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재벌 마님들”
“두 얼굴의 재벌 마님들”
  • 김희준
  • 승인 20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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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와 연결된 “엄마가 뿔났다” “행복합니다”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스타 작가들이 주말 드라마 시간대를 점령한 지 이제 중반이 지났다. 황금시간대인 8시대에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를 시작으로 9시대에 김정수 작가의 ‘행복합니다’가 각각 다른 방송사 채널을 타고 사이좋게 릴레이된다. 공교롭게도 이 두 드라마는 모두 서민 가정을 중심으로 재벌 집안이 연결돼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재벌가 안방마님이 저마다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먼저 시작하는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막내딸이 시집간 집안이 재벌가이고 ‘행복합니다’에서는 둘째 며느리의 집안이 재벌가다. 이 두 재벌 집안을 이끌어가는 것은 그 안주인들인데, 캐릭터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우선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가 연기하는 재벌가 안주인은 극의 중심이라기보다는 극의 풍미를 더하는 캐릭터다. 극중 재벌 마님 장미희는 언제나 교양으로 샤워한 듯 문화적 허영의식이 가득한 유아독존적인 여인이다. 아들의 단식투쟁 때문에 할 수 없이 들인 서민 며느리가 못마땅해 죽을 지경인데 그것 역시 허영과 냉소를 적절히 배합해 복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며느리 앞에서 교양을 뽐내느라 홍차의 기원 강의에 모차르트를 늘 틀고 있어 시청자까지 괴롭히고(?) 있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모든 캐릭터에 작가의 시각이 고루 녹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순재가 연기하는 할아버지에는 어느 정도 삶을 살아낸 작가의 혜안이, 김혜자와 백일섭이 연기하는 부모는 자식들 인생을 자신의 인생에 얹어놓고 사는 이 시대 부모들의 초상이, 그리고 3남매에는 그가 살아왔던 혹은 관찰했던 젊은 세대의 가치관들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그리고 살짝, 만화를 그리는 조카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게 함으로써 극중 예고를 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장미희가 연기하는 재벌 마님은 아마 작가도 재수없어 하며 혹은 가장 재미있어하며 그려내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김수현표 독설이 여전히 작렬하고 있어 그의 예봉이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장미희는 재벌가 안주인이라면 함직한 일들을 모두 하고 있는 ‘재벌 안주인의 교과서’다. 물론 이는 사실적인 것 플러스 허구적인 상상력, 즉 재벌 안주인이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충실하게 만족시켜주는 작가의 필력이 빚어낸 인물일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삭막했을 이 캐릭터에 맛스러움을 더한 것은 배우 장미희다. 특히 장미희의 70년대 히트 영화 ‘별들의 고향’식 연기는 흙도 밟지 않고 살 듯한 재벌가 사모님 역에 맞춤인 듯 잘 어울린다. 공들여 잘 가꾼 외모에 “나 연기하고 있어요”하는 듯한, 연기를 하는 듯한 연기는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꾸민 듯한’ 캐릭터에 잘 부합된다.





배우 장미희는 데뷔작 ‘겨울여자’ 이후 거의 모든 배역에 자신을 함몰시키기보다는 맡은 배역을 장미희스러움으로 재해석하는 배우다. 특히 차분하지만 하이톤인 목소리와 늘 판타지를 연출하고 있는 듯한 표정은 일상적인 화면에서조차 장미희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재수없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재벌 마님 캐릭터가 새롭게 탄생한 것은 장미희스러운 연기의 내공 덕이 크다 할 수 있다.



반면 이어지는 김정수 작가의 ‘행복합니다’에 등장하는 재벌 마님은 초반과는 달리 날이 갈수록 정형적이고 무거워지고 있다. 화려한 드레스에 높이 틀어올린 머리를 하고 등장하는 이휘향표 재벌 마님은 기분좋은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연기자 이휘향의 활력에 힘입어 딸들보다 더 철이 없지만 한편 귀엽기까지한 캐릭터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이 마님의 관심은 오직 딸 둘 시집 잘 보내는 일이어서, 첫째를 평범한 이계인 집안에 시집보낸 후 절치부심해 둘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복서 지망생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이 드라마는 이계인 슬하의 4형제 중 둘째아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장의 딸과 결혼하면서 출발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중심이 됐던 큰딸 내외는 부부싸움에 갖가지 해프닝만 일으키며 이벤트 부부 수준으로 중심에서 비켜나있고 오히려 재벌가 큰아들 역 이종원의 사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 과정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이휘향식 재벌 마님 캐릭터는 흔히 봐왔던, 돈으로 무소불위 힘을 행하는 재벌 안주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둘째 딸이 사랑하는 복서 지망생을 떨쳐내기 위해 체육관을 사들이게 하는 과정에서 드디어(!) 여태까지 드라마상에 나왔던 재벌가 안주인의 필수지참품(?)인 흰 봉투도 등장했다. 액수를 알 수 없는, 그러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돈이 든 봉투다.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의 관계도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계인이 양자로 들인 친구의 아들과 이종원의 사생아를 낳은 여자가 엮이고 또 이계인은 사돈인 재벌가의 집사와 엮이고 있다. 또 사돈 집안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어린 여자와 이계인의 막내아들도 좋은 사이다. 이건 사돈 집안끼리 세상사에서 벌어질 갖은 관계 형성을 다 하고 있는 셈이어서 너무도 복잡다단한 우물 안이 되고 있다. 이계인 집안이 사돈인 재벌 집안의 뒤치다꺼리 전문 집안도 아니고, 이쯤 되면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얽히는 정도가 좀 심하다.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등을 통해 극적인 재미보다는 사람사는 모습을 담담하고 소담스럽게 엮어내는 데 장점을 가진 작가 김정수의 시선이 과도한 드라마적 장치로 인해 흐트러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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