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의 벼락 골, 유럽 빅리그에도 통할까
김두현의 벼락 골, 유럽 빅리그에도 통할까
  • 이근형
  • 승인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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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레이 감독 사로잡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5호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지난 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 리그격인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데뷔골을 결승골로 장식한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위치로의 완전 이적을 확정했다. 큰 점수 차로 지지 않으면 사실상 리그 우승이 확실시되던 최종전 퀸스파크와의 경기에서 팀의 백업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김두현은 헤딩으로 결승골을 뽑아냈고, 덕분에 웨스트 브롬위치는 홈구장인 로프터스 로드에서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웨스트 브롬위치는 이로써 05/0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된 후 2년 만에 다시 별들의 전쟁터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동안 웨스트 브롬위치의 공식 경기에서 선발 출장은 단 한 번이었고, 그 외 7경기에서 교체 출장으로 연명해야 했던 김두현의 최종전 활약은 분명 장밋빛 미래로 다가왔다.



사실 김두현의 웨스트 브롬위치 입단은 약간의 모험이 섞인 것이었다. 이전의 그는 K리그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에서만 몸담았던, 해외 경험이 전무한 국내파 플레이어였기에 아무리 2부 격인 챔피언십리그였다 하더라도 대체적 여론은 그의 성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거기에 더해 군 문제가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위로 올라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웨스트 브롬위치 입장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 부문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백업용 자원을 원한 것이었지, 즉시 전력감을 데려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김두현에게 있어 주전 자리란 굉장히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던 것이 김두현이 출전한 거의 모든 경기가 교체에 의한 것이었고 웨스트 브롬위치 측에서 그를 대하는 태도에 상당히 쌀쌀맞은 기운이 감돌았었다. 출장 시간과 좋은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은 당연히 그가 아직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함을 뜻했고 팀에서는 언론 앞에 노출된 그를 감싸기보다 거의 '무관심' 수준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두현은 이러한 차별적 대접을 감수하면서 적은 양의 기회를 잘 살려냈고, 종국에는 데뷔골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또한 잉글리쉬 FA컵 4강전 포츠머스의 경기에도 종료 직전 출장해서 전면 공격에 나서는 팀의 작전을 잘 이행했다.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포츠머스에게 0대1로 끌려 다니는 상황 에서 김두현을 급하게 투입했던 것은 분명 그의 잠재된 공격력을 믿는다는 증거였다. 비록 눈에 확 띄는 성과물은 아니지만 김두현은 이렇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멋진 골로 감독에게 보답했다.





경기 후 모브레이 감독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김두현과 함께 하고 싶다"고 발언할 당시만 해도 언론의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모브레이 감독의 급조된 감성적 마인드에서 비롯된 발언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웨스트 브롬위치는 분명 08/09 프리미어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다각도로 자원들을 검토, 팀을 리빌딩할 것이다. 챔피언십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오는 팀들은 항상 매 시즌마다 제3세계 리그나 가까이에 접한 스코틀랜드, 그리고 하부리그 등지에서 전력감으로 판단되는 선수들을 데려오곤 한다. 그래서 현재 약간 노쇠했다고 여론이 형성되는 웨스트 브롬위치의 미드필드 라인, 그리고 강등권에서 탈피하기 위해 철저히 보강해야 마땅한 수비 라인에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열려있다.



조나단 그리닝과 졸탄 게라로 대변되는 웨스트 브롬위치의 미드필드 라인은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 노련한 플레이가 일품이지만,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가중되는 피로감과 속도 저하는 분명 웨스트 브롬위치의 구멍인 셈이다. 또한 포츠머스와의 FA컵 4강전에서 드러났듯이, 웨스트 브롬위치는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팀을 만나면 언제든 어이없이 한 골을 먹힐만한 수비력을 지니고 있다. 그 수비력이 챔피언십리그에서는 통할지라도 말이다. 모브레이 감독이 제일 중요시 여기는 '패싱 게임' 에서 웨스트 브롬위치의 수비 라인은 전혀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공격 때 빠르게 전개해야 할 것을 그냥 묵묵히 지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를 대비하는 웨스트 브롬위치가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 변혁의 바람 속에서 과연 김두현은 한국인 5호 프리미어리거의 자존심을 지키며 포메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주전급이 아니라 백업 요원 정도로만 전락할 것인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게다가 김두현 개인만의 큰 약점이 주전으로 가는 길을 더욱 험난하게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완연한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그가 한국 프로축구를 접수할 때 성남 일화의 포메이션은 어떠했는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앞세우고 그 뒷자리에 더블 볼란테가 형성되고 있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떠받치는 형태에 그는 너무나도 익숙해 있는 것이다.





웨스트 브롬위치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수비형)가 중원에 위치하고, 양쪽 윙 미드필더가 공격적 자세를 취하는 4/4/2 포메이션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술은 웨스트 브롬위치의 전통적 포메이션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이 가운데 김두현은 두 명의 공격수를 보좌하는 중앙 미드필더, 즉 공격수와 가장 가까운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 잡게 되는데, 패싱 게임을 즐기는 웨스트 브롬위치의 측면에서는 그의 고른 볼 배급이 좋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지만 4/4/2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중원 청소 요원의 숫자가 적은 것을 감안, 유사시에는 중원 하부에까지 내려와 굳은 일을 도맡아야 한다. 여기서 김두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국가대표에서도, 그리고 프로팀에서도 수비력을 찾아보기 힘든 비교적 유약한 하드웨어를 지녔다.



모브레이 감독이 웨스트 브롬위치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요구하는 것은 양쪽 윙 미드필더와 수시로 찔러가며 공격진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유사시에는 모두 중원 하부로 내려와 수비벽을 만들 것도 주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웨스트 브롬위치의 중앙 미드필드 듀오인 로버트 코렌/조나단 그리닝 라인이 중원 하부로 많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김두현 은 자신이 제일 자신 있어 하는 전형적 공격형 미드필더의 모습을 버리고 이들 듀오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상대방의 공격을 끊어줘야 한다.



또한 이미 가장 최근의 프리미어리그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05/06 시즌에서 드러났듯, 웨스트 브롬위치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도 처음 빅리그를 경험하는 김두현에게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빅리그의 티켓을 거머쥐었다가 자신이 속한 팀이 빅리그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 느꼈을 때 그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두고 볼 일이다. 실례로 06/07 챔피언쉽리그 우승을 차지하여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간 선덜랜드는 스코틀랜드 명문인 하츠에서 골문을 맡고 있던 골키퍼 크레이그 고든을 영입했다. 고든은 하츠 시절 뛰어난 선방으로 이름 날리며 빅클럽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동시에 스코틀랜드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는데, 팀 전력이 약한 선덜랜드에 와서는 수많은 실점을 기록하며 개인적으로도 자괴감에 빠졌고 네임 밸류가 격하되었다.





그래도 이제 막 유럽 빅리그에 도전하려는 김두현에게 희망적인 부분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웨스트 브롬위치 선수들 및 구단 프론트진이 자신에게 대하는 쌀쌀맞은 태도도 모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데뷔골을 터트린 이후 자신을 대하는 모습이 이전보다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경기 외적인 요소가 긍정적으로 흘러가면 그에게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기고 한결 더 나은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모브레이 감독이 가장 철칙으로 여기는 '패싱 게임'에서 김두현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 한다면 벼락같은 중거리슛 외에도 경기를 몇 분 정도 앞서 생각할 수 있는 선구안과 거기서 비롯된 질 좋은 패스를 들 수 있는데, 아마 현재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졸탄 게라와 함께 가장 패스가 깔끔한 선수로 김두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공격진과 가까운 하부에서 좌우 가리지 않고 낮고 빠른 땅볼 패스를 즐겨 사용하며, 그것은 어시스트로 많이 쓰일 만큼 정확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중원 하부에서 수비를 많이 보던 웨스트 브롬위치의 중앙 미드필드진 성격상, 김두현의 부지런한 패싱 게임은 분명 모브레이 감독의 이상적 작전에 잘 들어맞는 요소다. 여기에 더하자면 빠른 패스와 중거리 슛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특성상 김두현의 예상치 못한 오른발 중거리 슛이 웨스트 브롬위치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의 슛은 때로는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으로, 그리고 때로는 상대방 수비진들을 앞으로 끌어내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김두현에게 희망적 요소가 보인다고 해서 그냥 마음 놓고 그의 빅리그 안착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김두현에게는 여러가지 방해물들이 존재하는데 포츠머스 전에서도 나타났듯이 비교적 강팀을 상대로 담력을 길러야 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를 대할 수 있는 다각도적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4/4/2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커버링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뽑혀서 호성적을 기록하여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다음 시즌 잉글랜드를 누빌 김두현의 쉼 없는 질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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