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인 쇼" 조용필 콘서트 두 배 즐기는 법
"신화적인 쇼" 조용필 콘서트 두 배 즐기는 법
  • 정중헌
  • 승인 20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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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테크놀로지 동원한 공연예술의 신기원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24일 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40주년 기념 콘서트’는 가왕(歌王)의 열창과 첨단 영상기술로 연출한 스펙터클이 5만 관객을 열광시킨 환상의 축제였다. 아무리 녹화기술이 뛰어나고, 아무리 재생 기술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이 날 밤 잠실벌에서 노래와 빛으로 빚어낸 라이브 쇼의 황홀한 아우라(현장 분위기)는 재현시킬 수 없을 것이다.



시대의 신화, 기록적인 콘서트

비도 오지 않았고 5월의 훈풍은 감미로웠다. 그라운드 석 앞쪽에서 뒤돌아본 스탠드 석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구경꾼이 아닌, 오래된 친구 같은 열성 팬들이 흔드는 야광봉의 물결은 애정의 신호이자 소통의 언어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니고, 국가 행사도 아닌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이처럼 5만 팬으로 가득 채운 것은 조용필의 힘이자 이 시대의 신화가 아닐 수 없다.





가왕의 콘서트는 모든 것이 기록적이었다. 지난 40년간 조용필을 취재하며 웬만한 국내외 빅쇼를 섭렵한 필자에게 이날 쇼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모두 새로웠고 신기했다. 밤하늘에 펼쳐진 영상 쇼는 정말 장관이었고, 모든 시선을 조용필 쪽으로 모은 연출 컨셉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지상 최대의 쇼는 영상의 개가였고, 그 장비와 기술이 모두 우리 손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이만한 스케일로 야외무대를 꾸밀 수 있는 배포와 아이디어는 20년 넘게 자신의 쇼를 기획하고 실질적 연출을 해온 조용필만의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메인 스타디움 전면에 높이 40m(약 15층 높이)의 철골 기둥 2개를 세우고, 20여m가 넘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에 첨단 LEC 망을 바둑판처럼 깔아 거대한 영상스크린을 만들어냈다. 40m 타워 전면에 조명 기기와 라인 LEC를 깔아 입체 조명과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비추게 했다. 조용필이 노래하는 무대는 중앙 하단으로 후면에는 별도의 영상과 조명이 나오는 백스크린을 설치해 라이브의 특성을 살렸다. 그 옆에 위대한 탄생 주자들이 포진했고, 중앙 무대 양 옆으로 폭 10m 짜리 영사막을 설치해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과 영상을 비출 수 있게 했다.





관객 압도한 첨단 멀티 영상과 음향

주경기장 스탠드 석의 팬들에게는 중앙 무대에서 열창하는 조용필의 실제 모습이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거리가 먼 탓이다. 그런데 무대 전면의 대형 스크린과 양 옆의 영사막을 통해 어느 위치에서나 실물을 확대한 영상을 보며 현장 열기에 동참할 수가 있다. 여기에 88 서울올림픽 때보다 더 성능이 강화된 음향이 쾅쾅 울려 5만 관객이 라이브 쇼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날 콘서트는 40주년의 주제인 ‘킬리만자로의 표범-더 히스토리’에 맞춰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이 개막을 장식했다. 아프리카 초원의 맹수 표범 한 쌍이 사냥감을 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부터 험준한 산악을 오르는 악전고투를 담아 낸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조용필이 걸어온 길과 대표곡을 드라마타이즈로 제작한 영상파노라마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관이나 안방극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스크린에 스피디하게 펼쳐진 영상과 스테레오 사운드가 또한 관객을 압도했다.





이 밖에도 콘서트 후반부에 그라운드 상공에 출현한 에어로 볼륨 로봇 비행기가 팬들에게 감사의 꽃종이를 터뜨리는 깜짝 쇼를 연출했다. 그러나 철골 무대에 세운 킬리만자로 산은 별 기능을 하지 못했다.



조용필 40주년 기념 콘서트는 공연과 테크놀로지를 결합시킨 최첨단 멀티미디어 영상 쇼로서 야외무대의 새 경지를 열었다고 할 만하다. 최대 규모의 LED 영상 막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기법, 팝아트의 강렬한 영상 이미지, 컴퓨터 그래픽(CG)과 조명이 하모니를 이룬 레이저와 빛의 향연은 고정 무대의 한계를 신기술 메커니즘으로 커버하고 남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신기술 메커니즘의 강렬한 빛의 향연

조용필이 40년간 낸 18집의 앨범 표지를 비디오아트 기법의 동영상으로 보여준 것도 특이했고, 지난 40년간 있은 사회상의 변화를 영상기록으로 연출해 낸 아이디어도 좋았다. 조용필의 히트곡 리듬에 맞춰 디자인한 영상과 조명의 변화도 단조로울 수 있는 가요 쇼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대학에서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가르치는 필자에게 이번 조용필 콘서트는 최근의 신기술이 무대 공연에서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과서 역할을 했다. 3차원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확대되고 해상도가 뛰어난 영상이 빚어내는 가상현실은 오늘의 공연예술이 얼마나 진화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조용필 팬의 주류가 중장년층이라고 할 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이 같은 첨단 영상 콘서트를 전자기술과 영상에 밝은 젊은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오늘의 대중예술은 뉴 테크놀로지와 멀티미디어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음을 이번 공연은 녹화 방송으로라도 대중들에게 전파할 필요가 있다. 70여억 원을 투입했다는 무대와 메카니즘은 지방 투어 때 사용되겠지만, 공연예술과 예술경영, 디자인과 무대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살아있는 교재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거인 조용필의 깔끔한 원맨쇼

조용필 40주년 콘서트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필 1인 체제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MC도 게스트도 없이 150여 분을 혼자서 이끌었지만 지루함이나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는 평을 들었다.





조용필 원맨쇼 아이디어는 조용필과 연출자 이종일 그리고 스탭들의 합작이었다고 한다. 주경기장 대형 무대에 아무리 ‘작은 거인’이라지만 조용필 혼자 달랑 세운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조용필의 오리지널리티로 가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것이다.



이종일 총연출은 “그 동안의 조용필 콘서트가 뷔페식 분산이었다면 이번 40주년 무대는 전문점의 집중 식으로 가고자 했다”면서 “모든 기술과 진행의 초점을 가수 조용필에게 맞춤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밝혔다.



조용필은 참으로 거인이었다. 2시가 반 넘는 무대를 휴식 없이 자신의 노래 36곡을 ,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열창으로 이어 부를 수 있는 가수는 조용필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날 조용필은 그 어떤 무대에서 보다 가창력을 살리는데 역점을 두었고, 현란한 기타 연주 솜씨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전반부는 가장 아끼는 노래 ‘꿈’으로 시작해 ‘큐’까지 빠른 곡 위주로 달린 조용필은 중반부에 이르자 슬라이딩 무대에 올라 그라운드 객석 한가운데서 팬들과 ‘허공’ ‘친구여’를 함께 불렀다. 5만 관객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한껏 부풀려 목청껏 노래한 이날의 합창은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무대 영상에 비친 관객들의 표정에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과 기쁨, 행복, 환희가 어른거렸다. 그 간의 삶이 버겁고 고통스러웠지만 ‘만년 오빠’, ‘국민 가수’ 조용필과 함께 한 이날 밤은 그들 모두에게 천구이자 지상 낙원이었던 셈이다.



조용필이 있어 행복한 팬들

“지난 40년 조용필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습니다”라는 스탠드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처럼 마니아 팬들은 조용필에게 ‘댕큐’를 연호했고 조용필 또한 여러 차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40년은 꿈이었습니다. 한의 시간, 고독의 시간을 넘어 그윽한 세상을 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눈물을 담아 불꽃같은 노래를 하고 싶었습니다. 한결같이 흘러온 한강처럼 이제는 사랑으로 꿈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라며 조용필은 '한강'을 마지막 곡으로 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앙코르로 세 곡을 더 듣고 나서야 그를 무대에서 풀어주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중반부를 팬서비스 차원의 노래방 무대로 꾸민 것은 조용필의 노래가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녹아있다는 반증이었고, 낮은 곳을 지향해온 조용필 철학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레이저, 비디오, 멀티미디어, 홀로그램, 조명과 영상의 버라이어티 쇼. 첨단 기술과 음향이 잠실벌의 조용필 마니아들을 환상 속으로 이끈 이번 40주년 콘서트는 한국 공연사는 물론이고 공연예술과 영상기술을 우리의 창의와 우리의 기술로 결합시킨 쾌거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조용필 콘서트를 볼 지방 팬들은 무대에 사용된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첨단이고 서스펜스한 것인지 이해해야만 조용필 콘서트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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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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