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상 대가가 놀란 이덕화의 프로근성
영화의상 대가가 놀란 이덕화의 프로근성
  • 김갑의
  • 승인 20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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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에 까다로운 배우일수록 성공예감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살포시 부는 바람에도 갓끈이 하늘하늘 날리고 도포자락이 수줍은 듯 춤추는 그런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달라” 이는 영화 <개벽>(감독 임권택, 1991)으로 제30회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이덕화의 주문이었다. “욕심 많고 짓궂은 임금이 입으면 보이지 않는 옷”을 지으라고 한 주문만큼이나 까다롭고 어려운 주문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개벽>의 라스트 신에서 이덕화가 입은 도포와 갓은 바로 그러한 주문에 의해 특별히 만든 의상이었다. 어쨌거나 이덕화의 이 욕심 많고 짓궂은 주문은 세 번씩이나 의상을 바꾸는 법석 끝에 마침내 만들어졌다. 이덕화의 부친인 배우 이예춘 선생(77년 작고)도 의상에 대한 욕심이 많고 까다로웠는데 이덕화는 연기적 재능만 이어 받은 게 아니라 그 욕심과 까다로움까지 대물림해 번번이 남우주연상을 받아 내는가 싶었다.



이덕화의 별난 주문 의상을 불평 한마디 없이 만들어낸 사람은 ‘피에르 가르뎅’도 ‘구찌’도 아닌 우리영화 의상계의 산증인 이해윤 할머니였다. 골무, 실, 바늘, 재봉틀에 매달려 40여 년의 세월을 우리 영화와 함께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그의 영화의상은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이해윤 여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의상을 만든 영화의상 담당자가 아닌가 한다.



“배우라고 다들 의상에 신경 쓰나? 해주는 대로 입고 마는 배우가 태반이지. 하지만 유독 의상에 대해 까다롭고 신경을 많이 쓰는 배우들이 나중에 보면 크게 성공하는 것 같아. 그만큼 정성을 나타내고 욕심이 많으니 성공 안 하겠어?



이 여사는 조미령 최은희 김지미 신영균 이예춘 김승호 문정숙 황정순 박노식 김희갑 등 자신의 손길을 거쳐 간 배우들을 열거하며 의상에 대한 저마다의 남다른 욕심과 까다로움을 들려주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궁중의상을 만들기 위해 찾아다닌 상궁들이나 궁중의전 관계자들도 부지기수.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열강 병력과 외교관들이 등장했는데 그들 각국의 의상을 알기 위해 책을 사보고 각국 대사관을 찾아가 고증을 받아 만국 의상 박람회를 열어도 될 정도였다고 한다.



“글쎄, 이제나 저제나 하고 한국영화가 잘 될 때만큼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려운 때만 있어 왔으니... 한국영화가 어려운데 내가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이 여사는 한국영화의 전설적인 의상디자이너였지만, 막상 외출 한 번 하려고 해도 입을 만한 마땅한 옷이 없어 망설이게 된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까다로운 주문을 불평 한마디 없이 만들어 내는 의상집 아줌마. 한국영화가 어려울 때에도 해 뜰 날만을 고대하며 직업정신을 발휘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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