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 이름 그대로 불을 밝히는 초롱을 닮은 초롱꽃이 소담하다. 산에서 피는 초롱꽃보다 훨씬 크고 탐스럽다. 서울 구로동 A백화점 앞을 U턴하는 굴다리 위 뒷골목 어느 허름한 집 앞을 지나다 우연히 마주쳤다. 두어 평 됨직한 공터에 여러 그루가 피고 있다. 산에서도 보기 힘든 야생화를 도심에서 만난다는 게 놀라워 ‘디카’를 꺼내 들자 어디선가 금방 주인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며칠 전에는 어떤 젊은이가 함부로 꽃을 밟으면서 찍기에 야단을 쳤죠. 허허” 골목에 수북이 쌓인 헌 종이상자를 뒤로 한 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미소가 초롱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10여 년 전 서해안의 어느 섬에서 몇 포기를 구해와 가꾸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 꽃밭에는 잘 썩은 퇴비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다. 색깔이 다른 두 종의 초롱꽃 외에 낯익은 다른 몇 포기의 야생화도 무럭무럭 자란다. 할아버지의 정성이 포기마다 듬뿍 들어있다는 것을 짐작할 있다.
“간청을 뿌리칠 수 없어 몇 사람에게 나눠주었지만 모두 키우는 데 실패했다더군요. 환경에 민감한 야생화일수록 아파트에서 키운다는 게 쉽지 않죠. 야생상태로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거든요. 이거 보기보다 키우는 게 만만치 않아요.” 화초를 배려하는 마음 없이 아름다운 꽃이 피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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