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을 대체한 세계적 ‘랩 록’그룹 비화②
록을 대체한 세계적 ‘랩 록’그룹 비화②
  • 이근형
  • 승인 200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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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록의 마지막 수호자, 오직 하나인가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0년대 들어 힘을 잃어버린 랩 록의 역사를 자세히 뜯어보면 대략 이들의 연대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랩 록이라는 장르가 주류에 편승하면서 점점 트렌드가 되고, 그것을 따라서 혈기왕성한 백인 초보 아티스트들은 밴드를 결성해서 옆 동네의 ‘힙합 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랩 록의 기본 틀을 장식한다. 그런 후에 레이블 및 소속사를 얻게 되고, 데뷔앨범을 내놓아 평단으로부터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그렇게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그들은 자신들의 랩 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감성적 마인드로 만드는 이모코어나 얼터너티브 메탈로 방향을 튼다. 아니면 하드 록 그룹으로 탈바꿈한다. 이런 식으로 지금은 전혀 다른 장르로 전향했거나,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록그룹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가운데 199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밴드 이름부터가 랩 록의 폭발적인 그것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RATM은 밴드 역사 도중 잠시 해체되는 아픔을 겼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끝까지 랩 록이라는 장르를 버리지 않은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랩퍼 및 보컬 잭 드라로차, 리드 기타 톰 모렐로, 드러머 브래드 윌크, 그리고 베이시스트 팀 커머포드로 이뤄진 RATM은 그들의 충격적 1집인 셀프 타이틀 앨범 ‘Rage Against The Machine’부터 2000년 리메이크 앨범 ‘Renegades’를 발표할 때까지 오로지 랩 록만 추구했었다. 게다가 이들의 실력은 굉장히 뛰어나서 세계적 밴드로 격상하는 동시에 록의 역사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위치까지 접근한다.



굳이 다른 장르로 탈바꿈한 랩 록그룹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랩 록이라는 도구 하나만으로도 아직까지 전설적인 위치에 올라 많은 록 팬들의 귀를 자극하는 RATM은 “뛰어난 음악을 가지고 있으면 클래식이 영원하다”라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RATM은 일단 2000년에 해체한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91년부터 2000년까지 약 10여 년 동안 4장의 앨범을 내면서 어떤 장르로도 변절하지 않고 순도 100퍼센트 랩 록을 자랑했다.





RATM은 오히려 랩 록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떤 변화를 줘서 여론을 흥분시킬까 고민했던 밴드였다. 하버드 출신이자 조상이 케냐 초대 대통령인 톰 모렐로, 그리고 멕시코계 미국인이자 어린 시절부터 인종 차별과 미국 서부의 극심한 가난을 겪었던 잭 드라로차는 팀 이름 (Rage Agains The Machine 기득권, 기계 문명, 주류에 대한 반항)에 걸맞게 상당히 혁명적인 급진 좌파였다. 게다가 모두 가방 끈 꽤나 길고, 책 좀 읽었던 사람들이라서 우익 집단 및 주류계가 꼼짝 못할 만큼의 상당한 지식으로 좌파의 목소리에 적지 않은 몫을 했다. 그들은 과감하게 자기들의 조국인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판했으며(2집 앨범 Evil Empire), 미국 정부가 들으면 까무러칠만한 욕설과 비판 섞인 랩 가사로 신랄하게 때리고 꼬집었다.


어쩌면 RATM의 음악관을 이야기 할 때 랩 록이라는 장르 안에서 변화를 가해 그것으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고 뭉뚱그려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일 것이다. 급진 좌파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노래에 담아 미국이라는 대제국을 향해 용감하게 융단 폭격을 가했던 혁명적 밴드라고 해야 정확할 듯하다. 이런 점들이 타 랩 록그룹, 그리고 타 록그룹과 정확히 차별성을 두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RATM의 정치적 성향을 부각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이들은 2000년 해체이후 2007년 재결성한 뒤에도 여전히 랩핑이 가미된 힙합적 바운스의 랩 록을 고수하고 있다.



랩 록의 마지막 수호자, 오직 하나인가

RATM이 얼마나 랩 록을 사랑하는가 알 수 있는 대목은 바로 2000년 이들의 마지막 앨범인 리메이크작 ‘Renegades’를 들 수 있다. 이 앨범에는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사이프레스 힐 등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노래를 랩 록으로 각색해서 전혀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켰다. 많은 음악 팬들과 평론가들은 2000년에 나온 음반 중 ‘Renegades’가 최고의 작품 대열에 끼지 않으면 섭섭하다고 입을 맞추고 있다. 단지 유명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그 앨범이 최고작의 대열에 끼는 것이 아니다. RATM은 일반적 리메이크 앨범과는 다르게 오직 그들만의 스타일로 각색했다. 롤링 스톤즈의 곡 ‘Street Fighting Man’을 랩 록으로 각색한 그들이 대단할 뿐이다.





2000년 RATM이 해체되자 톰 모렐로는 ‘오디오슬레이브라’는 그룹을 만들고 잭 드라로차는 솔로 힙합 가수로 나서거나 아니면 포크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톰 모렐로는 ‘오디오슬레이브’에서 또 다른 록음악의 역사를 썼고, 잭 드라로차는 그에 반해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것은 바로 랩 록이 확실히 주류 음악계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방증인데, 어찌된 것이 이들이 다시 2007년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아쉽게도 RATM의 예전 멤버 4명이 의기투합해서 재결성했는데도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지만 랩 록 골수팬들에게는 살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RATM은 미국 및 전세계를 다니며 예전의 히트곡들을 리바이벌했다.



아직까지 신보를 발표한다는 움직임은 안 보이지만, 자명한 사실은 RATM이 7년 여 만에 다시 뭉쳤다는 것이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잭 드라로차, 톰 모렐로, 팀 커머포드, 브래드 윌크 모두 다 무사하고, 공식적으로 RATM이라는 록그룹 안에서 다시 각자의 파트로 돌아갔다. 이것은 어쩌면 살아있는 박물관일지도 모른다. 2003년 ‘Result My Vary’라는 앨범으로 수많은 하드코어 팬들에게 돌을 맞아 좌초한 림프 비즈킷, 이미 다른 장르로 편승한 인큐버스, 그리고 아직까지도 랩 록을 고수하지만 스스로 주저앉은 콘 등은 랩 록의 현재 실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랩 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자들이 RATM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뭉쳤다는 것은, 지금 막 피어나는 록 키드들에게 "예전에 RATM이라는 그룹이 있었는데..." 라고 가르쳐줄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의 현장이다.



RATM은 랩 록의 마지막 수호자다. 이 말은 아마 그들이 스스로 주류 음악에 편승하여 변질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반문할 수 없는 공식이다. 이제 여기서 RATM이 그냥 박물관의 시조새나 맘모스 화석처럼 가만 앉아있을 것이냐, 아니면 신보를 들고 나와 랩 록이 아직 강성하다는 것을 증명하느냐는 그들 스스로에 달려있다. 랩 록 팬들은 RATM이 다시 한 번 혁명을 일으켜줄 것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다. 랩 록은 이미 20여 년이라는 세월동안 많은 음악을 양산했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랩 록의 수호자가 지금 딱 한 그룹이라는 사실은 애석하다. 한때 사람들의 귀에 줄기차게 들려왔던, ‘딱딱 맞는 플로우에 틀을 둔 랩핑’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의 향연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인 스트림의 하나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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