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최고의 날은 언제였을까
한국 야구 최고의 날은 언제였을까
  • 정종화
  • 승인 200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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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스코어 28대0 / 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지난해 5월 4일, 대구에서 펼쳐진 삼성과 LG의 경기가 끝난 후 전광판에는 믿기 힘든 스코어가 떠있었다. 홈팀 삼성의 27대 5 대승이었다. 핸드볼 스코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이날의 승부는 프로야구 4반세기 역사상 ‘한 팀 최다득점’이자 ‘한 경기 최다점수 차’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당시 삼성의 기록은 한국야구사에 있어서도 최다 기록일까?



“우리 팀의 타봉만 터지면 최소한 15점은 무난할 것 같다”


1975년 6월 27일, 제11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2차 리그 첫날 필리핀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 팀 김계현 감독은 위와 같이 예언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자신감 섞인 예언마저도 무색하게 이 날의 경기는 그야말로 ‘둑 터진’ 진기록의 풍작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회 말 선두 이해창의 좌월 홈런을 시작으로 8회까지 6개의 홈런을 비롯, 25개의 안타를 폭발시키며 노쇠한 필리핀 마운드를 마구 두들겼다.



1회 말 이해창의 홈런 후 2번 배대웅이 내야 땅볼로 물러나자 중심타선은 필리핀의 노장 바레도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한국은 곧바로 3번 김봉연으로부터 7번 우용득까지 이어진 타선이 5안타를 터뜨려 4점을 얻었고,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가밀라를 조윤식과 이해창이 다시 난타, 8명의 타자가 번갈아 돌아가며 7점을 뽑아냈다.



승부는 사실상 끝이 났고 우리의 관심사는 ‘몇 점을 따내느냐, 개인 타이틀은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때 스탠드의 관중들은 “점수를 그만 내라”며 필리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벌어진 1차 리그 때도 필리핀을 상대로 9회 초에만 10점을 기록하며 13대0 대승을 거둔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감독은 꼿꼿이 선채 외야만 바라봤다.



2, 3회를 흘러 보낸 한국 팀의 방망이는 4회 말 또 한 차례 태풍이 몰아쳤다. 4번 김우열이 투런 홈런을 날리자 5번 윤동균도 뒤질세라 담장을 넘기며 랑데부 홈런을 터뜨렸다. 5회 말에는 이해창이 두 번째 홈런인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2점을 추가했고, 6회 말에도 2점을 다시 추가해 스코어는 이미 15대0으로 됐다.



한 번 불붙은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무더운 밤하늘의 열기를 식혀주는 양 ‘럭키세븐’ 7회에서도 3번 김봉연은 배대웅을 2루에 두고 회심의 투런홈런을 터뜨렸고, 다시 타자들이 번갈아 3점 홈런을 날려 무려 10타점을 기록했다.



김봉연의 한 이닝 2홈런은 아마추어 야구에서 최초의 기록이었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88년 이만수(당시 소속팀 삼성)를 비롯하여 정구선(롯데), 이순철(해태), 김상훈(LG), 펨버튼(KIA) 등 5명이 고작일 뿐이다.



당시 스코어보드엔 10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던 관계로 7회에 ‘9’자를 새겨 놓고 남은 1점은 비어있는 10회 말 칸에 기록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8회 말에도 한국은 2개의 4구에 이은 2안타로 3점을 보태고 28점째를 기록한 후 필리핀에 9회 초 공격권을 넘겨줬다.



경기 후 김계현 감독은 “이렇게 한국 팀의 타선이 터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낙승은 예상했지만 28점의 대승은 꿈만 같다”고 밝히며 1954년 필리핀에서 거행된 제1회 아시아 야구대회에서 내야수로 경기에 나가 필리핀에 패했던 한을 풀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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