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강호동식 인터뷰
물오른 강호동식 인터뷰
  • 김희준
  • 승인 20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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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을 이루는 공격과 방어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강호동의 주가를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MBC ‘무릎팍도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던지기 힘든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무릎팍도사’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말발’이 센 최민수, 신해철 등 연예인들이 초대됐다. 시청자들은 강호동 때문이 아니라 출연한 이들이 과연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해 채널을 고정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강호동이 던지는 ‘의도적이고 위악적인’ 질문 자체가 이 프로그램을 보는 맛이 됐다. 그만큼 강호동이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쥐게 됐으며 더불어 프로그램의 자생력이 생겨났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연예인은 그동안 자신에 얽힌 루머나 스캔들에 대해 답할 각오를 하고 나오는 정도가 됐다. 한예슬은 “각오 단단히 하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덜했다”는 후일담도 했다.


개그를 밑에 깔고 진행하는, 일종의 변형된 토크쇼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인터뷰의 진부함을 깨는 역발상으로 성공가도에 진입했다. 대중매체나 다른 토크쇼에서 스타들에게 던지는 의례적이고 진부한 질문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것을 물어보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건 MC강호동이 아닌 개그맨인 강호동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강호동은 우선 상대의 기선을 제압한다. 방안에 들어서는 초대손님에게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는 멱살잡이를 할 듯 거세게 몰아붙인다.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한 설정이라 하더라도 강호동의 개그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다음은 독한 질문 퍼붓기다.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 소개하는 프로필에서부터 상대를 추어올리기보다는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접대성 멘트에 익숙해진 출연자들은 당황하고 그같은 장면을 보는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만약에 실제 대중매체의 기자가 스타를 인터뷰할 때 이렇게 한다면, 요즘처럼 스타 파워가 막강한 시대에 다음부터 그 기자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이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스타들은 어떤 경우라도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사절한다는 전제를 달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프로필 소개의 바톤을 이어받은 강호동은 거의 불문곡직, 초대손님에 대해 떠도는 루머 등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여기에 추임새로 애용되는 것은 강호동 자신의 루머들이다. 자신의 루머를 먼저 걸고 넘어지면서 억울하지 않느냐 진실을 말해봐라는 암시를 넣는다. 동병상련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민감한 질문과 답은 물론 초대된 연예인과 미리 ‘합’을 맞추고 진행하는 것이지만, 질문 자체가 직설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카더라통신’에 익숙해있던 시청자들 속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독한 질문에 당한 초대손님이 반격을 하면 강호동은 한 발짝 물러나 있다가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는 질문을 던진다. 강호동이 진행에 물이 올랐다는 것은 이같은 타이밍을 잘 읽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보너스로 ‘감동분량’을 추가한다. 초대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같은 진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이를 들자면 유도선수 출신 격투기 선수 추성훈일 것이다. 일본에서 자라나 한국에서 유도 대표선수가 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으로 귀화한 그를 강호동은 초반에 거칠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추성훈은 어눌한 한국말과 진솔한 표정으로 인정할 것은 하고 해명할 것은 또 했고 마지막을 박상민 노래 ‘하나의 사랑’을 불러 감동적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추성훈은 부드러운 터프가이, 가슴에 한국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 이미지화됐다. 그리고 컴필레이션 앨범에 자신의 노래를 넣고 CF도 몇 편이나 출연하면서 스타가 됐다.





강호동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러나 기자 등 일반 인터뷰어들은 가장 잘하지 못할 것 중 하나는 바로 무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강호동은 초대손님이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피력할 때 알아듣는 척을 하지만 결국 무식함이 탄로난다. 이는 강호동이 상대를 몰아 붙였던 것의 반작용으로 오히려 초대손님에게 당한다는 설정이 된다. 만약 기자나 전문MC가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자질을 의심케 되겠지만, 우스꽝스러운 색동저고리를 입은 강호동으로서는 별로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는 인터뷰어는 일방적으로 묻고 초대손님은 의례적인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밀고 당기고, 공격하고 당하는 현장에 시청자가 참관을 한다는 점에 있다.


그 재미는 아직까지 무리 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출연진이 초반과 다르게 ‘홍보의 임무’를 띠고 등장하는 예가 잦아졌다. 콘서트를 하거나 새 영화 개봉이나 새 드라마에 때맞춰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잦아지면 모처럼 다른 연예프로그램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강호동이라는 캐릭터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지만 조심해야 할 점도 된다. 지난주와 이번주 2회에 걸쳐 방영된 소설가 이외수편은 어쩔 수 없이 타방송사의 프로그램 ‘1박2일’과 연결된다. 역시 강호동이 출연하고 있는 ‘1박2일’에서도 얼마 전 강원도 홍천의 이외수씨 댁을 불시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은 맏형으로서의 의젓함도 보이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쓰는 캐릭터로도 각인돼있다. 어떤 면에서는 ‘무릎팍도사’의 설정과 비슷하다. 이는 물론 강호동이라는 캐릭터 자체에서 기인된 면이 많기 때문에 180도 다른 캐릭터로 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출연 프로그램마다 다른 자신의 모습을 개발해 시청자들에게 보이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 노력 여하에 따라 ‘무릎팍도사’가 장수프로그램이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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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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