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 앞둔 백담사 ‘전두환 명소’됐다
석가탄신일 앞둔 백담사 ‘전두환 명소’됐다
  • 김철
  • 승인 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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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던 방 인기 관광 코스로 인파 붐벼 / 김철



[인터뷰365 김철] "저 가게들이 다 전두환 때문에 먹고 사는 거라오" "그러게 말이여" 설악산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서 백담사행 버스를 타고 막 출발하기 직전이다. 동승한 앞자리의 탐방객들이 물건이 쌓인 창밖의 토산품 가게를 바라보며 주고받는 짧은 대화다. 표현이 절묘하다. 누구 ‘덕분’이 아니고 ‘때문’이란다.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를 달리할 수 있는 말이다. 평일인데도 37인승의 버스 안은 백담사를 찾는 촌로들로 만원이다. 용대리에는 이미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토산품 가게는 이리저리 둘러보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석탄절을 앞두고 지금 용대리는 백담사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첩첩산중의 평범한 산사에 지나지 않았던 백담사는 지난 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현대판 유배지가 되면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사찰이다. ‘봉하마을’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해 명소가 되었다면 백담사는 관광객의 말마따나 전두환 전 대통령 때문에 명소가 된 곳이다. 둘 다 재임 중에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석탄절에 앞서 백담사는 사찰 앞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부터 석가탄신을 봉축하는 연등을 달아놓아 한껏 축제 무드를 북돋우고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경내 한쪽에서는 불자들을 위한 연등접수도 하고 있다. 석탄절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오전 10시경인 데도 경내에는 많은 탐방객들로 붐비고 있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에서부터 촌로들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모여든 단체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백담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공통된 화두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 자다. 그만큼 ‘백담사=전두환’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백담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 놓고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절간이 되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백담사는 보물로 지정된 ‘목조 아마타불좌상 복장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등 불교문화를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유서 깊은 전통사찰이다. ‘님의 침묵’의 명시를 남긴 만해 한용운 선사가 이곳에서 삭발하고 입산수도한 뒤 독립운동을 구상한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대표적 고찰의 하나인 백담사는 이처럼 문화유산 답사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여기에다 전직 대통령의 유배지라는 점에서 여느 사찰과 다르다.





백담사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대통령이란 최고의 권좌에서 물러나 현대판 귀양살이 신세로 비참하게 전락한 전직 대통령이 머문 현장을 궁금하게 생각하며 알고 싶어 한다. 더군다나 그는 감옥까지 다녀 올 정도로 극단적인 영욕을 경험한 전직 대통령이다. 그것이 설악산 신흥사의 말사인 무명의 내설악 백담사를 일약 유명하게 만들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이유이다.





이를 증명하듯 백담사 탐방객들이 빠짐없이 거쳐 가는 곳이 있다. 화제의 장소는 극락보전 앞에 위치한 ‘화엄실’의 작은 방 한 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던 곳입니다”라고 쓴 안내문이 있는 방안에는 그가 2년여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사용한 몇 가지의 초라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은 외부세계와 격리된 절간에서의 유배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하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물통 촛대 벼루 등 간단한 것들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배가 끝난 뒤 백담사는 엄청나게 변했다. 백담사를 오가는 돌투성이의 좁은 비포장 오솔길은 버스가 드나드는 포장도로로 변했고 장마철이 되면 떠내려가던 계곡의 나무다리는 콘크리트 다리로 바뀌었다.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만해문학박물관 만해학교 등 현대식 최신 시설로 이루어진 ‘만해마을’도 새로 생겨났다. 어쨌거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배지라는 후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에서는 벌써 진 벚꽃이 내설악에는 아직 만발하다. 용대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계곡에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백담계곡이 손짓하는 내설악의 수려한 자연경관에 매료된 등산객들이 백담사를 떠나 오세암과 봉정암 쪽으로 향하는 모습도 더러 눈에 띈다. 이래저래 전례가 드문 최고 통치자의 유배지로서 백담사의 탐방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석탄절에는 신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백담사가 크게 붐빌 것이 예상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효과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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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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