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들이여, 박수 칠 때 떠나라
조강지처들이여, 박수 칠 때 떠나라
  • 김희준
  • 승인 20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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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석달을 더 봐야 하는 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박수 칠 때 떠나라.’

주말연속극 판도에 부동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조강지처클럽>을 보며 문득 떠오른 영화제목이다.

쟁쟁한 다른 주말 드라마의 추격이 무색할 정도로 굳건하게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이례적으로 세 번에 걸쳐 연장방송을 결정했다. 당초 50회로 기획됐으나, 80회에서 100회로 늘어났다가 최근 4회 추가 연장을 결정해 총 104회로 끝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시작한 <조강지처클럽>은 오는 9월의 마지막주까지 만 1년여 동안 방영되는 셈이다.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조강지처들의 이야기를 내건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진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의 색다름에 있었다.

불륜이나 가정 파탄 등 심각한 스토리를 만담처럼 맛깔나게 풀어내고 여기에 일상성에서 오는 코믹함이 가미돼있어 기존 드라마와 차별됐다.

여기서의 코믹함이란 예컨대 이런 식이다. 남편이 죽자 같이 죽을 것처럼 서럽게 곡을 하다가도 조문객이 오면 곡을 뚝 그치고 “그래, 저리 가서 밥 먹어라, 아이들은 잘 크고?”하고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식이다. 절절함이나 심각함마저 일상적인 것에 녹아들어있는 것이다. 이는 이 드라마를 쓰는 작가의 관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에 멀쩡한 아이와 남편을 두고 집을 나온 유부녀가 멀쩡한 다른 집안 아내를 쫓아내고 살림부터 시작한다는 설정이나 두 번이나 바람을 피운 의사, 바람 피우는 아내와 남편을 쫓다가 만난 커플 등, 중첩된 불륜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띠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됐다. 다른 드라마라면 이중 한 가지만 가지고도 눈물 콧물로 얼룩졌을 것이고 심각함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단번에 정곡을 지르는 ‘날것’의 대사들, 심각한 상황을 어이없게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리액션 등은 거의 중독성을 띠고 이 드라마를 챙겨 보는 단골들을 만들었다.

이같은 중독성은 이 드라마를 세 번이나 연장하게 만들었고 대하드라마 수준으로 100회를 넘길 참이다.





하지만 시청률과 중독성을 담보로 이처럼 계속 연장을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상 ‘필요한’ 선택이었을지는 몰라도,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연장에 다시 연장이 걸리면서 드라마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은 더디어지고 있으며 그 걸음은 초반에 잡아놓은 이 드라마의 맛을 희석시키면서 가능해지고 있다.

임신한 정나미가 뱃속 아이를 두고 아버지로 전남편과 전애인을 떠보는 식(지난 주말에 비로소 전애인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이라든가 첩인 복분자가 아예 본가에 들어와 사는 설정 같은 것은 만수산 칡넝쿨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식으로 얽히고설키고 있다.

거기에 이기적의 의사애인이 정나미의 출현으로 고민하고 나원수의 집에서 구박받으며 살고 있는 모지란의 인간적인 고달픔과 아이에 대한 노력에도 시선이 가고 있어 조강지‘첩’ 클럽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중견연기자들은 연기를 잘하고 특히 김해숙의 노련한 대사는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제 드라마상에서 일어날 모든 경우의 수는 다 일어난 것 같다. 그리고 단골 시청자들은 그동안 이 드라마로 인해 주말 밤시간대가 즐거웠다. 세상 사는 일에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도 읽을 만큼 읽었다.

드라마를 향해 치는 박수소리가 이만할진대, 무엇에 미련이 많아 이리 더딘 마무리를 하고 있을까. 연장방송 결정은 ‘모지란’(모자란) 것이거나 ‘이기적’인 선택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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