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개방한 시민들의 쉼터 동구릉
산책길 개방한 시민들의 쉼터 동구릉
  • 정경미
  • 승인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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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에서 자연과 역사 동시에 체험한다 / 정경미



[인터뷰365 정경미] ‘능’이라고 하면 보통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어딘지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왕과 왕후의 무덤인 까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곳곳의 능을 답사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낮잠을 즐길 수 있는 능도 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동구릉은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지난 10일 문화재청 동구릉관리소는 최근 기존 답사 코스와 별도로 새로 숲 속 산책길을 개방, 시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구리시 동구동에 위치한 동구릉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능을 시작으로 건원릉, 경릉에 이르기까지 9릉 17위의 왕과 왕후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동구릉이라는 명칭은 ‘도성의 동쪽에 있는 9개의 능’이라는 뜻으로, 추존왕(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받들어진 왕) 익종의 수릉이 아홉 번째로 조성되던 1855년 이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불렀다. 동구릉은 조선왕조에 조성된 능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걸맞게 능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동구릉이 시민들의 쉼터로 인기를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말이면 능을 찾는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가족 단위의 행락객들이다. 하지만 북적대던 차량과는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비교적 한산하다. 주차수용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문이었다. 동구릉까지는 청량리역과 강변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나 전철, 구리역과 연계한 마을버스를 이용할 경우 편하게 닿을 수 있어 오히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동구릉 입구를 지나면 큰 홍살문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는 왕릉의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상징적 장치로 이곳을 지날 때 몸과 마음을 엄숙히 하고 여기에 모셔진 분들에게 경건한 예를 갖추라는 의미로 세워진 것이다. 아홉 곳의 능마다 홍살문이 설치되어 있어 참배나 제례가 시작되는 곳임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있다. 아홉 개의 능을 모두 관람하려면 적어도 2~3시간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동구릉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경릉입구에서 시작해 양묘장 숲 속 길을 따라 개울과 어우러진 산책로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산책로를 이어주며 우뚝 솟아 있는 나무들에는 친절하게 이름표가 붙어 있어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고 싱그러운 숲 냄새가 어쩐지 더욱 진하게 전해진다.





한나절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능과 능을 한가로이 옮겨 다니며 삼림욕을 즐긴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라는 향기물질에는 살균 및 살충, 악취제거 등 많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울창한 숲 속을 거닐면서 신선한 공기를 가슴 속 깊이 호흡함으로써 ‘피톤치드’를 마시거나 피부에 닿게 하면 도시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25∼60%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피톤치드’는 소나무, 잣나무 같은 침엽수가 더 많이 방출하는데 인체의 심폐기능 강화로 기관지 천식, 폐결핵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동구릉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입구를 지나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게 수릉이다. 수릉은 추존 문조(순조와 순원왕후 김씨 사이에 탄생하여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나 순조 30년 창덕궁에서 춘추 22세로 승하)와 그의 비 신정왕후 조씨의 능이다. 능을 돌아보는 시민들은 저마다 편안하게 잔디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 끼리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문화유적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능을 뒤로 하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기도 한다. 능이 아니라 공원 같은 친근한 분위기다. 서양과 달리 특별한 날이 아니면 묘지를 멀리하는 우리나라의 통념상 능이 이토록 시민들과 친밀하게 공존한다는 것은 새로운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현릉은 문종(세종의 장남)과 그의 비 현덕왕후 권 씨의 능이다. 정자각에서 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 위의 언덕에 있는 능이 문종의 능이고, 오른쪽 언덕의 능이 현덕왕후의 능이다. 이처럼 같은 능의 이름 아래 있지만, 왕과 왕후의 능을 각각 다른 언덕 위에 따로 만든 능을 ‘동원이강릉’이라고 한다. 건원릉은 조선 왕릉 제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능제는 전체적으로 고려 공민왕의 현릉을 따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석물의 조형과 배치 면에서 일정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봉분에는 다른 왕릉들처럼 잔디를 심지 않고 이색적으로 억새풀로 덮여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아들 태종이 고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다 덮어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정자각의 남쪽에는 제의를 준비하는 수복청이 있었는데 현재는 원형을 볼 수 없고 주춧돌만 남아 옛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능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작은 돌멩이가 깔린 길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를 걸으면 자연학습장이 나타난다. 자연학습장은 몇몇 나무들과 꽃들이 피어있는 평범한 들판에 가까웠다. 하지만 동구릉 전체가 자연 그 자체의 훌륭한 학습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등의 나들목에 위치해 있어 인근 주민은 물론 수도권 어디에서든 반나절만 시간을 투자하면 아름다운 자연과의 만남이 가능하다. 또한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역사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의 시민들과 조선왕조 사이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동구릉은 삶에 쫓기는 도회인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한가로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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