


오후에 편성된 지역 탐방 프로그램 중에는 계절별 그 지방 특산물 요리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에서 나는 재료로 현지 주민이 투박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게 된다. 청년층이 거의 없는 시골마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60세는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보여진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만들어지고 이어 시식시간. 리포터가 하이톤으로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을 늘어놓은 후 한점을 집어 동네 어르신 입에 넣어드린다. 어떤 때는 쌈을 싼 음식으로 어르신과 ‘러브샷’도 한다. 리포터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어르신 표정이 어색해 보는 사람도 어색하다. 음식은 소박한데 소개는 호들갑스럽기 이를데 없다.


실종된 식사 예절


이름난 음식점을 소개하는 방법은 가지가지다. 대박음식점을 찾거나 무한리필 음식점을 찾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유명 음식점과 색다른 요리를 취재한다. 이같은 코너는 특히 인기가 있어 프로그램 중에는 상호를 밝히지 않아도 누리꾼들이 다 알아서 어디 있는 어느 음식점인 줄 알려준다.

음식점 취재시에는 손님과의 인터뷰가 빠지지 않는데 이때 카메라는 음식만 촬영하는 것이 아니고 음식을 먹는 사람의 입까지 클로즈업한다. 빨간 양념이 잔뜩 묻은 음식을 입을 크게 벌려 먹는 모습이 잡히는데, 덩달아 그 손님의 뺨이나 코의 모공까지 다 보인다.

술 한잔 곁들인 손님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과장된 말과 몸짓으로 해당 음식이 최고라고 추어올린다. 입가에 음식이 묻고 입안에 음식이 있는 채로 말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름있는 스타들도 음식에 대한 예절을 잊은 건 마찬가지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음식을 조리해 출연 패널들이 먹는 프로그램인 경우 출연진은 방송이라는 것을 잊은 듯 탐식을 한다. 가끔 진행자가 입 속에 음식을 넣은 채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리얼리티’가 요즘 방송의 대세라고는 해도, 맛있게 먹는 것과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다르다.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 실종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은 식도락이라고 한다.

식도락(食道樂)이란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이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다.

여기에 ‘도(道)’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음을 유의하자. 도란 역시 사전을 찾아보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 정의돼 있다.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좀 지켜, 음식의 맛을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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