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라드에 대처하는 새로운 자세, 그룹 티지어스
한국 발라드에 대처하는 새로운 자세, 그룹 티지어스
  • 이근형
  • 승인 200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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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발라드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는 노력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4년 SG워너비의 등장은 말 그대로 한국형 발라드계의 새로운 바람이었다. 사실 리듬앤블루스에 기반을 둔, 정형화된 발라드라는 점에서는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변혁의 바람이라 할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3~4명을 멤버로 해서 각본대로 짜인 세션 속에 노래를 부르는’ 보컬 형태였다. 이것은 한국 가요계에 자양분이 되었지만 동시에 지우기 힘든 오점을 남겼다. 보컬 그룹의 풍부한 성량으로 한국형 발라드가 추구하는 극도의 감수성에 적극 다가간 반면, ‘SG워너비 특수’에 너도나도 비슷한 형태로 팀을 꾸려 가요계에 진출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미디엄 템포 발라드와 리듬앤블루스를 적절히 섞은 노래들은 연일 가요 차트 1~2위를 다투며 고공 행진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의 현상이 아닌, 우리나라 음악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얼굴이 됐다. 하지만 상당한 수익 창출을 노리는 이러한 음악들이 포화되다시피 하니, 점점 자성과 재고를 촉구하는 소리가 높아져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바이브레이션(속어로 ‘소몰이 창법’)과 마지막에 극적으로 마무리되는 형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평단이나 각 언론들은 이런 스타일을 통상적으로 ‘SG워너비식’ 이라고 이름붙이며, 이런 식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기획사나 그룹을 경계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가요계에는 이런 ‘SG워너비식’이 떠날 줄을 모른다. 이러한 지경까지 이르게 한 장본인 SG워너비 측도 한국 가요의 획일화에 심각성을 느끼고, 최근의 작품들에서는 정겨운 멜로디를 넣은 컨트리 팝이나 국악을 차용한 노래, 옛날가요를 리바이벌 등으로 ‘색다른 모습’을 추구해왔다.



색다른 모습의 기준이 무엇인가


신인을 뽑는 기준이나 그룹 형성의 잣대가 SG워너비 스타일로 굳어져버린 연예 기획사들의 규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가요계는 미디엄 템포 발라드의 효력이 아직 제법 발휘되지 않았다.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었던 SG워너비나 기타 발라드 그룹들의 디스코그래피는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넣으려고 시도했음에도 정작 그 음악을 듣는 팬들은 그것을 변화라고 느끼지 않는다. ‘입맛에 착착 맞는 달콤한 노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올라서기 위해 신인 그룹들은 오늘도 열심히 ‘소몰이 창법’을 연마하고 말이다.


다양한 장르를 구사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선배격 발라드 가수들이 이미 행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전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했기 때문에 팬들은 크게 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어쨌거나 한국형 발라드는 히트의 보증수표였지만, 그 음악이 좀 더 대중들에게 유연한 모습으로 남기 위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라드 가수는 끝까지 발라드이고, 그것을 지켜내야 하기에 대중들은 그들의 변화를 즐기지 못하고 평단은 여전히 쓴 소리를 던지는 것이다.



지어스, 다재다능한 음악으로 출사표를 던지다


이런 가운데 2008년 6월, 4인조 발라드 보컬 그룹 티지어스(TGUS) 가 데뷔 앨범을 내고 포화 상태에 이른 발라드계에 이름을 내밀었다. 한관희, 박상준, 이시현, 송영민 네 명으로 구성된 티지어스는 타 발라드 그룹과는 조금 다르게 각자의 파트를 테너, 바리톤, 하이테너 등으로 구분 지었다. 그리고 네 명이서 리드 보컬과 배킹 보컬을 각각 맡으며 풍성한 보컬 사운드를 주 무기로 삼았다. 게다가 이들 뒤에는 스윗소로우, SG워너비, 애즈원, 원티드 등 발라드계의 쟁쟁한 그룹들이 받치고 있다. 그들은 티지어스를 안으로 밖으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발라드라는 장르로 뭉친 패밀리 같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티지어스는 남성 단체 발라드 그룹의 익숙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도 리듬앤블루스에 기반을 둔 한국형 발라드 및 미디엄 템포 발라드로 승부를 걸고,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패션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잡아 놨다. 그런데 이들의 1집 앨범 ‘God Of Harmony’를 들어보면, 자칫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들이 타 장르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또다시 사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발라드라는 음악을 간판으로 내세운 뒤 그 안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기에 차별성이라는 게 소량 존재하는 것이다)





1번 트랙 ‘Intro’에서부터 이들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들려준다. 앨범의 첫 트랙을 장식하는 부분에서는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어떤 설정에 의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게 일반적인데, 티지어스는 ‘Intro’에서부터 청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뉴잭스윙 스타일로 빠른 비트 속에서 4명의 멤버가 착착 감기는 보컬과 랩핑을 번갈아 구사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티지어스가 내세우는 요소 중에 주 무기인 발라드 외에도 일렉트로니카라든지 흑인 음악 등에 도전을 걸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이 결코 허위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는 트랙이기도 하다.


이후부터 티지어스의 노래들은 거의 모두 네 명의 멤버가 서로 리드 보컬과 배킹 보컬을 번갈아가며 조직력 있는 화음을 들려준다. 이들이 첫 출사표를 내던질 때 붙었던 소제목은 바로 ‘아카펠라 그룹’이었다.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타 발라드 그룹에 비해 ‘팀 멤버들의 하모니’를 중요시 여긴다고 밝혔다. 그런 소제목이나 모토가 잘 드러난 것이 타이틀곡 ‘I Believe In’같이 아름다운 스트링 사운드와 탄탄한 보컬 군단의 노래가 되겠다. 특히 ‘I Believe In’은 곡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뮤직비디오를 즉석에서 촬영하던 중 멤버들이 뮤직비디오의 가슴 아픈 스토리를 관람하며 가사를 써내 비로소 곡이 완성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요즘 국내외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손수 구사한 8번 트랙 ‘말해’ 는 착착 감기는 펑키함의 충만함과 달콤한 보컬, 그리고 절정 부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루브감이 일품이다. 이 점을 특히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겠는데,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발라드계에는 일종의 쇄신과 변신이 필요했고, 티지어스가 기존의 발라드 그룹과 다를 바 없다 해도 이렇게 일렉트로니카 장르에까지 손을 뻗는 등 여러모로 변화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어필하였다는 것이다. 거기에 4번 트랙 ‘One Last Kiss’는 존 메이어나 잭 존슨을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어쿠스틱 넘버다. (물론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일반적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갔다) 이 정도면 다재다능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 하다.



기존의 틀보다는, 그룹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길


티지어스 멤버들은 모두 다 티지어스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이전, 언더그라운드에 몸담거나 타 발라드 그룹의 배킹 보컬, 그리고 OST 보컬로 참여하는 등 이미 음악계에서는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아갔다. 테너를 맡고 있는 한관희는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파다. 그래서인지 티지어스가 이번에 내놓은 데뷔 앨범 ‘God Of Harmony’는 통속적 발라드 일색의 앨범이라고 하기엔 너무 원숙한 냄새를 풍기며 갓 데뷔한 신인 그룹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티지어스는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조력 아래 무사히 쇼케이스 및 데뷔를 마쳤다. 이들의 1집 9번 트랙 ‘무지개’에는 애즈원, SG워너비, 원티드 출신 하동균 등 가창력을 논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운 훌륭한 가수들이 배킹 보컬을 맡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험자들의 십시일반 덕분에 안정감까지 느껴진다. 신인 그룹이 이렇게 선배 가수들의 탄탄한 조력을 등에 업어 가요계에 무사히 안착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싶다.


티지어스는 자신들의 주무기인 발라드 뿐만 아니라 기타 팝, 일렉트로니카, 정통 리듬앤블루스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1집을 내놓았다. 이것이 티지어스의 자의든, 소속사에서 마련한 비책의 결과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짧게는 몇 년간, 어찌 보면 수십년간 정형화된 우리나라 발라드에 새로운 산소를 불어넣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다재다능하다는 칭찬을 붙이기엔 발라드 그룹 특유의 깨끗하고 정화된 이미지가 다소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급변하는 가요계에 나름 잘 대처했다. 섣불리 가요계에 등장한 게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거쳐 다양한 음악 장르에 발을 조금씩 내딛으며 무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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