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를 대변하는 ‘깡철이‘ 유아인
하위 1%를 대변하는 ‘깡철이‘ 유아인
  • 이희승
  • 승인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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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읽자마자 엄마가 제일 보고 싶었다”

【인터뷰365 이희승】20대였다면 이런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함, 언제든지 관둘 수 있다는 호기로움. 거기다 여자도 울고 갈 만한 스키니한 몸매에 훤칠한 외모까지. 유아인이 배우로서 가진 장점은 차고 넘친다. 단점이라고 굳이 나눈다면 자기 생각에 대한 과시로 보이는 고집과 진중함, 그리고 강력한 호불호가 아닐까.
영화 ‘깡철이’의 주인공 강철은 학교에서 짱 먹고, 부산 사나이들조차 인정한 ‘깡’ 충만한 남자다. ‘부산의 헬렌 켈러’라고 불리는 온 몸이 병투성이인 치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가 유아인이 맡은 역할이다. 단 한 번도 부산을 떠나보지 못한 채 엄마의 아들이자 연인으로 사는 복잡(?) 고단한 캐릭터다.
이 영화는 ‘완득이’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모두들 출연을 말렸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내면의 진정성을 누구보다 잘 캐치하는 유아인 아니었던가. 그가 선택한 ‘깡철이’는 그래서 더 잔향이 남는 영화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 이 영화를 택한 이유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유아인의 필모그라피 중 개인적으로 영화 ‘앤티크’와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전작이 원작에서 튀어나왔다면, 후자의 경우는 현실성이 남다르달까. 영화 ‘깡철이’는 어느 쪽에 속한다고 보나.
두 작품 모두 내가 좋아한다. 난 언제나 재미있는 작품이 우선이다. 다들 고달픈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상관없다. 그리고 그런 역할들이 쌓여서 내가 확장되어가는 게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나’란 고민을 할 때 만난 게 드라마 ‘장옥정’이었고, 그 과정에 ‘깡철이’가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다 내가 못할 것 같은 역할이었다. 하나는 너무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게 있는가 하면, 나머진 부산 사투리에 조폭이었다. 지금은 잘 헤쳐 나갔다는 생각 정도?


워낙 SNS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말을 잘해서 하는 말이지만 항상 장르적으로 드라마에 끌린다고 해서 의외로 생각했다. 드라마를 기본으로 해도 액션이나 판타지도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몸 쓰는 거 안 좋아한다. 단지 안하면 뭔가 지나친 그런 기분이 싫어서 억지로 한다. 게다가 그동안 끌리는 게 모두 ‘센’ 역할들이라 몸을 안 쓸 수가 있어야지. 운동으로 다져놓긴 해야 한다. 장옥정도 왕이라면 앉아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칼싸움의 달인인거다.(웃음) 개인적으로 ‘깡철이’도 수위 조절하지 않고 세게 갔으면 의외로 판타지적으로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내 스스로가 역할에 대한 조절을 좀 했다.


이 영화를 선택한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들었다. 가장 먼저는 청춘, 로맨스, 조폭, 사투리등등. 조절을 할 수 있는 건 욕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깡철이’가 특이했던 게 영화적인 구조를 쭉 가지고 가면서도 진부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사실 난 굉장히 계산적이라 드라마란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살짝 살짝 나를 드러내는 것들을 선택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더라. 한 가지 걱정은 내가 그렇게 연기를 해도 관객들이 외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다. 조폭들도 엄마를 모시고, 극중 강철이가 엄마 사랑해요, 평생 헌신할 게요가 아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를 읽고선 큰 사랑 안에 현실성이 보였다. 부산, 남자, 조폭, 생선 하역장 등 연상되는 것들에 가감을 했다. 좀 더 담백하게 가는 게 옳다고 봤다.


국민엄마 김해숙과 모자관계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영화 ‘깡철이’


‘깡철이’로 들었던 가장 많은 질문은 역시 ‘완득이’인 건가.
굳이 그걸 깨야 하나 싶었는데, 인터뷰를 소화하면서 새롭게 생각하고 있다. 왜 끝글자가 ‘~~이’로 끝난다고 해서 비슷하다고 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유아인이란 배우가 했던 소년 혹은 남자를 봐왔던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알맹이를 놔두고 껍데기를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본질이 얼마나 소중한데. 제발 ‘깡철이’가 ‘완득이’의 몇 년 후 모습일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 달라.


그동안 소외된 계층에서 출발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상위 1%보다는 하위1%를 대변하고 싶고, 실제로도 그들의 삶에 관심있다. 굳이 소외계층을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끌린다고 말하고 싶다. 단지 보통 사람들의 세계 중에서 좀더 어두운 면으로 들어간 거다. 캐릭터상으로 좀 특이하고 그걸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최고의 배우가 어떤 일을 해서 그게 빛나는 것보다는 배우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게 옳다고 본다. 난 단지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작은 하지 않았지만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나란 인물과 연관이 된 캐릭터들이 다반사였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유아인의 삶에서 중요한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물론 연기를 하면 중간 중간 왕도 해야 하고, 재벌남도 할 수 있다. 난 내가 뭔가를 해야 할 때 그걸 증명 해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를테면 진정성 있는 배우?
정확히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모든 연기에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하는 게 있지 않나. 지금의 나는 청춘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지 말고, 청춘이 파생할 수 있는 많은 장르적인 특성에 집중해야 옳다고 본다. 말이 어려운데. 한마디로 그래야 좀 덜 지겹기 않겠나.(웃음) 누가 보면, 하긴 얼마나 했다고 생각이 저렇게 거창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뭔가 대단한 걸 보여준 적도 없고, 말 장난 같지만 지금의 내가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어이없어 보이기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한 발자국 먼저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거다.


영화에서 실제 모자 관계 같은 친밀함이 돋보여서 놀랐다. 김해숙씨도 너무 극찬하더라. 실제로는 어떤 아들인가.
무뚝뚝한 아들? 물론 현실의 엄마가 ‘깡철이’처럼 소녀 같고 치매를 앓고 있다면 남자친구나 남편처럼 살갑게 해주겠지.(웃음) 하지만 집에서 나는 정말 무뚝뚝한 편이다. 부모님은 아직 안 보셨지만 엄마가 보시면 좋아할 영화다. 이미 여러 자리에서 밝혔지만 ‘깡철이’를 선택한 이유도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엄마가 제일 먼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략과 계산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연기다.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캐릭터가 있기에 선택했지만, 나는 그런 계산을 치밀하게 하다가도 내 인생의 퍼즐 맞추기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찍기는 싫다. 나중에 보여드리고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하면 좋아하실 거다. 아, 이것도 어찌 보면 계산인 건가.(웃음)


엄밀히 말하자면 ‘깡철이’는 유아인의 심성에 기댄 영화인 건가.
좋게 말하면 나에게 아직까지 순수하고 벅찬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 나쁘게 말하면 먹힐 만한 전략이 보였다는 것이다. 솔직히 착한 영화는 재미없거나 혹은 신파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가진 담백한 세련됨에 끌렸다.


유아인의 매력을 알린 두 편의 영화 ‘완득이’(2011)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적어도 20대에 이 영화를 찍었다는 건 분명 유아인에게는 득이 될 거다.
맞다.(웃음) 그래서 캐스팅 제의도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다. 분명 중고등학생들이 영화관에서 감탄하면서 볼 영화는 아니지 않나. 중요한 건 ‘완득이’ 이후 원톱으로 뭔가 증명할 만한 작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완득이’는 솔직히 김윤석 선배가 있었으니까 가능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혼자 해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흥행을 떠나서도 나는 ‘깡철이’를 한꺼번에 다 삼키고 싶었다.


20대를 내세워도 40대 연기파 배우와 미남 배우의 조합이 대부분 아닌가.
아니다. 확실히 원톱으로 하는 영화들이 기획단계부터 많아졌다. 송중기, 김수현의 덕도 크다고 본다. 나는 2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나리오들이 많아지는 게 기쁘다. 내 몸짓과 영향력과 파괴력을 증명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거든. 난 세속적인 애니까.(웃음)
사실 ‘깡철이’는 여자들이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있지 않나. 조폭, 사투리, 부산 같은 거 잔인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점도 있겠지만 앞서 얘기한 수위조절에 많이 노력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상업영화라서 예술성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떤 걸 걱정하는 건가. 걱정이나 생각이 많아 보인다.
솔직히 언제까지 연기할지 모르고, ‘어떤 작품이든 내 연기혼을 불사르리라’ 이런 의미는 아니다. 단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의 위치에 온 것 같다. 그 결심 후 가장 먼저 한 영화가 바로 이 ‘깡철이’다.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지만.


그렇다면 다음 행보는 뭔가.
언제나 내 다음 퍼즐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가서 다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전체의 그림이 무엇인가를 맞춰가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30대가 돼서야 연기의 기쁨을 안다지만 내 문제는 너무 재미를 추구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그 재미의 극치를 ‘패션왕’ 때 느꼈고, 최근까지도 심심한 작품을 한 적은 없다. 연기에 대한 시도를 자주 할수록 자칫 과잉이 되는데 내공이 쌓일수록 담백한 연기가 되는 것 같다.


“20대는 20대에 누리고 싶다. 어떤 30대도 나처럼 20대를 잘할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산다.”


유아인의 연관 검색어로는 돌발발언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행동하는 20대랄까.
아마도 연기를 그만둬도 된다고 한 것 때문일 거다. 나는 연애를 해도 ‘너랑 헤어져도 상관없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뭔가 내 보호본능 같은 게 심하다. 그래야 과감하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내 발언을 그런 식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 점이 바로 다음 작품 연기에 순수성을 부여하기도 하는 것 같고. 다들 30대를 위해 20대를 보내지 않나. 나는 20대는 충분히 20대에 누리고 싶다. 그 어떤 30대도 나처럼 20대를 잘 할 순 없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사니까. 하하.


그렇다면 끝까지 배우로서 가지고 가고 싶은 점은 뭔가.
자연스러워 한다는 거다. 그게 만들어내는 단점은 과한 디테일이다. 어느 순간 장치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연기가 너저분해진다. 나는 과하게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널부려뜨리는 단점이 있다. 눈에 힘에 꽉 주고 하는 연기를 잘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배우들도 각자의 취향과 연기가 있듯이 나의 취향은 툭 건들면 그냥 내 모습의 연기가 나오는 걸 최고로 삼고 싶다. 연기는 사람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예술이잖나. 그림이나 음악은 과하게 아름답거나 슬플 수도 있지만 연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걸 표현하려면 평소에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고 관찰해야 할 것 같다. 평소에도 자주 어울리는 걸로 알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연기를 위해 억지로 더 만나고, 놀러다니는 건 아니고. 나도 일상을 가진 사람이니 그걸 누리는 것뿐이다. 그런 성격이 내 연기에 긍정적인 방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의 감정에 나를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굉장히 사교적인 걸 추구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게 느껴진다.
나에 대해선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 된다고 본다.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건 하나도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런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본다. 악플러는 악하니까 나쁜 거다. 그 가치를 논할 필요는 없다. 배우가 뭔가. 사람을 표현하는 사람인데 사람에 대한 고민 이해를 안 한다면 과연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당연한 것이 특별하게 다뤄지는 게 슬프다. 개념이 있는 건 특별한 게 전혀 아니다. 그런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거다. 가치를 논할 필요가 없다. 난 당연한 것을 하자는 주의라, 그런 걸 표현하고 글도 쓰고 그러니 생각 많은 애로 비춰지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영악한 편에 가깝다.


그래서 몇 년 전 영화기자들이 주는 ‘올해의 발견’상에 안 온 것도 지금의 소셜 포지션에 무게감을 더한 것 같다. 대배우들이 모두 왔는데 혼자만 안왔다.
아니, 왜 그때 발견한 건가. 아마 그래서 안 간 것 같다. 하지만 또다시 준다면 이번엔 꼭 가겠다. (웃음) ‘깡철이’로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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