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최고 비싼 연예인과의 한 끼 식대
내 인생에 최고 비싼 연예인과의 한 끼 식대
  • Crispy J
  • 승인 200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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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 38만원에 눈물 흘렸던 사연 / Crispy J



[인터뷰365 Crispy J] 얼마 전 KBS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는 사돈 ‘고은아(장미희)’와 점심 한 끼를 먹고 난 ‘한자(김혜자)’가 그럴듯하게 밥값을 치르려던 중 44만원이란 가격에 엉엉 울어버리는 장면을 보니 “뭐 그런 것 가지고...”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지불했던 가장 큰 밥값은 얼마였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나의 파란만장한 인생 노트에도 김혜자 아줌마처럼 거한 밥값을 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

나.. 원.


나는 극중 김혜자 아줌마처럼 서민적으로 산 것은 아니지만, 장미희처럼 재벌가의 자식도 아니다. 대한민국 가장 평범한 중산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고, 적게는 1천원에서 많게는 5만 원 정도를 한 끼 밥값으로 지불해봤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밥을 먹다보면 5천원을 쓰는 것이 보통이고, 1천 원짜리 햄버거와 길거리 좌판의 떡볶이 1천원어치로 점심을 때우는 게 흔한 일이다. 어쩌다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 한 끼를 하거나 애인과 근사한 레스토랑을 간다 해도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다.



하지만 내게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한 특별한 밥값이 하나 있었다. 차라리 김혜자 아줌마처럼 재벌 사돈이라도 만나서 써야 하는 돈이었다면 딸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고 썼을 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나는 일(연예인 인터뷰) 때문에 거금 38만원이란 밥값을 써야 했다. 섭외를 위한 포섭도 아니요, 촬영 뒤풀이의 기분 내기도 아니어서 참으로 씁쓸했던 밥값이다.



문제의 밥값은 건방지기로(?) 소문난 연예인 B양과의 일 때문에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 사실 그날 점심은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 화보촬영에 관련해 미팅을 가지면 그 뿐이었다. 일이 좀 큰 규모여서 B양을 몇 번 만나야 했었고, 이미 15만원이 넘는 거액을 밥값으로 지불했던 터였다. 누구에게는 적은 돈일지 몰라도 내게는 큰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고급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나보다 싶어 단단히 조심하면 될 줄 알았다. 전에 밥을 한 번 샀으니 간단히 커피나 한잔 마시고 헤어져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압구정동에서 만나다보니 커피 값만 3,4만원이긴 했지만...



사실, 기자들에게 회사가 호락호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한 달 취재비용이 일정한 액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런데 한 달에 10개 정도의 기사를 다루다보면 이 금액도 모자라 사비를 톡톡 털어야 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일의 경중에 따라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폭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해진 취재비용보다 많이 써서 올릴 경우 영수증을 가지고가도 돈을 내주지 않는 게 회사다. 또 돈을 많이 썼다고 사람들 앞에 불려가 잔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B양을 만날 당시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일하던 프리랜서였다. 이전 B양과의 밥값 15만 원을 들고 회사에 갔을 때, 마음씨 좋은 팀장님은 다행히 처리해 준다고 했지만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나는 ‘취재비 많이 쓰는 사람’ 될 것이 뻔했으며, 그 돈을 받으려면 최소 두 달은 있어야 내 통장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미팅 당일 코디네이터와 B양 그리고 매니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가려고 바쁜 척 자리에서 일어서던 순간, 갑자기 B양이 밥을 먹자며 나를 붙잡았다. 조금 바빠서 먼저 가야 한다고 하니 어떻게 연예인이 밥 먹자는 데 거절하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옆에 있던 코디네이터는 나를 달래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장소가 압구정동이니, 또 얼마나 비싼 것을 먹을까 걱정하는 사이. 장소는 B양의 임의대로 정해졌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던 그곳, 황당한 것은 B양의 가족이 일하는 곳이란다. 그리고 준비라도 한 듯 동생이 짠~하고 그곳에 나타났다. '저도 껴도 돼죠?'하는 얄미운 한마디. 밥값 걱정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주문은 B양이 알아서 시켰는데, 다섯 사람 먹을 식탁에 여섯 가지 요리가 올랐다. 게다가 디저트까지 제일 비싼 것으로 달라는 말에 나는 순간 울컥하여 한마디를 던졌다.


"지난 번 음식 값이 많이 나와서요. 저, 회사에서 혼났어요."


나의 읍소에도 아랑곳 않고 B양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커피까지 주문했다. 그날, 나는 38만원이란 밥값을 카드로 긁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말 그녀는 장미희처럼 차를 타고 갔으며, 나는 김혜자 아줌마처럼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다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도, 드라마 속 아줌마처럼 엉엉 울었다. 비록 44만 원보다 6만 원 적은 가격이었지만 혼자 생활하는 내게 38만 원은 한 달 월세였다. 멋진 차를 타고 가는 그녀 뒤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서러웠다.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것’은 배고파서 라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 나눌 상대와 좀 더 특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김혜자는 예단으로 준비한 돈 5천만 원을 달랑 커피 한잔 마시며 건네기에 뭔가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어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을 테고, 기자들이 연예인들에게 식사하자고 하는 것은 좀 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다못해 연인끼리 외식을 하는 것도, 배고파서 밥을 같이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밥 한 끼를 같이 하려는 것일 테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B양은 그 고급 레스토랑이 단골집이었고 가장 맛있는 음식점이라고 생각해서 그곳으로 가자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38만 원짜리 밥이 자주 즐기는 단골 음식점 밥값인 사람도 있지만, 그 돈 때문에 한 달 내내 생활비가 모자라서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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