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는 1시간짜리 세계문화유산 답사
꿩 먹고 알 먹는 1시간짜리 세계문화유산 답사
  • 김철
  • 승인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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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창덕궁, 작심하고 번개 바람 쐬기 / 김철



[인터뷰365 김철] 가고 싶어도 선뜻 내키지 않은 가깝고도 먼 곳이 있다. 울창한 녹음으로 우거져 있는 창덕궁이 그런 곳이다. 짬을 내 창덕궁을 둘러보고 싶어도 쉽지 않은 까닭이 있다. 개별 관람을 허용하지 않아 단체로 관람해야 하는 데다 타이밍을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거기다 관람시간도 제한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자유로운 관람을 하려면(매주 목요일) 일반관람보다 무려 5배나 더 비싼 요금(1만5천원)을 줘야 한다. 하루 두세 차례 옥류천과 낙선재를 볼 수 있는 특별 관람료(5천원)도 만만찮다. 창덕궁을 제대로 관람하려면 그만한 부담과 번거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녹음 속 피서 겸한 실속 있는 나들이

그래도 가고 싶다면 기다렸다 단체로 입장하는 일반관람을 택하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운 좋게도 티켓을 끊은 지 5분 만에 입장이다. 함께 입장한 관람객들은 청중장년층이 고루 섞여 있다. 작심하고 창덕궁을 찾은 이유가 있다. 짜증스런 무더위를 피해 잠시나마 숲 바람을 쐴 겸 오랜만에 고궁의 정취에 젖어보는 것도 밑지는 것은 아니라는 계산에서다. 10여년 만에 찾는 초여름 창덕궁이다.





정문인 돈화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문화유산 해설가가 안내한다. 50곳이 넘는 궁궐의 주요 건물과 지역을 훤히 꿰뚫고 있는 가이드의 의무적인 유창한 해설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다. 그러나 듣지 않으면 손해다. 건성으로 구경하는 것보다 알고 관람하는 것이 유익하기 때문이다.





다음 관람객들을 위해 제한된 시간에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무더위에 땀이 날 듯도 하지만 의외로 궁궐 안이 시원하다. 한옥이 원래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된 것이 특징이다. 거기다 울창한 숲에서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연신 더위를 식혀준다. 꿩 먹고 알 먹는 피서를 겸한 문화유산 답사다. 세계 각국의 수도를 가 봐도 도심에서 이만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울창한 녹색지대를 보기 힘들다. 자연과 잘 조화된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발품 아깝지 않은 나 홀로 번개 답사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초여름에 둘러보는 고궁은 색다른 멋이 있어 좋다.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어우러진 아름드리 푸른 거목들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다. 거목들이 들어찬 숲길을 걸어가면 저절로 삼림욕이 되어 심신이 청량해지는 느낌이다. 붉은 보석 같은 앵두가 익어가는 유월의 창덕궁은 그 나름대로 계절의 정취를 싱싱하게 간직하고 있다. 사람을 보고도 원앙새는 도망 갈 생각을 않는다. 야생조류는 인기척을 느끼는 순간 날아가게 돼 있다. 수련이 뜬 부용정 연못에서 본 원앙새는 관람객들이 있건 말건 물위를 노닌다. 누구도 해치지 않는 보호구역에서 사람들과 친숙하게 길들여진 평화로운 모습이다.





1시간 남짓한 관람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더위를 느낄 시간도 없다. 한 바퀴 바람 쐬는 기분으로 돌고 나면 발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 번 창덕궁에 가봐야지 하고 벼른다면 근무시간에 잠시 농땡이를 쳐서라도 가보는 것이 괜찮다.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상의 재충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의 녹색 궁궐 창덕궁은 마음먹기에 따라 나 홀로 번개 답사가 가능한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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