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그대 곁으로...’ 언더그라운드 포크록 가수 이대헌 ①
‘먼지가 되어 그대 곁으로...’ 언더그라운드 포크록 가수 이대헌 ①
  • 이근형
  • 승인 20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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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의 노래가 듣고 싶다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지난해 12월 작고한 우리나라 최고의 작사가 박건호는 1970년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수많은 포크록 가수 지망생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보듬어주었다. 그 무리들 중에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능하고 허스키한 보컬로 단연 눈에 띄는 지망생 하나가 있었다.



박건호는 훗날 그 지망생의 앨범 속지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재능이 아주 많아 오버그라운드에 올려 보내면 성공할 것 같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을 살펴보면 결국 "재능은 많지만 이상하게 히트를 하지는 못했다"로 마무리 된다. 그 지망생은 박건호라는 거물급 인사의 지원 아래에서 커가기보다는, 자기 자신만의 음악을 위해 박차고 나온 듯하다. 바로 그 사람이 이윤수의 명곡 <먼지가 되어>를 작곡한 아티스트 이대헌이다.



밥 딜런을 존경하다


어쩌면 이대헌은 말 그대로 세계 대중음악사에 나올법한, 외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지원과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해주는 기획사나 레이블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위해 우직하게 노래를 불렀다.



유명 레이블 아니면 어떠한가, 허름한 레이블이나 기획사를 통해서도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야. 바로 이런 정신은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록 가수들의 진보적인 생각, 그리고 주류에 배치되어서 비주류의 길을 향했던 사례와 일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대헌이 존경하는 아티스트 중 으뜸은 미국 포크록의 제왕 밥 딜런이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노래하며 포크 음악 무대에 돌연 일렉트릭 기타를 가지고 나오는 밥 딜런의 당돌함이, 유명 레이블을 한사코 마다했던 이대헌에게 큰 영감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의 노래' 를 불렀던 이대헌


1956년 8월생인 이대헌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오락부장을 맡으며 처음으로 기타를 잡았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음악가 이대헌의 첫걸음인 셈이다. 그는 94년 보컬 그룹 <데블스>에서 보컬과 리드 기타를 맡았고, 이후 이종환이 운영하는 쉘부르에 싱어송라이터로 발탁,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대헌은 이곳에서 노래도 짓고 손님들에게 라이브 어쿠스틱 연주도 들려주는 등 활발한 음악 생활을 했다.



이대헌은 쉘부르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입된 이후부터, 서울 및 경기 각지를 돌아다니며 라이브 공연에 매진했다. 그의 기록들을 보면 1996년부터 종로 무교동 명 동 이태원 압구정동 미사리 등 라이브 카페가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가 공연을 했다. 90년대 중반까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라이브 카페 내에서의 공연이 꽃을 피웠는데, 그것은 큰 꿈을 안고 오늘도 노래를 부르는 많은 무명 가수들의 장(場)이나 다름없었다. 미사리에서 라이브 무대로 스타가 되어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가수 박강성을 성공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라이브 카페 트렌드가 한창 무르익을 때 그 중심에는 이대헌이 있었다. 그는 박강성처럼 미사리에서 실력을 쌓아 오버그라운드로 올라갈 의욕이나 목표는 없었고, 그저 압구정이나 명동의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자기 몫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라이브 공연 경험에 비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터인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당시 라이브 카페에 찾아와서 노래를 들었던 고객들, 그리고 이대헌과 함께 팀을 이뤄 서로를 다독여줬던 같은 가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 좀 친다는 사람들은 이대헌 하면 다 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전한 포크록의 정신은


이대헌의 2002년 1집 <시락> 의 재킷을 열어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주변의 자연 경관, 일상생활 속의 아담한 물건들, 그리고 어머니, 아이들, 친구들이 나의 음악의 원천이다’라고. 주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랑 노래만 만들기보다는, 포크록의 참 의미를 먼저 생각하고 느긋하게 현실을 바라보며 노래하겠다는 의지가 이 문장 안에 나타나 있다. 앞서 언급한 그의 1집도 그렇고, 사실 그의 노래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심오할지라도) 굉장히 소박하다.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가사로 본 따 만든 토속적 멜로디의 <영산강>, 쉘부르에서 만나 결혼한 자신의 아내 정인화씨와 합작하여 만든 <영원한 나의 사랑>, 안개비가 내리는 정취를 노래로 잘 표현한 <안개비가 내리네> 등 반짝반짝 거추장스러운 표지를 다 떼어내고 소박함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포크록의 진면목이 무엇인가.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느긋하게 부르는 가운데, 가사나 그 곡에 내포되어있는 내용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져 있지 않은가. 이대헌은 시인 최규창의 작품을 <영산강>이라는 노래로 만들어 자신의 1집 첫 번째 트랙에 삽입시켰다. 이 곡은 상당히 토속적인 멜로디로 어떻게 보면 전래동요의 단면과도 닮았는데, 그 안의 내용은 간절하게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대헌 자신은 모든 부와 명예 다 떨치고 내 음악만을 하겠다는 소박한 심정이 있지만 이렇게 포크록의 정신만큼은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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