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에 숨겨진 적막한 고찰 대곡사
명당에 숨겨진 적막한 고찰 대곡사
  • 김철
  • 승인 20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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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법조인들 공부했던 비봉산 기슭 산사 / 김철



[인터뷰365 김철] 절간이 위치한 산의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산세가 마치 봉황이 비상하는 것 같다고 해 비봉산(飛鳳山)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의성군 다인면에 있는 해발 671m의 산이다. 실제로 멀리서 산을 보면 봉황이 날개를 펴고 막 날아오르는 것과 비슷한 형세를 취하고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전국에 여럿 있지만 산세가 이처럼 새를 빼어 닮은 산은 보기 어렵다. 풍수지리가들 사이에 하늘 아래 감춰진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해 오래 전부터 이들의 답사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고찰 대곡사는 그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세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당에 숨어 있다.



나옹선사와 인도 승려의 합작품

의성 고운사의 말사인 비봉산 대곡사는 유명세를 타지 않은 탓에 중생들의 발길조차 뜸하다. 당연히 관광객들은 볼 수 없다. 이따금 기도를 하러 오는 불자들이 한둘이 보일 뿐 온종일 가도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산사다. 시끌벅적한 곳을 피해 고요한 산사만을 골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절간이다. 더불어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루어진 불교문화의 진수를 고요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통 문화유산의 답사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대곡사의 역사는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나라와 고려에서 불법을 크게 폈다고 알려진 인도 출신의 승려 지공선사와 공민왕의 왕사를 지낸 고승 나옹선사가 주도하여 1368년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기 드물게 한국과 불교의 원조 나라 인도의 승려가 힘을 합쳐 세운 절이다. 나옹선사라면 지금도 만인들에게 애송되는 선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로 유명한 스님이다. 두 스님의 영정은 지금도 절간에 모셔져 있다.



사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 눈여겨보면 조상들이 남긴 불교건축물의 깊고도 오묘한 멋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건물은 본존불상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을 비롯해 명부전, 범종각, 산신각 그리고 부속암자인 적조암(寂照庵)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대웅전과 범종각, 명부전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있던 대곡사의 건물은 정유재란으로 모두 소실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고건축물은 조선 선조와 숙종 때 지은 것이라고 한다.





자연미가 돋보이는 대웅전

단청을 입히지 않은 팔작지붕의 대웅전은 사진에서 보듯이 기둥을 원목 그대로 사용해 한결 자연스런 멋을 더해 주고 있다. 거기다 기단까지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활용한 선조들의 멋진 예술적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 지어진 일주문을 통과하면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범종각은 대곡사의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1층에 범종이 있고 2층에는 법고가 있다. 날아갈 듯 유연한 곡선미의 범종각 지붕의 처마는 전통한옥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건축의 문외한이 봐도 전체적으로 흠 잡을 데 없이 균형미가 완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범종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웅전 앞뜰에 세워진 석탑은 현존하는 대곡사의 문화유산 가운데 금동불상 석등 등과 함께 가장 오래되고 특이한 불교미술품으로 꼽을 수 있다. 석탑은 점판암 13개를 한 개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은 청석탑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잘 다듬어진 석탑의 양식과 달리하는 이색적인 석탑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고려 말에 세운 탑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보아 대곡사 창건 당시에 쌓은 석탑으로 추측되고 있다.





저명 법조인들이 독학했던 적조암

절간을 뒤로 하고 산 정상으로 향하는 호젓한 숲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 보면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산 중턱에 있는 적조암이라는 아담한 암자다. 대곡사의 부속 암자는 본래 9개가 있었다고 전해지나 전란으로 모두 불타 없어지고 대표적으로 남은 것이다. 건물을 받히고 있는 기둥은 예의 자연 그대로의 원목을 사용했다. 언덕의 공간을 미학적으로 활용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풍스런 건물도 건물이려니와 적조암은 인적이 드문 사찰에 달린 암자답게 너무나 고요해 선승이나 학승들이 머물며 참선이나 공부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암자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명당으로 알려진 곳에 터를 잡은 까닭인지 몰라도 적조암은 소문나지 않은 영험 있는 암자로 주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명당이 출세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것은 황당한 미신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튼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저명 법조인들이 이곳에서 고시공부를 한 뒤 합격을 하고 승승장구했다는 입소문이 그렇다. 검찰총장 출신의 J변호사와 인천지검장을 지낸 뒤 특별검사를 역임한 K변호사 그리고 전 대법관 P변호사가 소문의 주인공들이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절간이라 해도 유명한 절간에 못지않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른바 명당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 숨어 있는 불교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대곡사가 바로 그런 곳이다. 불교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발품을 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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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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