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갑의] 강수연을 일약 세계적 스타로 부상시킨 영화 <씨받이>는 처음부터 큰 걸 노리고 기획된 건 아니었다. <씨받이>의 제작자 정도환 사장은 이전에 몇 편의 영화를 제작하긴 했으나 <빨간앵두> 등의 소규모 프로그램 영화를 제작해 주위로부터 “영화다운 영화 좀 만들어보라”는 핀잔을 듣고 고민 중이었다. 그때 <매춘> 등을 기획한 명기획자 김진문 씨가 임권택 감독을 기용한 <씨받이>를 기획해 나타났다.
제작자 정 사장의 목표는 <씨받이>의 우수영화 선정으로 외화수입쿼터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임권택 감독에 강수연이 메인 캐스트였으니 우수영화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고래사냥2> 이후 강수연의 인기가 치솟던 때라 흥행도 그다지 염려할 바가 아니었다. 또한 핀잔을 주던 사람들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꿈이었다. <씨받이>는 우수영화 심사에서 탈락됐다. 뿐만 아니라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는데 흥행도 참패였다. 정 사장도 억울했고 임권택 감독과 기획자 김진문 씨도 너무 분하고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우수영화 심사에서 탈락된 작품은 해외영화제 참가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씨받이>는 한풀이라도 해야겠다는 심경에서 주위의 눈총을 무릅쓰고 베니스영화제에 간신히 출품됐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출품해봤자 망신밖에 더 당하겠느냐”는 주변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최우수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매스컴에서 난리가 난 것은 물론이다. 잔치판이 벌어지자 중앙극장과 동아극장에서는 리바이벌 상영을 하게 됐고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세계 곳곳에서 <씨받이>의 수입 상담이 쏟아져 들어왔다. 홈비디오 판권 역시 대박을 쳤다. 그렇게 <씨받이>는 한풀이를 했고 정 사장은 결국 체면을 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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