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는 내 남자다’ 드라마 속 자매들의 삼각관계
‘네 남자는 내 남자다’ 드라마 속 자매들의 삼각관계
  • 김희준
  • 승인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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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 등장하는 갈등구조 식상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내 남자를 언니(동생)가 빼앗아갔다, 참을 수 없다. 일전을 치르리라.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들에 채널을 잠시 멈춰봤더니 ‘자매들의 애정 결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자매끼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것이다. 한동안 겹사돈 맺기가 유행이더니 이번에는 자매 또는 사촌 사이에 한 남자 빼앗기다.


한참 전에는 김건모의 히트곡 ‘잘못된 만남’처럼 한 여자를 두고 형제나 친척 또는 친구끼리 다투는 드라마가 유행했다. 생각나는 대로 ‘마이걸’ ‘파리의 연인’ ‘봄날’ 등이 한 여자가 멋진 두 남자(서로 친구거나 친족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구조였다. 드라마 상에서 당사자는 갈등과 번민을 하지만 보고 있는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저 여자는 참 복도 많네...”라고 한탄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들에서는 자매 사이에서 한 남자를 두고 다투는 설정이 많다. 극적 긴장감은 높이되 윤리적 문제는 피해 가기 위해 이들은 대개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아닌 재혼 가정의 자매거나 사촌으로 설정돼있다. 하지만 보는 남성 시청자들은 “저 남자 복도 많네...” 대신 “참 골치 아프겠다”라며 혀를 쯧쯧 찰 것이다.



자매끼리의 혈투, 대상은 ‘완소남’


우선 형사 박정금이 점점 엄마 박정금으로 변해가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에서는 박정금과 사공유라 간의 질긴 악연이 형성돼있다.


집안일을 도와주다 조강지처인 박정금(배종옥 분)의 엄마를 내쫓고 안방을 차지한 청주댁(이혜숙 분)이 데리고 온 딸 사공유라(한고은 분)는 박정금의 남편을 꼬여내 두 사람을 이혼에 이르게 했고 변호사 경수(김민종 분)를 사이에 두고 칼날 같은 대립을 벌인다. 결국 사공유라가 경수를 차지했지만 이혼하고 만다. 호적상 자매일 두 여자는 한 남자를 두고 두 번을 다툰 셈이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된 KBS2TV드라마 ‘태양의 여자’도 복잡한 꼬임을 예상케 한다.


교수 집안에 입양된 고아 도영(김지수 분)는 후에 교수 부부가 낳은 친딸 사월을 5살 때 서울역에 버리고 온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로 승승장구하는 도영 앞에 우연한 계기로 사월이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도영의 재벌2세 약혼자는 보육원 시절부터 사월이 짝사랑하던 첫사랑이다. 동생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아울러 자매끼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MBC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에도 자매간 다툼이 치열하다. 극중 수현(홍은희 분)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장의 아들과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새어머니가 데리고 들어온 여동생 민정(김다인 분) 역시 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수현이 재벌집에 시집가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남자에게 접근했다면 동생은 순수한 마음이어서 그악스러운 언니에게 당하며 눈물바람을 하고 있다.


SBS일일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도 이에 질세라 사촌끼리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있다. 언니인 민자가 선을 보기로 한 날 몸이 안좋아 대신 나간 애자는 잘사는 집 사모님이 돼있고 민자는 딸 하나 데리고 사고뭉치 시동생과 함께 주유소를 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자매의 딸들 그러니까 이종사촌끼리 같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남자가 재벌2세라는 것을 모르고 사귄 민자의 딸 채인(소이현 분)와 달리 정략적으로 남자에게 접근하는 애자의 딸 세아(송이우 분)은 얌체머리없이 끼리끼리 사귀는 것이라며 언니를 몰아세운다.



콩쥐와 팥쥐, 신개념 가족 간의 갈등


이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자매들은 몇 가지 면에서 전래구전동화 ‘콩쥐팥쥐’의 변형이다.


우선 자매 가운데 한 사람은 콩쥐처럼 선하고 다른 한 사람은 팥쥐처럼 심술쟁이다. 그들 사이에 낀 남자는 거개가 재벌2세다. ‘콩쥐팥쥐’로 치자면 고을 원님의 변형인 것이다. 샌드위치가 된 재벌2세는 당연히 착한 콩쥐 마음이 끌리지만 팥쥐의 방해공작이 만만치 않다. 현대의 팥쥐들은 동화에서보다 몇 배는 더 악해져 있다.


다음은 콩쥐팥쥐는 친 자매가 아니며 심술쟁이 팥쥐는 계모가 데려온 아이다. 즉 재혼가정인 셈이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마’ ‘천하일색 박정금’이나 ‘태양의 여자’에서 자매이자 연적으로 등장하는 여자들은 혈연관계로 이뤄진 가족이 아니라 2차적으로 형성된 가족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 봐도 한 집안의 여자들이 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다. 드라마적 재미로 보기에도 부담스럽고 실제로 재구성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더라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각 방송사 드라마에서 약속이나 한 듯 현대판 콩쥐와 팥쥐가 한 남자를 두고 사활을 거는 것을 보는 일은 참 지루하고도 생뚱맞다.


드라마 속 자매들이여,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리고 남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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