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제임스 이하①
얼터너티브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의 제임스 이하①
  • 이근형
  • 승인 200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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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을 완성시킨 범접할 수 없는 감수성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그룹 스매싱 펌킨스가 1991년 데뷔 앨범 ‘Gish’를 발매하고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Gish’라는 앨범을 통해 스매싱 펌킨스의 유명세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막 알려지던 때라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아직 수퍼밴드의 단계는 아니었기에 그들의 프로필 소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일본의 한 음악 전문 방송에서는 스매싱 펌킨스의 멤버 4명을 불러놓고 간단한 토크와 함께 라이브 퍼포먼스를 준비했고, 일본이라는 낯선 세계에서 팬들에게 처음 인사하는 스매싱 펌킨스 멤버들은 대개 긴장하고 있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일본인 멤버


이때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그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관심은 미국 시카고에서 날아온 스매싱 펌킨스 서양인 멤버들 사이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동양인에게 쏠렸다. 이미 이 방송에 출연하기 이전 일본에서는 스매싱 펌킨스 소속의,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외모의 이 아시아인이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 진행자는 스매싱 펌킨스의 프로필을 대략 설명한 다음 곧바로 그 아시아인 멤버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 아시아인 멤버를 빤히 보면서 장난삼아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 주는 게 아니네~" 하며 손사래를 쳤다.

남자 진행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혹시 일본어를 할 줄 아시나요?" 외모만 봐서는 그 질문을 받자마자 유창한 일본어로 대답을 할 줄 알았지만, 그 아시아인 멤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으로 허공을 저으며 일본어를 못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빌리 코건은 "재미 2세입니다" 라고 진행자들에게 알려줬다. 그 아시아인 멤버가 바로 제임스 이하(James Iha) 다.





미국인들의 사이에 당당히 록의 역사를 쓰다


제임스 이하의 본명은 ‘제임스 요시노부 이하’, 일본어로 표기되는 본명은 ‘이하 요시노부(井葉吉伸)’ 다. 가끔은 ‘제임스 조나스 이하(James Jonas Iha)’라고도 부른다.

그는 1968년 3월 26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며, 앞서 언급한 대로 재미 일본 교포 2세다. 제임스 이하는 스매싱 펌킨스의 멤버 빌리 코건과 마찬가지로 시카고에 위치한 엘크 글로브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이 정말 따분했었다고 전했다. 공부에는 그리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는 시카고의 명문로욜라대학교 시카고 캠퍼스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생활을 마치고 곧바로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아는 친구를 통해서 빌리 코건을 소개받았는데 만나자마자 서로 죽이 잘 맞았다. 그들은 곧바로 팀의 이름을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로 지은 다음 차근차근 멤버를 모으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임스 이하와 빌리 코건은 각자의 음악 세계에서 통성명하며 거쳐 간 인맥들이 풍부했기에 스매싱 펌킨스 멤버를 모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1988년 닻을 올린 스매싱 펌킨스는 이후 2000년까지 그래미상 수상(1997), 빌보드 차트 상위권, 세계 얼터너티브 록 정상의 자리 등 지칠 줄 모르는 창작욕과 그에 뒤따르는 부와 명예를 안았다.





제임스 이하는 그 어떤 피도 섞이지 않은 순혈 일본인이지만, 그의 사상이나 정신세계는 보통의 미국인과 다를 바 없었다.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았으며, 다른 록 음악가들과 음악적 교류나 합동 작업을 할 때에도 태반이 백인인 그들과 내면적 공통점이 있었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제임스 이하의 고국이나 마찬가지인 일본 내에서도 스매싱 펌킨스라는 세계적 밴드에 속해있는 그를 “일본이 배출한 슈퍼스타”라고 띄우지는 않았을 정도니, 제임스 이하는 엄연한 미국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제임스 이하가 완연한 미국인이라고 해서 그의 본능에서 비롯된 백인과의 그 어떤 차이점까지 없어지진 않았다. 그는 아시아인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감수성을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 즉 얼터너티브 록에 잘 녹여냈다. 제임스 이하는 미국인들과 24시간 생활하는 환경 속에서도, 조상에서부터 내려오고 있는 그 아시아적 감수성을 잘 보존하여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이 왜 얼터너티브 록의 교과서이고 범접할 수 없는가에 대한 차별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기에 빌리 코건이 창조하고자 했던 스매싱 펌킨스만의 여리고 보드라운 록음악이 비로소 형상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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