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빼기 프로젝트, 낯선 동네에서 해결사를 만나다
사랑니 빼기 프로젝트, 낯선 동네에서 해결사를 만나다
  • 김희준
  • 승인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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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희준】이에 문제가 생겼다. 음식 먹기가 힘들고, 시리다. 그동안 치과 드나드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나는 괜찮은데 하고 은근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지는 때가 된 것 같다.

이가 아플 때는 유독 ‘아는 치과’를 찾는다. 아프지 않게 잘해주는 치과, 하지만 입력된 정보가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기도 좀 뭣해서 그냥 몇 년 전에 우연히 들어갔던 치과를 가기로 한다. 그때 그 치과를 가게 된 이유는 딱 하나 이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들어가보니 새로 생긴 터라 깨끗한 것도 마음에 들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예전 치료기록도 있단다.

예악을 한 날, 가보니 몇 년 전의 반짝이던 느낌은 다 사라졌고 원장선생도 달라 보였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일본인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 따로 통역하는 사람까지 두고 있었다. 좀 기다린 끝에 엑스레이를 찍고 또 좀 많이 기다린 끝에 의사가 왔다. 사랑니를 빼야 하고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하니 종합병원으로 가보란다.

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의사가 써준 진단서를 들고 나오니 간호사가 종합병원 번호를 알려준다. 벽에 붙어있는 의사의 졸업증명서에 있는 대학이다. 얼마나 많은 환자를 연결시켰는지 그 병원 전화번호가 인쇄돼있는 종이가 나달나달하다.

치료도 안해주고 그냥 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걸 보니 문제가 큰 모양이다. 뒤늦게 조바심이 나서 그 병원에 전화를 건다. 몇 번을 돌린 끝에 치과병원 원무과에 접속됐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잇몸 치료 따로, 사랑니 빼는 것 따로 예약을 해야 한단다. 같은 입속의 일이라도 전담부서가 다른 것이다. 입속 일이 이렇게 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지 몰랐다.

예약을 하려 하니, 두 군데 모두 빨라야 11월 말이 되어야 가능하단다. 그때가 10월 초, 두 달은 기다려야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진료부터 해보자 했더니 그것도 예약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당일 아침에 그냥 접수를 하고 기다를 받으라 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 뾰족한 수가 없단다.

모처럼, 불처럼 타오르던 치료의지는 없어지고 불안감만 남았다. 계속 이가 아플텐데, 두 달을 기다려야 하나, 일단 내일 근무를 빼먹고라도 병원에 가서 죽치고 있다가 진료를 받아야 하나.

누가 그랬다. 병은 널리 알려야 한다고. 꼭 그 조언을 따른 것은 아니지만 그날 저녁 약속 때문에 만나 지인한테 낮의 일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아는 치과가 있으니 한번 가보겠느냐고 한다. 시내 중심에 한다하는 치과에서도 종합병원으로 가라는데, 가능할까.

그래도 지인이 말한 치과에 다음날 전화를 걸었다. 응암동에 있는 치과였다. 응암동이라는 동네조차 처음 가보는 길, 기대보다는 종합병원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간다 생각하고 치과 문을 열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눈치를 보는데, 치석 치료부터 하고 잇몸 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고, 그리고 사랑니는 오늘 치석 치료 후 뽑자 한다. 아니, 이런, 어제의 묵지근한 고민이 한꺼번에 다 해결돼버렸다. 진료 때문에 병원 가서 죽칠 일도, 잇몸 치료와 사랑니 발치(전문용어다, 치과를 두 군데 가면 이런 용어를 쓰게 된다)를 각각 예약해서 11월 말까지 기다릴 일도 없다.

입안에 공장을 차린 듯 윙윙 소리가 끊이지 않는 치석 치료를 마치고, 마취 후 의사는 세 번에 걸쳐 잇몸에 박혀있던 작은 사랑니 조각을 빼냈다. 피로 감싸진 작은 뼛조각 세 개가 증거물로 제시됐다. 됐다! 한 시간에 걸친 치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동네 치과의 위력을 뼛속 깊이 느꼈다.

얼마 전, 동네 병원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종합병원 진료비를 더 많이 책정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진료비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동네 병원보다 종합병원을 가려는 것은 신뢰와 기대의 문제일 것이다. 좀더 전문적인 인력이 좀더 최신 장비를 이용해 진료를 할 것이라는. 필자도 그런 생각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 선입견을 뒤집고 응암동 그 의사는 성공적인 치료를 해줬고, 필자의 시간과 스트레스는 반의 반의 반으로 줄었다. 이런 해결사가 또 없다. 덕분에, 두 달 걸려 고민할 일을 이틀 만에 해결하게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단지 상가를 보니 다닥다닥 다양한 진료과목을 내건 동네 병원 간판이 보였다. 저 가운데도 알토란 같은 실력과 열의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있겠거니, 새삼 불 밝힌 간판에 눈이 갔다.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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