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감춰주세요”
“우리 아이를 감춰주세요”
  • 김희준
  • 승인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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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아이 입장 고려했나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화요일 이른 저녁마다 방송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있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잘 다루지 못해 절절매는 것을 전문가들이 나서서 조언을 하고 직접 아이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주는, 일종의 교정 프로그램이다. 어떤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것이 주목을 받자 현재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정기 편성되고 있다. 아이가 하나 혹은 둘뿐이며 부모가 맞벌이하는 가정이 일반화되면서 아이들 가정교육에 문제가 생기는 가정이 없지 않으므로 젊은 부모들에게는 특히 유용한 프로그램일 터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들이 욕을 하고 심지어는 폭력적이기도 한 모습에 놀라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주 방영분은 지난주에 이어 편집증적으로 자기 방의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주 방영분을 보면 아이는 자기 방에 있는 물건에 손도 못 대게 하는 정도가 심해 어머니가 물건의 위치도를 그려놓고 아이가 유치원에 갔을 때만 방을 치우는가하면, 아이가 유치원에서 내주는 학습지를 똑같이 그려 부모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등 보통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화면 속의 아이는 어머니가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면 욕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아이를 어쩌지 못하며 눈물까지 짓는 어머니의 모습이 답답하기까지 했다. 이어 이번 주에는 그 아이의 문제 행동이 결국은 부모에게 원인이 있음을 전문가들이 알아내고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까지가 다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선한 의도’는 잘 알겠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너무 자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치 어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수준이다.

특히 첫 주에 아이의 적나라한 문제 행동을 한 시간 가까이 보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아무리 철이 덜든 아이라 해도 물건을 던지고 부모에게 욕을 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제작진은 다음 주에 이어질 아이의 교정에 필요한 근거자료로 이와 같은 행동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의 교정이 이 프로그램의 근본 목적이라면 굳이 2주에 걸쳐 그것도 첫 주에는 아이의 문제행동만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우선 묻고 싶다.



또 하나 드는 의문은 아이의 얼굴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와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욕은 ‘삐~’ 소리로 처리되지만 아이의 얼굴은 클로즈업까지 해서 그대로 노출된다. 물론 부모의 동의를 얻었을 것이며 부모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급한 마음에 아이의 ‘인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을지 모른다. 실제 두 번째 주에 전문가의 도움으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고치게 된 부모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밝은 얼굴이 돼 보는 사람마저 안심시킨다.



하지만 결과가 좋고 뜻이 좋다 해서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문제 아이의 얼굴을 전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아무리 부모라 해도 그것을 승낙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가 만약 화면 속의 그 아이라면 바른 생활 아이가 되는 것도 좋지만 동네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쟤가 예전에는 욕하고 집어던지던 애래”라는 수근거림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같은 날 같은 방송사에서 하는 고발 및 문제 해결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에서는 앞의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등장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아이들은 어머니의 저장강박증 때문에 거리에서 주워온 물건으로 가득 찬 집에 살며 곰팡이가 가득한 밥과 김치를 먹고 지내고 있었다. 여기서는 아이들 얼굴은 물론이고 증언을 하는 이웃의 얼굴도 모자이크하고 목소리도 변조하고 있었다.



어떤 기준에 의해 아이들 얼굴의 모자이크 여부를 결정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선의의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아이가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만큼의 의사 결정력이 없다 할지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선한 의도’에 부합하는 ‘선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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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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